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초등 자녀와 2020년 9월 나기

by 한사랑

캐나다에서 9월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달이다. 긴긴 여름방학 동안 흐트러졌던 하루 일과를 다시 바로잡는 달. 2020년은 더욱 그러했다. 코로나로 길어져버린 학교 공백기를 다시 온라인 스쿨링 시간에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9:00-10:40 수업
10:40-11:20 중간놀이시간(Recess)
11:20-1:00 수업
1:00-1:40 점심시간(Recess)
1:40-3:00 수업


캐나다 초등학교 온라인 스쿨링 시간표다. 등교 수업 시간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에 진짜로 가지는 않지만, 집에서도 학교 스케줄을 완전히 따라가기로 했다. 규칙적인 생활이 주는 안정감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오전 리세스 타임에는 꼭 밖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매일 컴퓨터 화면 앞에만 앉아있으니 역시 건강이 가장 염려된다. 나가서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멀리 보며 눈도 좀 쉬고, 몸도 움직여주어야 엄마 마음이 조금 놓인다.


행잉(hanging) 화분을 나뭇가지에 걸더니 냄비란다. 스프를 끓이기 위해 불을 붙일 나뭇가지들을 모으러 가는 중^^


하루에 40분. 어린 초등학생 두 명을 데리고 나가서 놀려면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준비와 정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작 나가서 노는 시간이 부족해진다. 날씨에 따라 스스로 재킷을 골라 입고, 신발을 착착 신고 빠른 시간 안에 문을 박차고(!) 나갈 수 있도록 기본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필요했다. (거의 그런 느낌으로 나가야만 노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ㅎㅎ)


아이들은 막상 나가면 뭘 해야 할지 잘 몰랐다. 9월, 처음으로 '홈 리세스 타임'을 시도했을 때는 아이들도 어리바리했다. 처음에는 엄마의 안내가 약간은 필요한 듯하다.


처음에는 보물찾기(Scavanger Hunt)가 참 좋은 놀이가 되어주었다. 그냥 하는 산책은 아이들이 싫어하지만 보물 찾기라면 다르다. 소화전 찾기, 산책하는 강아지 찾기, 대문이 파란색인 집 찾기, 우체통 찾기, 빨간색 꽃 찾기, 개미 찾기, 다람쥐 찾기, 솔방울 찾기, 스쿨버스 찾기 등.


한동안 집 대문 앞에 딸들이 찾은 예쁜 돌들이 수북이 쌓였다. 어쩌다 무당벌레를 발견했던 날은 세상 즐거웠다. 아이들의 흥미에 맞추어 싸디 싼 돋보기도 하나 사주었더니 자연물을 찾아내고 관찰하는 데 확실히 더욱 흥미를 보였다.


보물 찾기를 할 때는, 엄마가 대충 슥슥 그려 표를 만들고 한국의 바를 정(正)처럼 탈리 마크(Tally mark)로 발견한 물건을 세어보는 것도 공부가 된다. 5씩 뛰어 세는 공부, 가장 많은 것과 적은 것을 수 비교 공부, 그것을 그래프로 그려보는 공부 등, 수학 공부가 덤이다. 많은 것을 준비할 필요도 없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간단하지만 알찬 놀이다.


그냥 일광욕 중. 아무 것도 안하고 해와 바람만 즐겨도 충분히 좋다.


어떤 날은 굳이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밖으로 나온 것에 의의를 두기도 한다. 선생님이 하라고 한 숙제를 집이 아닌 밖에서 하는 것이다. 특히 초등수학은 구체적 조작물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여름에 밖에서 물놀이할 때 쓰던 구슬과 얼음 큐브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어떤 날은 굴러다니는 나뭇가지나 돌멩이가 더 좋은 학습 재료가 되기도 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들이라 바깥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원할 때는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그냥 밖에 나와서 햇빛을 쬐고, 바람을 느끼고, 바깥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이다.


사실 이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생각보다 지키기 어렵다는 것도.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단 매일 문 밖으로 나가고 보는 거다. 그런 마음으로 매일매일 하루에 한 번, 30분 이상은 밖에 나가게 하고 있다.



보물 찾기를 하며 동네 탐방에 힘쓰던 와중에, 마침 아이가 커뮤니티(community)에 대해 배웠다. 한국 초등학교 3학년에 '우리 고장'에 대해 배우는 것처럼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딘지, 이 곳에 어떤 명소들이 있는지, 우리 고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누가 있는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지 등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있는 명소 한 곳을 직접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참 공주, 캐슬 등에 빠져있는 아이라, 우리 지역에 있는 캐슬을 찾아가기로 했다. 한국으로 치면 '궁'에 찾아간 것 정도 되지 않을까?


그냥 다녀오기만 하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주 오래전 로열패밀리가 살던 곳인데 어떻게 생겼을 것 같아? 어떤 방들이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까? 등등. 장소에 방문하기 전, 간단한 질문으로 그 모습을 함께 예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동기유발이 되고, 체험학습에 방향이 생긴다.


방문해서는 아이를 따라다니며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것을 모두 사진으로 남겨주었다.(사실 그것이 별 의미 없는 것 일지라도^^) 이곳저곳 살펴보며 들었던 궁금증도 잘 기억해두었다가 가이드에게 직접 물어보게 하기도 했다. 고맙게도,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홈페이지 이메일을 통해 질문을 보내주면 답장을 해주겠다 했다. 아이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이가 조금만 더 컸다면,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더 많은 공부가 되었을 것 같다.


수업시간에는 본인이 찍어달라고 했던 사진과 함께 가장 인상 깊었던 것 몇 가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가장 기대했던 것은 2층에서 동그랗게 말려 내려오는 공주 계단. 진짜로 그 계단을 걸어 내려오며 너무 행복해했다. 실제로는 집안의 어른들만 그 계단을 이용할 수 있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더 짜릿해하는 것 같았다ㅎㅎ)


이렇게 9월이 지나갔다. 늘 새 학년, 새 선생님, 새 교실, 새 친구들로 설레었을 9월인데.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늘 엄마와 딸들이 지지고 볶게 되었지만, 항상 아이를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도와줄지, 그 방향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짧지만 강렬한 캐나다의 진짜 가을, 10월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