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 <노력>
넌 오늘보다 내일 날 더 사랑한대
난 내일보다 오늘 더 사랑할 텐데
파도가 쳤다. 멈추는 걸 모른다는 듯이. 바람도 불었다. 부는 걸 잠시도 멈출 수 없다는 듯이. 바다를 등지고 그는 노래했다. <노력>. 제주의 한 테두리에서.
누구든 그곳의 첫인상이 나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단지 그 섬을 한 발 디딜 뿐이었는데도 자유를 느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잊고 싶은 모든 걸 잊게 했다. 야자수, 하늘, 바람, 바다와 파도 이 모든 게 완벽하다는 걸 느꼈던 걸까. 이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공연을 좋아했다. 왠지 그 푸른 곳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싶었다. 마침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이 있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제주는 생각보다 더 특별한 곳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봄이라는 계절만 있을지도 모르는 특별한 장소. 그날은 그만큼 포근한 날이었다. 하늘은 하늘색이었고 바다는 바다색이었다. 하늘과 바다가 같은 색이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풍경이 펼쳐진 세화해변이었다. 공연이 시작된다. 나는 단연코 가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다. 문해력의 문제일지 모른다. 가사가 좋은 노래조차도 음악만을 듣는 사람이 나다. 가사가 어떻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바로 흘려버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인 내게 그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그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노래했다. 그는 내게 가사가 들리게 한 첫 번째 아티스트였다. 박원이었고 <노력>이었다. 너 대신 친구를 만나고 대화가 끊기고 널 다른 사람과 겹쳐 본다는 이야기는 나와 같았다. 너를 사랑했지만 사랑하지 않은 나의 이야기였다. 노력해 봤지만 안 되는 꿈을 붙잡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노력해 봤지만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그게 너와 나였다.
이제야 그 사람은 어떤 사랑을 했을까 싶다. 도대체 어떤 사랑이었길래, 가사를 듣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의 귀에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그의 곡을 나는 여전히 듣는다. 사랑했던 아니 여전히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당신도 나를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며. 내게도 당신에게도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우리를 그리며. 나는 당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당신에게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며,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이고 그런 사람이라는 걸 들리지 않을 당신의 귓가에 속삭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