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씀에 무슨 큰 이유가 있겠냐만은, 그래, 어느 정도 감정상의 이유가 있을 터.
단순히 내가 슬프거나 기쁠 때, 그걸 기록하기 위해서의 이유이고-
여러 표현들을 이리저리 맞춰보며 언젠가 재미난 발상에 뿌듯해하며 누군가 읽어줬으면, 그리고 공감해줬으면 한다.
그래선지 낯선 표현들이 좋고, 더는 쓰이지 않는 옛된 표현들을 찾을 땐 누가 볼세라 노트에 적곤 한다.
부끄럽지만 나는 글을 씀에 진심인 게 아니라 이런 낯선 표현들로 해보는 말장난들에 꽤나 진심인 편이다.
그래서 긴 글보단 짧은 글귀들이 편하고, 대서사를 꾸리는 걸 즐기진 못한다.
내겐 스스로가 독자인 셈이다.
허나 아주 까탈스러워, 서점에 갈 새면 한참이나 이 책 저 책 기웃거리고 만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면 주저 없이 책장 가장 잘 보이는 데로 모셔오고 말이다.
누구나 내 글에 공감해주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간다.
내 글은 내 최고의 기쁨이니, 언젠간 어느 아무개의 마음도 간질였으면 한다.
나는 이곳저곳 뒤적거리는 아무개 씨를 즐거이 반긴다.
우연히라도 당신들에게 기쁨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