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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Jul 09. 2020

학생은 마스크를 쓰지말라는 캐나다 초등학교

 3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결국 바다 건너 캐나다까지 오고 말았다. 딸아이 학교에서도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각 가정에 안내문을 발송했다. 각 교실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교육을 강화하겠다, 자녀가 열이 나거나 관련 증상이 있으면 학교에 보내지 마라, 해외에 다녀온 학생이 있다면 학교에 나오지 말고 1주일 이상 격리해라 등, 이미 코로나를 겪어온 한국의 뉴스 기사에서 익히 접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그중에 한국인 학부모인 나에게 너무나 생경하게 다가오는 부분 한 가지.


학교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마세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온타리오 정부 및 캐나다 교육청은 교내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을 권하지 않는다(출처: https://www.hwdsb.on.ca/about/covid19/ 캐나다 온타리오주 내 지역교육청의 공식 웹사이트). 마스크를 바르게 착용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캐나다 퀘벡 주 한 학교의 re-opening 후 등교모습. 교사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학생들은 그렇지않다. (출처: washingtonpost.com)


 6월에 등교를 재개했던 다른 주(비씨주, 퀘벡주)도 마찬가지다. 뉴스에 나오는 사진을 보면 선생님들은 마스크나 페이스 커버를 착용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 온타리오 정부는 2 미만 어린이들은 어지럼증, 호흡곤란  안전을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고까지 말하고 있다(출처: https://www.ontario.ca/page/government-ontario 온타리오주 정부 공식 웹사이트).

 

 한국은 얼마 전 등교를 재개하면서 교내 모든 교사와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한다. 어린이집 또한 의무는 아니지만 많은 기관에서 불안감 해소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고 한다. 두 나라의 복지부와 교육청이 마스크 문제에서만큼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출처: www.yaktrinews.com


 나 또한 캐나다에서 마스크를 썼다가 원숭이 취급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캐나다에 막 코비드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던 3월 무렵, 두 딸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입구 쪽에 앉아있던 남자 한 명이 우리를 보고 눈이 왕방울만 해 졌다. 주문하러 가는 우리의 동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쭉 쳐다본다. 순간 동물원 원숭이도 아닌데 계속 쳐다보는 것이 불쾌했다.

 그러나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해코지만 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너와 나의 생각 차이 중 하나로 이해하기로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캐네디언은 마스크에 대해 한국 사람과는 아주 다른 사회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마스크는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알레르기, 감기 등 가벼운 호흡기 증상을 이유로 전 국민이 사용하는 아주 대중적인 물건이지만 이 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캐나다에서 마스크는
전염병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혹은
전염병 환자가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전염성 있는 병원균을 가지고 있으면서 마스크까지 써 가며 굳이 거리를 활보하는 민폐남/민폐녀로 보이는 것이다. 지금도 3월에 비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용하지만 실외에서는 마스크 쓴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언젠가 이러한 북미 사람들의 마스크 거부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본 적이 있다.


미피와 헬로키티가
북미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 이유로
캐릭터에 입이 없기 때문이다.

눈과 코만 있고 입은 x모양으로 되어있는 미피라는 토끼 캐릭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인기를 끌었지만 북미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헬로 키티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사람들은 눈으로 감정을 읽지만 북미 사람들은 입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다고 한다. 따라서 북미에서 미피나 헬로키티처럼 입이 없는 얼굴은 감정을 알 수 없는 모호하고 의뭉스러운 얼굴일 수 밖에 없다.


 이모티콘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이모티콘은 감정을 눈으로 표현하다.
웃는 얼굴은 ^^, 우는 얼굴을 ㅠㅠ.

반면 북미의 이모티콘은 감정에 따라 입의 모양이 바뀐다. 웃는 얼굴은 :), 우는 얼굴은 :(.


 그러니 북미에서 마스크로 입을 가린다는 것은 상대의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굉장히 공격적인 얼굴인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 교육청이 진행한 코비드19 사태 관련 설문조사에서 마스크를 쓴 교사를 보고 학생들이 느끼게 될 공포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학부모들이 꽤 있었다.




 7월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 주 Public Health는 여전히 마스크가 바이러스로부터 당신을 완벽하게 보호해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마스크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을 가장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말한다. 거리두기가 어려운 경우나 실내 활동을 할 경우에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는 정도다.

mask? no mask? (출처: deseret.com)

 

 그나마도 아래 그림과 같이 일반 시민들에게는 의료용 마스크가 아닌  마스크를 권장한다. N95 같은 의료용 마스크는 의료진을 위해 예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일반 시민에게 의료용 마스크를 권장하거나 의무화하기 시작한다면 공급량이 수요량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작 의료진이 써야 할 의료용 마스크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는 천 마스크를 권장하는 것이다.


출처: http://www.ontario.ca/page/face-coverings-and-face-masks


 이제 캐나다 교육청은 두 달간의 여름방학이 끝나는 9월, 학교를 다시 오픈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학부모들에게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 격일 등교, 격주 등교 등 여러 가지 옵션을 주고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과연 9월에 등교가 재개될지, 그렇게 된다면 마스크 착용을 권장 혹은 의무화할지, 그것도 아니면 여전히 교내 마스크 착용을 금지할지, 캐나다 학부모들의 눈과 귀가 주목되어 있다. 어떤 입장이든 각 정책에 따른 득과 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내 마스크 착용을 권장 혹은 의무화한다면 어린 학생들이 성인도 참기 힘든 답답함을 견디며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다면 교실 안에서 학생들의 거리두기가 얼마나 완벽하게 지켜질 수 있을지 불안하다.


 며칠 전, 토론토 지역에서 실내 활동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워낙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인지라 가타부타 말이 많다.

 마스크 착용이야말로 캐네디언에게는 오랫동안 가져왔던 사회적 인식의 변화이자 새롭게 제시되는 기준, 뉴 노멀(New normal)이다.

 한국인 학부모로서, ‘마스크 뉴 노멀’에 직면한 캐네디언 사회에서 캐나다 교육청이 교내 마스크 착용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 추이가 궁금하다.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www.washingtonpost.com 캐나다 퀘벡주 학교의 re-opening 등교 모습

*위 글에서 '캐나다 교육청'은 온타리오 주 내 지역 교육청(HWDSB)을 의미하나, 편의를 위해 캐나다 교육청으로 통칭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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