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초등 자녀와 10월 나기

by 한사랑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동부의 10월은 참 풍성한 달이다. 이 곳에서 가장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 giving day)이 가장 큰 몫을 해 낸다. 자연에도 알록달록한 변화가 생긴다. 단풍국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알을 낳으러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와,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나라로 무리 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을 보려는 사람들로 주말마다 바빠진다. 집집마다 대문 앞을 호박으로 장식한다. 10월의 마지막 날,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온 집을 으스스하게 장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초등자녀와 함께 별다른 장비 없이, 유익하고 재미있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단연 연어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보러 가기 전, 연어의 한살이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냥 연어를 보기만 하는 것보다 배경지식을 쌓고 가면, 같은 것을 보아도 훨씬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보았던 연어의 한살이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wtrC7rvetH0)

물 속에 까만 것이 모두 연어다. 저 수많은 연어 중에 댐을 만나 점프에 성공한 연어만 알을 낳으러 갈 수 있다니! :(


두 번째, 10월에는 뭐니 뭐니 해도 펌킨 패치(Pumpkin patch)다. 호박밭에 가서 호박을 직접 골라 담을 수 있다. 장식용인지, 요리용인지, 잭 오 랜턴 만들기용인지, 용도에 따라 크기나 모양을 고려해서 직접 호박을 골라보게 하는 것도 좋은 공부다.


호박을 뒤집어보면 늘 지렁이가 나온다. 달콤한 호박에 무당벌레나 작은 벌레들도 붙어있다. 작은 생물들을 관찰하는 것도 그들이 호박밭에서 무엇을 먹으며 자라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는 재미있는 공부가 된다.


하지만 꼭 무엇을 배우려 하지 않아도 좋다. 드넓은 호박밭에서 웨건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호박을 고르고, 신선한 펌킨 파이나 펌킨 수프를 맛보고, 농장에 있는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 자체로 반나절 가족에게 좋은 추억이 된다. 실제로 매 년 10월에 온 가족이 다 같이 펌킨 패치를 방문하는 캐네디언만의 가족문화가 있기도 하다.


호박을 따 왔으면 칼빙(Carving, 조각)도 빠질 수 없다. 아이들이 직접 호박 꼭지를 잘라 속을 파내고 잭 오 랜턴(조각한 호박 안에 촛불을 넣어 만듦)을 만든다. 칼빙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어린아이들은 위험해서 스케치만 하고 부모님이 칼빙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손잡이가 두툼한 핀으로 스케치한 선을 따라 구멍을 내게 하면 좀 더 안전하게 어린아이들도 칼빙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 칼빙 대신 속을 파 낸 호박을 잘라 호박 수프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 집은 한국인이니만큼! 찹쌀가루로 경단을 만들어 호박죽을 만들어 먹었다.



10월의 마지막 날은 핼러윈 데이. 핼러윈 데이의 꽃은 아무래도 트릭 올 트릿(trick-or-treat)이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리고 사탕 받는 재미가 아이들이 핼러윈을 기다리는 이유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핼러윈 데이를 즐기는 것 같다. 어른들만이 아니라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도 핼러윈 파티를 한다고 한다. 일 년에 한 번, 코스튬을 입는 것을 즐기는 정도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이 곳의 핼러윈은 그렇게 깜찍한 수준만은 아니다. 정말로 으스스한 장식들로 집을 꾸며 놓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10월 한 달은 학교에서나, 거리에서나, 심지어 자주 다니는 도서관 스토리타임에서도 온통 으스스한 이야기들이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충분히 무서워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그랬다. 어떤 날은 악몽을 꾸기도 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위해 찾아본 핼러윈의 유래를 알고 나서는 별로 그것을 기념하고 싶지 않아 졌다. 10월 31일에 죽은 영혼들이 부활해서 집집마다 돌아다니고, 그 귀신들을 쫓아내기 위해 사람들이 집을 으스스하게 꾸며놓는다는 이야기.


여러 가지로 고민하다가 작년에는 아이들과 함께 'No fear in Love. We choose love over fear.'라는 문구를 사탕에 붙여 함께 나눠주었다.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더 이상 핼러윈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 우리는 그것을 믿거나 기념하지 않을 거라는 것. 무엇보다 이 날에 두려움보다는 사랑을 퍼뜨리자는 마음을 아이들과 나누었다.


캐네디언 문화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 그 문화의 의미를 알아보고 가정에서 추구하는 어떤 방향이 있다면, 가족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코스튬을 입고 사탕을 먹고싶은 아이들의 동심은 지켜주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올해는 남의 집 대문을 두드리는 일이 조심스러워졌다. 코로나 때문이다. 이웃과 소통하고 인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아쉬울 따름이다. 아이들이 오지 않을 걸 알았는지, 전 날 저녁 옆집과 옆옆집 이웃이 직접 사탕을 들고 찾아왔다. 비록 문 앞에 사탕을 두고 멀리 떨어져 고맙다고 인사해야했지만, 어찌나 고맙고 반갑던지. 고마운 이웃들 덕분에 올해 핼러윈도 두려움보다는 사랑으로 보낼 수 있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집에서는 소소하게 코스튬 파티도 했다. 트릭 올 트릿은 곳곳에 숨겨둔 간식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고, 풍선을 터뜨려 풍선 안에 넣어놓은 초콜릿을 얻는 게임으로 대신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도 못 가고 집에서 스크린만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선물 같은 하루로 만들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을 알아주듯, 아이들이 참 좋아해주어서 그것도 감사하다.





이렇게 감사한 일들과 함께 10월이 지나갔다. 캐나다에 있는 가족은 오직 우리 네 식구. 우리끼리 추수감사절을 지내다 보면 한국 추석과 생각이 겹쳐, 한국을 향한 그리움을 지울 수가 없다. 네 식구 단출히 모여 추수감사절 저녁식사를 하며 서로 감사한 이유를 나누었다. 지구가 있어 감사하고, 집이 있어 감사하고 식탁 위에 디저트로 놓인 케이크가 있어 감사하다는 딸들. :) 무엇보다 이 곳에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서 너무나 감사한 10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