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사랑 Jan 09. 2021

Egg. 발음 다 아시죠?

6학년 교실 한편, 연어 알을 인공적으로 부화시키는 커다란 수조가 있었다. 연어의 한살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 점심시간, 교사휴게실에서 담임교사를 만났다. 연어 알에 대해 물어보며 대화의 물꼬를 좀 틔워보려고 말을 걸었다.


나: Hey, I like the egg thingy in your classroom. (저기, 너네 교실에 있는 알 그거 멋지더라.)

캐네디언 교사: What?(응?)


순간 뒷 목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분명히 잘 못 말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못 알아듣고 다시 되물어볼 때.


나: You know the egg thingy in the back of your classroom. I don’t know what to call it but...

캐네디언 교사: Egg?

나: Yeah! The eggs in your classroom!

캐네디언 교사: ???


아니, Egg을 Egg라 하는데 왜 못 알아듣는 거야ㅠㅠ


캐네디언 교사의 눈알이 옆에 있던 다른 동료 교사에게로 굴러갔다. 도움을 요청하는 거다. '너 얘가 무슨 말 하는지 아니?' 이런 느낌.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다. 내 귀로는 분명 둘 다 Egg를 말하고 있는데 그 교사의 귀에는 절대 내 Egg가 그 Egg로 들리지 않나 보다. 둘이서 한참을 Eggs? Eggs! 만 주고받다가 Salmon eggs를 설명하고 나서야 드디어, "Oh, Eggs!! Sorry!" 란다.


도대체 뭐가 틀린 건지.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혀를 굴려볼 것도 없고, 앞뒤로 강세를 바꿔볼 것도 없는 이 간단한 단어를... 


'괜히 말 걸었어'로 시작한 후회는 '내가 여기에 왜 왔나'까지 꼬리를 물었지만, 다시 정신을 차려본다. 집에 가는 길, 구글에 Egg를 검색해서 몇 번이고 들으며 따라 해 보았다. 여전히 뭐가 다른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캐나다에 살며 영어로 말하다 보면 우리나라 소리에 없는 F나 R 발음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소리와 매칭 하며 배웠던 소리들이 문제다. P가 ㅍ이 아니고, B가 ㅂ이 아니며, G가 ㄱ이 아니라는 것. 영어를 글로 배워 그렇다. 소리를 듣고 직접 발음해 보면서 파닉스를 배워야 했는데 말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를 글로 가르치지 말아야지, 다시 한번 다짐한다. 언어는 언어답게, 소리는 소리답게 배워야 하는 거다.



커버 이미지 출처: blog.nwf.org



매거진의 이전글 운전에 영어가 필요할 줄은 몰랐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