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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빈 Jul 18. 2022

[끄적] 내 행동반응이 느려지는 언젠가

업무 외적인 얘기를 해보려 한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보고있는 시야나 생각이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금요일 퇴근 후 백화점 지하에 있는 2곳의 빵집을 들렀다. 역시나 대기줄은 길었고 역시나 계산을 기다리는 일은 귀찮았다.


우선 대기줄이 긴 이유 중 하나는 계산 외에도 할 것이 많다는 점이다. Paris크라상만 보더라도 할인+적립+계산이 들어가며 추가로 주차도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100원짜리 종이봉투를 구매할지 여부에도 대답해야 한다.


대기줄이 긴 이유 중 두 번째는 간혹 나이드신 분들에서 막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어디서 받은 쿠폰을 사용해야 하는데 잘 몰라서 물어보는 경우, 앞서 얘기한 할인과 적립카드를 물었을 때 선뜻 앱을 켜서 로긴하기에 아무래도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나도 그 날은 빨리 가야하는 일정이라 앞의 모습들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런데 평소에 하지도 않던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어느순간부터 계산하는 그 몇 초 몇 분마저 기다릴 수 없을만큼
조급함이 일상이 된 걸까.


사람마다, 혹은 나이에 따라 반응하는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조금 느리다 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고, 조금 느리다 해서 모르는 이에게 짜증을 내는 상황이 너무 당연시 된 것 같다.


기다리는 사람뿐 아니다. 해당 매장 계산대엔 2명의 점원이 있었다. 한 고객이 계산 도중 버거움이 있어 보였는데, 점원 중 한 명이 짜증섞인 목소리로 응대하는 것이다. 계산을 다 하고 나가다 할인을 다시 받겠다며 돌아오자 점원은 아예 대놓고 한숨을 셨다.


내 나이가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나도 언젠가 행동 반응력이 느려질테고, 그동안 익숙해진 빨리빨리 문화에서 벗어나겠지. 그럼 나도 저런 똑같은 취급을 당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님도 어디가서 저런 대우를 받지나 않을지 걱정이 들었다.


이전에는 짜증과 조급함 속에 가려져 나오지 않던 생각이 한번 드니, 그 다음부터 '그럴 수 있지, 몇 분 빨리 간다고 인생 변하지 않는다'란 마음이 생겼다.


사소한 일상이었지만 새삼스레 깊은 반성을 하게 된 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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