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조성

1868년 1월 3일

by HJ


교토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히에이 산에서 불어온 바람이 니조 성의 해자 위를 훑고 지나갈 때마다 살얼음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거대한 권력의 짐을 내려놓고 막부의 권한을 천황에게 형식적으로 반납하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단행한 것은 불과 두 달 전의 일.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무력한 몸짓일 뿐.


이제 사쓰마와 초슈, 이 두 거친 번(藩)을 중심으로 막부 타도를 위해 결집한 토막파(討幕派)의 칼날은 권력의 심장을 향해 걷잡을 수 없이 뻗어 나갔다. 니조 성의 겉모습은 평온했지만, 그 성벽 아래에서는 260여 년 도쿠가와 가문의 역사를 완전히 뒤집어엎으려는, 피를 말리는 정변의 기운이 끈적하게 배어 흘렀다. 성벽을 순찰하는 무사들의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가 이내 허공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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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차가운 저녁 그림자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들었다. 교토 어소(御所) 경내의 작은 건물인 쇼고쇼(小御所)에 조정의 고관들과 토막파의 핵심 인물들이 비밀리에 모여들었다. 복도에는 낡은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비단옷자락이 스치는 서걱거림만이 가득했다. 이들은 회의라는 고상한 외피를 두르고 있었으나, 그 실상은 사쓰마와 초슈의 병력이 어소를 삼엄하게 포위하고 발을 딛고 선, 무력에 의해 뒷받침된 정치적 쿠데타였다.


등불의 심지가 타닥거리며 그을음을 뱉어냈다. 기름 냄새 사이로 쇠 냄새가 섞여 들었다. 도쿠가와 가문의 대표는 이 자리에 단 한 명도 초대받지 못했다. 그들의 몰락은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회의장 안에는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갈라지는 극도의 긴장감만이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숨소리 사이로 낮게 깔렸다.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 밤, 에도의 운명은 끝이오 今宵を以て、江戶の運命は盡き申す"


어둠이 천장을 덮어갈 무렵, 역사를 새로 쓸 준비를 마친 대신들이 낮은 목소리로 준비된 문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종이를 펼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 체제의 출범을 대내외에 선포한 '왕정복고의 대호령'이었다.


"이제 막부의 체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섭정과 관백 같은 불필요한 직책들 역시 없앤다!"

낭독자의 목소리는 건조했으나, 끝이 떨렸다.

"정치는 오로지 천황이 친히 주재할 것이며, 모든 국정은 새롭게 총재, 의정, 참여의 세 직책을 통해 운용될 것이다. 政令自今以後、皆 天皇親裁ニ出テ、総裁・議定・参与ノ三職ヲ置キ、万機ヲ決スヘシ。"


이 낭랑한 소리가 쇼고쇼의 마루에 울렸을 때, 청아하게 선포된 칙령의 단어들은 260년 넘게 일본을 지배해 온 쇼군의 통치가 드디어 공식적인 종말을 고했음을 세상에 알렸다. 이 엄중한 말의 무게에 좌중의 누군가가 마른침을 삼켰다. 목울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듯했다.


곧 회의장 내에서는 요시노부를 옹호하던 몇몇 사무라이들이 분노와 불안 속에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것은 반역이다! 도쿠가와 님을 배제하고 어찌 국정을 논한단 말인가!


고함과 함께 한 사내가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엄지손가락으로 코등이를 밀어 올리는 찰칵, 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그는 칼을 뽑고 싶었지만 칼자루를 만지작거릴 뿐 결코 날을 보이지 못했다.


머지않아, 창밖에서 느껴지는 사쓰마와 초슈 무사들의 살벌한 기세와 칼날의 서늘함 앞에서 그들의 항변은 끝내 힘을 잃고 말았다. 문밖의 병사들이 창대를 바닥에 쿵, 하고 찧었다. 무언의 협박이었다.


천황은 불과 열여섯 살의 소년이었다. 겹겹이 두른 무거운 비단 관복 속에 파묻힌 소년은 이 모든 역사적인 격변의 순간을 침묵 속에 지켜보았다. 대나무 발 너머로 보이는 소년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으나, 창백한 뺨 위로 어린 긴장이 스쳤다. 아직 직접적으로 정치적 결정을 내릴 위치는 아니었지만, 그의 상징적 존재 자체가 왕정복고파들에게는 새 시대의 정통성과 권위의 근거가 되었다.


일본 열도에는 쇼군의 세속적인 권위 대신 천황 중심의 국가 체제라는 새로운 질서가 도래하고 있었다. 소년 천황의 조용한 승인은 이 거대한 권력 이동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였다. 늙은 대신들이 소년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마루에 이마가 닿는 둔탁한 소리가 이어졌다.


어소 주변을 둘러싼 사쓰마와 초슈의 병력들은 반격을 예상하며 경비를 더욱 삼엄하게 강화했다. 짚신이 얼어붙은 땅을 밟는 소리가 바스락거렸다. 칼집에 꽂힌 칼과 창이 부딪치는 작은 쇳소리만이 어둠 속에서 간헐적으로 울려 퍼졌다. 병사들의 몸에서 나는 땀 냄새와 화승총의 기름 냄새가 밤공기에 섞였다. 오늘 밤은 언제든 피를 흩뿌릴 수 있는 무력 정변임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냉정하게 인식했다. 교토의 차가운 밤거리에는 긴장된 침묵과 함께 무거운 숙명이 맴돌았다.


"지나가는 자는 베어라. 누구도 예외는 없다"

측근 무사 조장의 비웃음 섞인 나직한 명령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날의 선언은 일본이 낡고 봉건적인 에도 시대를 스스로의 손으로 마감하고, 서구 열강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편승하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흐름 속으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역사적 기점이었다. <메이지 유신>이라는, 후대 역사에 기억될 일본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 새로운 시대의 횃불일지, 수많은 피를 부르는 저주의 씨앗일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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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 머물고 있던 전 쇼군 요시노부가 이 소식을 듣기까지는 채 두어 시간이 안 걸렸다. 그는 옛 막부의 가신들과 함께 자신들의 시대가 끝났다는 절망적인 깨달음에 몸을 떨었다.


전해진 칙령의 문서를 읽은 요시노부는 곱개 접혀있던 서신을 바닥에 짓뭉갰다. 그리고 조용히 촛불 아래 섰다. 분노를 삭이는 그의 거친 호흡이 가신들에게 전달되었다. 대정봉환은 권력을 잠시 맡겨두는 자신의 고도한 정치적 계략이라 자부했거늘, 돌아온 것은 굴욕적인 폐위 통보라니. 모든 미련과 영향력이 완전히 난도질당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이내 떠오르는 모욕감에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칼은 내 손에 있다."

독백은 공허했으나, 눈빛만은 형형했다.


초대 쇼군 이에야스 때부터 유지되어 온 조선과의 평화가 곧 막을 내릴 것을 그날의 하늘도 직감하는 것일까? 그날 겨울의 달빛은 유난히 희미하고 서글펐다. 새로운 시대의 탄생과 함께 닥쳐올 혼란과 비극을 예고하듯이.





사진: Unsplash의 Mariko Ak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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