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른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사랑 Jan 02. 2021

엄마가 딸에게 미리 알려주는 엔딩(ending)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이소라 님의 '바람이 분다' 중)


딸! 나중에 너희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저 노래 가사 같은 마음을 갖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입덧이란 건 신세계였지만 그래도 너희를 뱃속에 품고 있었던 D라인 때는 귀여운 수준이었지. 출산, 산후조리, 모유수유, 탈모, 산후우울증, 휴직.


이런 것들을 겪으면서, 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거야. 세상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는데 나만 못난 모습으로 남겨져있는 듯한 느낌. 내 안에 꿈꿨던 소원들, 미래들, 희망들은 다 흩어져 버린 것 같은 그런 텅 빈 마음. 뭐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하루.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지만 어쨌든 너희도 여자인지라. 나중에 너희가 원해서 아이를 갖고 낳게 된다면 이런 힘든 상황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그래서 어려운 마음이 들 수 있겠지.


하지만 딸!

그런 순간이 오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도 말고, 또 그런 순간이 정말로 오더라도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길 바라.


엄마가 그 어려운 과정의 엔딩(ending)을 확실히 말해 줄 수 있거든.

Happy ending.

그 과정의 결말은 해피 엔딩이야. 너희들이 그 과정의 엔딩이거든, 엄마한테.


소중한 내 두 딸.

너희들이 엄마에게 출산으로 시작된 힘들었던 그 길의 엔딩이야.


그래서 엄마는 그 길에 자부심을 느껴. 너희들의 어떠함이 결정하는 문제가 전혀 아니란다. 너희 존재 자체만으로 엄마는 자부심이 생겨. 남들 다 하는 결혼 같고 남들 다 하는 출산이고 육아 같아도, 너희를 생각하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사랑하는 남편과 내 손 하나씩 잡고 걸을 수 있는 두 딸이 있다는 사실.

그게 엄마가 가진 자부심이야.


사랑해!

이 사랑엔 권태기도 갱년기도 없을 거야:) 엄마도 다시 일어날게! 눈물 훔치고, 옷깃 여미고, 다시 무릎을 짚고 일어나게. 나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이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계속해서 일어날게. 엄마도 엔딩을 바라보며 일어날 거야.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이 되면 더 많이 사랑하자!


2018년 8월 18일.

하루 종일 육아에 지친 날, 잠든 딸들을 보며 쓴 편지


매거진의 이전글 INFJ 아내, ESTP 남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