리셋 30일 문장채집 프로젝트_16

초심을 되찾기 위한 매일 '글 쓰/적는' 습관 실천하기

by Life Farmer


서재 결혼시키기

지은이 앤 패디먼


집 없는 책


"다 왔어." 조지가 말했다.

순간 나는 우리의 목적지를 보았다. 풍파에 시달린 작은 가게였다. 가파른 내리막 비탈에 자리잡고 있어 당장이라도 허드슨 강으로 미끄러져 내릴 것 같았다. 문에는 빛 바랜 파란색으로 책방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에는 정돈 안 된 책상 하나, 수직이 전혀 맞지 않는 선반들로 이루어진 미로, 뽀얗게 피어오르는 먼지, 그리고 300,000권의 헌책이 있었다.

7시간 뒤 리버런 책방에서 나왔을 때 우리는 9킬로그램의 책을 들고 있었다.

이제 내가 왜 조지와 결혼했는지 독자도 알 것이다. 내 관점에서 낡은 책 9킬로그램은 싱싱한 캐비어 1킬로그램보다 적어도 9배는 맛있다. 당신은 뵈브 클리쿠어가 생일 선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나한테는 9달러짜리 빈센트 스타렛의 1929년판 <돈은 지혜롭게 책은 어리석게>를 달라(조지가 누구보다 먼저 구해다 줄 것이다). 책 수집에 보내는 이 부드러운 찬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들어 있다. "새로 책을 찾아 나서는 길은 언제나 인도 제도로 항해하는 것이며, 묻힌 보물을 찾아나서는 것이며, 무지개의 끝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그 끝에 금이 든 단지가 있든 그저 즐거운 책 한 권이 있든, 거기까지 가는 길에는 늘 경이가 넘친다."

모두가 헌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까다로운 독자라면 전 소유자가 남긴 얼룩, 오점, 밑줄, 말라 비틀어진 토스트 조각을 보고 마치 누가 입던 속옷을 입는 것처럼 불쾌하게 느낄 수도 있다. 나도 젊었을 때는 내 책들도 젊기를 바랐다. (중략) 그 시절 나는 세월이 다른 사람들의 몸은 공격하지만 내 몸은 그대로 놓아둔다고 믿었다. 내 페이퍼백들도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두 가지 점 모두에서 내가 틀렸다. 대학 시절 보던 펭귄 문고는 이제 책꽂이에서 끄집어 내면 산 냄새를 풍기며 먼지 구름으로 폭발해 버릴 것 같다. 그러나 <돈은 지혜롭게 책은 어리석게>는 예순여덟의 나이에도 여전히 황홀한 매력을 풍긴다. 장정은 여전히 견고하고, 병녹색 표지는 약간만 희미해졌을 뿐이다.

페이퍼백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자 나는 헌색으로 전향했다.


(중략)

헤이스팅스 책마을에서 9킬로그램의 책을 우리집까지 가져오는 데 유일한 문제는 우리 집 책꽂이에 이미 수천 킬로그램의 책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꼭대기층 우리집은 가정의 느낌이 점점 줄어드는 대신 헌책방 분위기가 점점 강해졌다. 그래서 나는 종종 그 분위기를 공식화하면 어떨까 하는 환상에 젖곤 한다. 아이들이 크면 우리가 직접 책장사가 되어 보는 것이다. "콜트 & 패디먼, 헌책 매매, 귀퉁이가 접힌 책 전문."

그러나 슬프게도 잔인한 현실 때문에 환상에서 깨어날 수 밖에 없다. 조지 오웰은 1936년에 쓴 "서점 추억"이라는 에세이에서 헌책방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시절을 회상한다. (중략) "그러나 책방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책을 사지 않게 되었다. 책을 한 번에 5천 권이나 만 권씩 덩어리로 보게 되자, 책이 지겨워지고 심지어 약간 역겨워지기도 했다."

이것이 필연적인 반응일까(배스킨 라빈스의 직원이 되면 누구나 아이스크림에 물리게 되는 것처럼), 아니면 (내가 바라는 바대로)그냥 조지 오웰 특유의 냉소일까? 나는 하버드에서 2,3학년 때 토요일마다 아르바이트로 케임브리지의 팽글로스 서점에서 일했던 내 친구 애덤에게 자문을 구했다. 애덤 역시 비슷한 환멸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나는 집이 없는 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어. 서점에는 모두 집 없는 책뿐이잖아. (중략)그의 서가를 보았을 때에야 클라이브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중략) 그래서 나는 책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소유한 다른 책들과 공존할 때에만 가치를 얻게 된다는 것, 그 맥락을 잃어버리면 의미도 잃어버린다는 것을 깨달았지.

그 날 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보도에 내놓고 팔던 50센트짜리 클라이브의 책 한 권이 책 수레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았어. (중략) 안에는 클라이브가 서명을 하고 <태풍>의 한 구절을 적어 놓았는데, 사춘기의 둥글둥글한 필체를 보아하니 그가 십대 아니면 이십대 초반에 쓴 것이 분명했어. 대충 이런 구절이었지. '우리는 꿈이 만들어지는 재료이며, 우리의 작은 삶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다.'"

나는 애덤에게 그 책을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내가 사서 집에 꽂아 놓았지."






내 서재는 진짜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가? 이런. 지금까지는 전혀 아닌 것 같다.




20년 가까이 매달 3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글을 쓰고, 페이지를 편집하고, 출판을 하는 에디터란 직업을 가졌었다. 매거진을 그만 둔 이후 약 5년 간은 난필증 또는 난독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언가를 쓰거나 양껏 읽는 일이 유난히 어렵게 느껴졌다. 요즘 들어 감각을 언어화 하고, 생각을 체계화하는 글쓰기가 뇌운동과 내면 챙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 초심과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다시 '글을 써/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30일 동안 매일 필사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필사하는 책은 그때그때 마음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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