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게 시든 그 꽃입니다.

by 준수

뻔하게 시든 그 꽃입니다. 그러니 덜 슬퍼야 할 텐데요.


어제도, 분명 그 어제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꽃이 시드리란 걸요.

하지만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믿으며 그저 영원할 거란 헛된 꿈을 꾸었어요.


흐른 시간 속에서 마주한 오늘 아침, 여느 때와 같이 따분한 햇살에 눈을 떠 탁자 위를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더는 어제의 시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할 오늘의 시간이 남아있었죠.


"아-"


순간 제 입 밖으로 튀어나온 탄식은 무슨 뜻을 품었을까요. 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그저 옛적에 숨죽이며 떠올려본 것보다, 백배는 뚜렷한 형상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켰어요.


분명 안 슬퍼야 할 텐데요. 알고 있었단 말이죠, 이 뻔한 엔딩을.

그런데도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 그것만큼 뻔한 눈물이 흐르네요.


또다시 흙으로 돌아가 또다시 새로운 꽃으로 필 이 주검은, 대체 얼마나 많은 눈물들을 봐왔을까요.


수많은 이들의 시간 속에서 살아온 이 꽃은 얼마나 많은 결말을 맞아왔을까요.


헤아릴 수 없어 그저 눈물겨워볼 뿐입니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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