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다구 키우기
사수가 없다는 것은 크게 2가지 의미다. 내 보호막을 쳐 줄 가더가 없다는 것, 오히려 무적이 될 기회라는 것. 전자는 팩트고, 후자는 내가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스타트업은 팀별 인원이 1~2명정도일테니, 홍보팀을 나 혼자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10년 이상의 베테랑 경력이라면 문제 없지만, 주니어라면 매 순간 '이게 맞나?' 자문자답의 연속일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삽질 여러번 하다보면 조금씩 성숙해지겠지만, 그 삽질 줄여주는 몇 가지 팁을 풀어보겠다.
오브코스다. 우리 일이 무턱대고 기자들 만나야 하는 일이다. 홍보인의 메인 kpi가 언론홍보/기사 커버리지 아닌가. 이는 기자와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하냐로 판가름나는데 하물며 스타트업/중소기업이라면 기업빨이 약하기 때문에 더더욱 기자 만나는 데 8할을 써야 한다.
당근마켓, 마켓컬리, 배민 등 이미 스타트업을 뛰어넘은, 알만한 사람 다 아는 곳이라면 어느정도 자신감 장착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지극히도 당연히, 기자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질까? 내가 먼저 연락해도 될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하물며 사수도 없다면 무조건 내가 백퍼 부딪쳐야 한다.
TIP. 매체 리스트 만들기.
우선 일간지/경제지/전문지/온라인지 순으로 매체별 리스트업을 하고 네이버 기준 매체명을 찾아 넣는다. 그리고 내 분야의 기자를 우선순위 형태로 채우고 산업국별 대표전화로 연락한다. 해당 기자를 바꿔달라고 하면 거의 80%는 외근 중일 거다. 시간을 잘 맞춰야 하는데 대개 10시 전후가 적당하겠다. 아무런 껀덕지도 없을 때 어케 미팅얘기를 꺼내야 할까? 단순히 생각해보자.
'제가 00이 00 담당하는 000입니다. 앞으로 보도기사나 이런 거 많이 보내드릴 것 같아서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은데, 실례가 안된다면 찾아뵈도 될까요?' 이런 식의 리드가 무난하겠다.
소인도 아주 작은 기업, 스타트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기업명을 말하면 99%는 '네? 뭐라고요?'라고 3번을 외쳐도 잘 못 알아먹는 그런 곳이었다. 80%는 바쁘다고 끊고, 개인번호로 잘 연결해 주지 않거나, 이메일과 전화를 아무리 해도 답변조차 오지 않는 벽치고 메아리가 계속됐다. 사람인지라 거절이 반복되면 전화하는 순간 떨리기부터 한다.(차라리 안 받았으면... 싶을때도 있었다)
그러나 바닥치고나면 무서울 게 없듯, 이런 일들로 내성이 생기면 나중엔, 이보다 더 한 것도 했는데 하면서 이상기운이 솟아나게 된다.
1. 우선 좀 마이너 매체를 공략해 보자.
기업과 마찬가지로 매체도 대/중/소 이렇게 나뉘어지는데, 사실 예전에야 조중동조중동 지면지면했지, 요즘은 네이버 검색해서 나오는 매체면 ok 분위기다. 무턱대고 전화하기보다, 보도자료 한 번 돌리고 *RSVP를 한다.
* ‘참석 여부’, 프랑스어 répondez s’il vous plait의 줄임말로, 참석 가능한지를 묻는 단어. 보도자료 확인해 보셨는지요? 기사 게재 좀 부탁 드릴게요! 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얼굴도 안 비치고 누군지도 모르는 자의 보도자료를 써 줄 곳은 없다. RSVP 돌리면서 무조건 미팅 일정을 잡자. 저희 기업이 이러이러한 곳인데 만나서 소개드리고 싶다, 제가 처음 와서 기자님께 먼저 인사드리고 싶다, 앞으로 기삿거리 많이 드릴 것 같아서 얼굴 뵙고 싶다. 요렇게...
물론 기자들이 되는 기업만 쫓는 건 당연한 생리다. 하루에도 몇명의 취재원들 만나야 하니 우린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래도 요즘은 핫한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굴지의 스타트업에 대한 호기심, 기술력, 상품력 등을 궁금해하는 기자들도 많다.
일정을 단번에 잡는 건 욕심이고, 바쁘니 다음에 연락하자고 할 수 있다. 우선 연락이 닿았다면 무조건 개인번호를 받아놓자. 우리에게 기자 리스트는 자산이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리스트업해놓는다. 실례되지 않도록, 자리번호로 연락이 잘 닿지 않아서 그러는데 죄송하지만 개인번호 알려주시면 제 번호 남겨 드리겠다~ 그리고 안 바쁘실 때 다시한번 연락 드리겠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웬만하면 알려준다. 그리고 바쁘다고 한 사람은 무조건 일-이주 뒤에 다시 연락할 것. 우리는 끈질겨야 한다. 한 번 실패에 좌절하는 건 사치다.
그리고 10%만이라도 일정을 잡게 되면 성공. 한 번 이상 만났다면 기사 커버리지는 높아질 것이고 조금은 자신감 뿜뿜해질 것이다. 그렇게 장착된 자신감으로 더 높은 곳을 노리면 된다. 바로 메이저 매체다. 메이저로 갈수록 사실 아무 기사나 안 싣는다. 아무 기업이나 안 다룬다. 광고를 했거나 기사 가치가 있거나 기업 가치가 있는 곳만 취급할 것이다.
뭐, 반대로 생각하면 작은 매체도 대기업 만나기 어려워한다. 잘 안만나주니까. 입장은 또이또이다. 어쩔 수 없는 생태계이니, 누누이 말하지만 우린 낯짝이 두꺼워야 한다.
처음엔 낯이 안 두꺼우니 작은 일에도 뜨거워지기부터 할 것이다. 부글부글하고 쪽팔리고 민망해서 빨리 끊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통화로 한 얘기는 내 주변 사람들 아무도 못 듣는다. 그러니 나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 아무도 내가 무슨일을 겪었는지 모른다는 소리다. 이런건 너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희일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또한 내성이 생기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길.
2. 스타트업인데 위에선 조중동만 외쳐댄다면, 우선 CEO나 기업 스킬을 주제로 '인터뷰'로 먼저 접근하는 것을 권한다.
오히려 보도자료 백날 때려도 꿈쩍 않던 것이 '너희에게만 인터뷰'를 슬쩍 내밀면 어느정도 솔깃해 할 것이다. 그것이 유가가 되든 무가가 되든 (80% 이상은 유가가 될 수밖에...) 기업마다 상황이 다를테니, 어찌됐든 그렇게 한번 인터뷰 등이 진행되면 인맥으로 이어지고, 보도자료를 더 적극 실어줄 수도 있다. 이렇게 매체별 전략을 달리하는 것 또한 방법이 되겠다.
홍보인으로서 내가 내 기업에 자신없거나, 신입이라고 쫄아있거나 그러면 그런 대우만 받을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에 뛰어든 이상, 우린 동아리 선후배 관계가 아닌 서로 동등한 비즈니스관계가 된다. 몰라도 아는 것처럼, 아직 우리 기업이 작아도 대단한 것처럼, 쪽팔려도 쫄지말고 덤벼드는 자신감, 돈 드는 거 아니니까 항상 장착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