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어디에나 있다. 아니, 내가 그 지랄맞은 상사일 수도 있다. 오죽하면 지랄 총량의 법칙이란 말이 나왔겠는가. 일분이는 그나마 무수한 역사 속 '죽이고 싶은 정도의 상사'는 다행히 만나진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지랄맞은 상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약 5년 차에 들어간 회사에서 만난 상사다. 그(그녀)는 본인의 스케줄대로 움직여 우리는 항상 야근을 해야 했다. 가장 최악은 AtoZ를 다 잡는 스타일이었던 것. 처음엔 배울 점이라 생각하고 곧이곧대로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그렇다. 지랄 폭탄을 하도 맞다 보니 그의 앞에만 서면 몸이 경직되고 말이 안 나오는 것이다. 뒤에서 들리는 한숨 소리, 움직이는 소리 하나하나에 긴장하게 되고 '저 한숨이 나를 향한 건가?' 란 생각에 또 다시 경직되는 그런 나날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대처했나요? 라고 한다면, 별다른 대처법은 없었다.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고 보니, 그때의 내가 객관적으로 보이게 된 것 뿐인데... 지금처럼만 일을 했어도 저 지랄병을 밟아버렸을텐데, 아직 어리숙함에 고개 한 번 못 들었네. 라는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하아... 쓰다보니 거의 10년도 전 얘긴데 혈압이 다시 상승하는 듯 하다. 다시 정신 차리고
누군가, 혹은 내가 될 수도 있는 ㅈㄹ 상사는 어디에나 있고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 내 성격이 어떠냐에 따라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갈리는데, 일분이의 경우 내강외유여서 티 안나는 스트레스를 밤새 끙끙 앓다시피 했다. 만약 마이웨이 스탈이라면 어떤 상사건 무시할 수 있으니 속 편하겠지만, 대부분은 일분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뻔한 답이지만 '버티느냐, 피하느냐'다. 우선 대기업이라면 주니어보단 윗물이 짤릴 확률이 더 높다(혹은 윗물이 대리급이라면 이직확률이 더 높겠지). 버티면 적어도 나보단 그가 먼저 사라질테니 '최대한 익숙해져서 웬만한 지랄은 흘려듣는 경지'까지 올라가 보자. 업무적인 지랄맞음이면, 사실 2-3년 흐르면 내 실력도 업그레이드될테니 상사의 다그침도 잦아들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저런 윗물을 버텨내면, 어딜가든 더한 인간을 만날지라도 면역력이 생긴다. '내가 너보다 더한 인간도 이겨냈다, 너라고 다를쏘냐' 이런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반면, 일분이처럼 하루하루 피말리며 지옥같은 나날이 지속한다면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서워서 피한다기보다, 짧은 내 소중한 인생에서 걸러내야 할 찌끄러기들을 걸러내야 할 순간 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물론 굉장히 똑똑하게 피해야 하는데, 한낱 피조물인 저 인간때문에 내 스펙을 망치는 실수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분명 그에게도 배울 점은 있을 터이니, 최대한 단물을 쪽쪽 빤다고 생각하자. 생각이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의외로 크다.
이직을 하든 팀을 바꾸든, 똑똑하게 피하는 방법은 다음 기회에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