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빚쟁이가 된 느낌적 느낌
우선 홍보팀에선 부정기사로 협박하는 내용에 심장부터 뛰는 반사신경이 발달되어 있다. 그러나 나도 먹은 짠밥이 있은지라 뛰는 심장 부여잡고 해당 부서에 확인 메일을 보냈다. 이런 협박이 들어오면, 중요한건 해당 내용 그대로 보내기 보다는 이런저런 앞뒤 사정을 쓰고 그렇기 때문에 팩트 체크가 중요하다-라는 사족을 다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 기자가 뭣도 모르고 쑤셔보자는 심정으로 보낸 협박 메일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담당부서에 토스한 적이 있다. 담당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조용히 dm을 보냈고, 이건 정말 ㄱㄹㄱ 수준의 말도 안되는 질문인데 여기에 우리가 응답할 필요가 있나요? 시간 낭비인데? 라고 한 것이다.
만약 내가 업계 수준이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어느 정도 걸렀을 텐데... 입사 초기였기 때문에 그러지 못했음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그래서 이번엔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며 담당자에 이런저런 사족을 붙여 도움을 구했고 회의를 통해 '정말 별거 아닌 찔러보기 수준이구나'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우선 돈을 한 번 뜯어내겠다고 작정한 곳이라면 팩트여부 상관없이 무조건 기사를 지르고 볼 것이다. 그렇다면 내부 사정을 모르는 독자 입장에선 '정말 저곳이 저렇게 나쁜 곳이야?'라고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윗선에서도 '이거 괜히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데, 광고로 막을 수 있음?'라고 물어왔다.
그래도 내 홍보 경력 철칙 상 '정말 심각한 부정기사가 아닌 이상, 단순히 돈을 뜯어내기 위한 모략에 불과하다면 돈으로 절대 막지 말자'이기 때문에 난 당당하게 윗선을 설득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보낸 곳이고 절대 협찬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해당 부서와 논의해보니 우리가 잘못한 부분은 없고 당당하게 답변하면 될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윗선은 날 믿었고, 바로 해당 매체에 아주 심플하면서도 원하는 답변을 달아 메일링 했다.
그러고 몇 주가 지나도 추가 문의가 없었고, 그렇게 잠잠해질 즈음 다시 광고팀에서 줄기차게 광고요청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도 어이없는 협박이고, 안 먹힐바엔 수그려야 한다는 걸 안 것일거다.
기업과 언론은 공생관계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언론에 잘 보여야(?) 최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만들 수 있고, 언론의 경우 예전처럼 무조건 부정기사로 협박하는 시대는 지났다. 예산을 편성하는 기업 홍보팀과 우대 관계를 쌓고 '왜 협찬을 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성을 만들어줘야 기업에서도 돈을 움직인다.
이런 협박성 요구가 들어오면 시험에 든다. 사실 내 돈도 아닌데 굳이 스트레스 받을 일 있나? 그냥 협찬 한 번 해주고 말아? 하지만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든다. 한 번 해주면 이들은 분기 별로 똑같은 방식을 시도할 것이다. 그럼 '저기는 돈으로 기사 막는 곳이네??'란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 순간 기업 이미지는 안 좋게 되는 것이다.
홍보일을 하면서 사람 대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협찬 관련 업무다. 어디에 얼만큼 해야하나, 맘 상하지 않게좋게 돌려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란 내공을 연차가 올라가면서 더 높이 쌓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순간 빚쟁이가 된 듯한 생각이 들만큼 스트레스가 많지만 이 또한 내가 월급을 받는 이유다.. 라고 생각하면 또 그러려니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