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에 묶인 코끼리
겨우내 이어지던 눈발이 희미해졌다.
겨우 추위에 적응해낸 이 몸은 그저 햇살이 밉다.
한겨울엔 더위가 그리웠다.
그러다 내리는 뙤약볕 아래로 눈서리가 그립다.
나는 극복하기보단 적응해내는 편이다.
첩첩산중을 넘는다기보단 단풍 어린 계곡을 찾아내는 편이다
이렇듯 희망이란 독이다.
겨우 합리화한 현실에 가능성을 보여주면
이 세상 그 누가 기대를 품지 않겠는가.
이대로 살아가게 내버렸다면 없었을 슬픔이다.
여태 몰랐을 기쁨이다.
그 무수한 빛에 그만 눈이 멀어버려
이젠 더는 뒤를 돌아볼 수가 없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