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까지 감정이 닿아본 적은 없다.
그런 경험을 해 본 적 없으니, 내 감정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다.
이대로 쭉 쭉 소모해 나간다면 언젠간 닳아 없어지지 않을까-
그러다 영화 한 편에, 커피 한 모금에 금세 기분전환이 돼버린다.
기분전환의 단점은 내가 그토록 벗어나지 못했던 그 순간 그 감정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냥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어땠을까-' 후회가 겹친다.
감정을 소모하는 데 자신이 없다 보니 어느샌가 감정을 아끼고 있는 자신이다.
매일을 똑같이 살아가보려고 한다.
그러면 이때 여기서는 조금 더 감정을 보여도 괜찮아- 하며 깨닫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지쳤을 때 행복할 수 있고,
지루함을 평온함이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을 되돌려 오늘 하루를 다시 살아본다.
그러면 어느샌가 소모되었다고 느낀 감정들이, 종이 뒷면처럼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여올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