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3번쯤은...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3년같은 3달을 보냈기 때문이다.
새롭게 이직한 곳은 지금 현재 가장 핫한 IT 기업이다. 자세하게 쓸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
스타트업이지만 업계 랭킹 탑이며, 올 상반기 모든 이들의 관심이 쏠린 바로 그곳 중 하나다.
이렇게 한창 관심을 많이 받는 순간 입사하게 됐고, 언론홍보 팀장 직함을 달게됐다. (근데 팀에 혼자다...)
회사 시스템에 적응도 전에, 입사 첫날부터 부정이슈가 터졌고, 이걸 온몸으로 막아야 하는 건 당연히 내몫이었다. *신입도 아닌 팀장급으로 갔으면 적응이고 뭐고 없다, 무조건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언론이슈 대응을 웬만큼 해봤다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우선 아침 8시부터 기자들 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이 한달 간 지속됐다. 이런저런 이슈가 떠도는데 사실인가요? 시스템적 문제는 해결됐나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대응해야지 왜 그랬나요?
유관부서에 문의해보고 팩트체크를 해본다해도, 사실 홍보팀에서 대응할 수 있는 건 굉장히 제한적이다. 사실이어도 포장해야 하고, 사실이 아니어도 포장해야 한다. 무슨 말이냐하면,
팩트 체크 해보니, 우리 시스템 문제다?
> 업계에 늘상 있는 일이라면 절대 잘못했다, 우리 책임이다, 이런 인정성 발언은 금지. 먹잇감 찾는 하이에나 기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미끼도 없다. 말 한번 잘못했다가 살이 계속 붙으면서 '완전 부정적인 뉘앙스로 인정하는 메시지'가 나가게 된다.
나의 실수 1을 예로 들면,
시스템 오류로 소비자 피해가 있었지만 바로 해결된 케이스인데, 기자가 어찌저찌 알게 되어 확인여부를 물어옴. 만약 내가 업계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경우지만, 너무 순진하게도 '우리의 실수였고 ~ 블라블라' 했다. 이 말은 까기 좋아하는 기자의 장바구니에 쏙 담겨 '마치 너무나도 잘못한 기업'으로 기사가 떡하니 나버렸다.
만약 유연하게 대처했다면, '일시적인 시스템 오류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나, 바로 조치를 취해 소비자 불만을 해소했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류의 멘트를 날렸을 것이다.
나의 실수 2을 예로 들면,
간혹 감사보고서 등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요목조목 따지는 기자가 있다. 난 IR 경험이 없고 세부사항에 대한 지식이 없기에 이런 문의가 들어오면 당황부터 했다. 남이 보면 굉장히 어리숙하게 보였을 듯...
한동안 각 세부항목을 따지고 들며 공격하는 기자가 있었는데, 이럴 경우 모든 것에 응답할 필요가 없다. 저쪽에선 소비자의 알권리 어쩌구를 주장하며 기사화를 해야 한다는 등 갖은 협박 아닌 협박을 하지만, 감사보고서 (혹은 그 외 회사관련 된 것들)에 나온 내용들은 '대외비'가 상당하다. 우리가 살면서 경찰수사를 받지 않는 이상 모든 걸 외부에 발설 할 필욘 없다. 기자 입장에서도 기업이 밝힌, 혹은 외부 취재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만 기사를 써야 하는 것이지, 취재를 위해 홍보팀을 압박해선 안된다. 홍보인들은 아무래도 기자와의 관계에서 '을' 입장에 서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그러면 안됩니다!!!만...) 이렇게 압박하고 들어오는 기자들 앞에선 한 없이 작아지게 된다. 주니어라면 당연히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너 몸무게 몇 kg야?' 같은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즉,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될만한 일이 아니라면 홍보인은 입을 굳게 닫고 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 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기자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1) 내부적으로 확인해 보겠다고 하면서 계속 뭉개기. 연락이 올때마다 계속 확인 중이다만을 앵무새처럼 답하기. 답답하면 그대로 기사가 나가겠지만 정말 ㅆㄹㄱ 매체가 아니고서야 없는 말 지어내진 않는다.
2) 그 부분은 정확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대외비라 죄송하다... 이 말을 강조하기. 그래도 알려달라, 왜 숨기냐 등 훅 치고 들어올 수 있으나, 대충 전화를 안 받기도 하면서 이 또한 뭉개기. 그럼 기사에는 '관계자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등의 멘트로 나갈 것이다. 이 정도로만 넘겨도 좋을 순간이 있다.
3) 최대한 건조하게 답하기. ~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등 거의 무의미한 상투적인 답변으로 응대하는 것이 어쩔 땐 최선이다.
사실 실수를 통해 배운다지만, 경력자에게 있어 필드는 배움의 장소가 아닌 기량을 뽐내는 자리다. 난 입사하자마자 강펀치 10대를 맞으며 기업 이미지에 다소 안 좋을 수 있는 실수를 몇 번 했고, 몸도 힘든데 마음까지 더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됐다. 그런데 오히려 느슨하게 보낸 것보다 이런 시행착오를 더 일찍 맞으니, 내 숨어있던 능력치가 단시간 내 만랩까지 치솟기 시작했다. 생생한 사례들을 되짚어본 후,
투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