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사랑 May 20. 2020

내 교실로 가져오고 싶은  캐나다 교육-프롤로그

 캐나다 서부 밴쿠버로 교원 파견근무 공문을 보았을 때 두근대던 마음이 기억난다. 무언가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해 보는 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고 정말로 합격했다. 당시 첫 아이 출산휴가를 끝내고 막 복직한 상태였다. 6개월 된 아이를 차마 두고 갈 수 없어서 6개월 된 아이와 친정엄마까지 데리고 밴쿠버로 향했다. 내가 일하는 동안 친정엄마는 그 낯선 땅에서 6개월 된 아이를 봐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용감했다.


 그렇게 캐나다 밴쿠버, Surrey라는 도시의 작은 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Surrey라는 도시 중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작은 학교.


이 작은 학교에서
그동안 내가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넓은 세상을 보았다.

교사생활 5년 차, 매너리즘에 빠질 때쯤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교육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어떻게 적용할까 고민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정말 재미있었다.


한국에서 나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늘 고민했다. 동기유발을 잘하는 방법, 학습 정리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하는 방법, 다양한 수업활동 아이디어, 그리고 학급경영. 하지만 Ocean Cliff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수업의 달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교육은
 ‘한 아이를 어떤 어른으로 성장시키고 싶은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어야 한다.


이 새로운 생각은 5년 차 교사의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나의 생각을 바꿔주었던 밴쿠버의 작은 학교


 6개월 동안의 파견근무를 마치고 한국에 들러 파견 보고를 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다시 캐나다 동부에서 유학 중인 남편에게 가기 위해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는 교사로서가 아니라 한 아이의 엄마로 캐나다 동쪽 토론토 Hamilton이라는 도시에서 살게 되었다.


엄마가 되자 또 새로운 모습의 캐나다살이가 시작되었다. 이웃의 다른 캐네디언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어려서부터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교육'하는지 보게 되었다. 어느덧 아이가 자라 공립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이제는 학부모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캐나다 초등교육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가족단위로 살면서 학부모가 되어 캐나다 교육을 바라보니 새로운 것이 보였다. 이 모든 교육이 가능한 이유는 가족중심적인 사회 제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민을 고민했다. 초등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 내가 사랑했던 직업이지만 내 자녀교육을 위해 다 그만두고 캐나다에서 살아야 할까? 사회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 공교육이 한순간에 바뀔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낙심되었다.

 

 그런데 캐나다살이 6년째 되던 해, 캐나다 파견근무를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르쳤던 학생들이 수능을 보고 스무 살이 되어 연락을 주고받았다. 아이들의 성장은 그 자체로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이민뿐일까? 이민을 결심하지 않고 한국 교육현장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나는 또 사회제도에 맞추어, 공교육 시스템에 맞추어, 학교현장 분위기에 맞추어, 내가 배우고 느낀 교육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는 상관없는 교육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책을 쓰자. 글로 남기자. 지금 당장 개선될 수 없는 많은 사회제도, 교육제도를 원망하면서 캐나다 교육을 부러워하고만 있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 살아갈 내 자녀들을 위해, 한국에서 내가 가르쳤고, 앞으로 가르치게 될 많은 학생들을 위해 내가 이 곳에서 배운 새로운 시선을 글로 남기자.


 이 나라의 교육을 통째로 복사하고 붙여 넣기 하듯이 한국 교육현장으로 가져올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교육연구가도, 교육행정가도, 교장선생님도, 교감선생님도 아닌 교사일 뿐이다. 위계적으로 보았을 때 교육계에서 가장 낮은 단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교사는 가장 실전에 있는 사람이다. 학생들과 가장 가깝게 있고 가장 학생에게 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교사로서 내 교실에 담아보고 싶은 캐나다 교육을 이 책에 담는다.

캐나다 초등학교의 학년 말 기념 파티. 학교 앞마당 Family Picnic.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책에 나온 모든 에피소드는 밴쿠버 Surrey에 있는 Ocean Cliff Elementary School, George Greenaway Elementary School과 토론토 Hamilton에 있는 Queensdale Elementary School, Westwood Elementary School에서 경험했던 이야기임을 밝힌다.


나의 이야기로 모든 캐나다 공립 초등학교를 일반화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캐나다에서도 주마다, 도시마다, 학군마다 학교 분위기가 다를 것이고, 내가 좋았던 학교가 여전히 좋은 학교일 거라는 보장도 없다. 좋은 학교를 골라내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다. 또 캐나다 교육이 무조건 한국 교육보다 우수하다고 쓴 글 또한 절대 아니다.


단지 나의 글이 많은 교사 및 학교 경영자, 바라기는 우리나라 공교육을 바꾸는데 더욱 힘을 쓸 수 있는 많은 훌륭하신 분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글이 되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적당히 가르치는 교사, 배울지말지 선택하는 학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