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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언어

네덜란드 오텔로

by 요히


마주친다. 울타리 속 다른 것들과는 다르게. 기차역에서 흐릿하게 서있는 이를 바라보며 기억하려 애쓰는 것처럼. 한 발 한 발 다가온다. 콩의 크기이던 넌 지우개만해지더니 피아노 의자처럼 서있다. 내가 낯설지 않은가. 아니면 낯설어서 다가온 걸까. 서로를 바라본다. 말 없이. 말은 있을 수도 없다. 너와 나는 대화를 나눌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 맑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다. 콩만한 네가 네 콩만한 눈으로 콩만한 나를 보고 있을 때도 그 눈은 빛나고 있었다. 눈으로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무엇을 바라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지만 눈은 아니라고 답한다. 울타리 밖으로 나가고 싶냐는 질문이 스치지만 눈은 이번에도 아니라고 답한다. 부르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랬었나 하고 떠올려 본다. 그랬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보러왔다고.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고 답한다. 곧 도착할 버스가 머리에 스친다. 마음은 나보다 앞서 너를 정리한다. 눈으로만 나눈 대화가 아쉬웠는지 덧붙인다. 너는 모를 언어로. 갈게. 알아듣지 못할 말을 들은 너는 머지 않아 이해한다. 보낼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면서. 묘하다. 너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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