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변곡점에서의 의미 있는 도전 -
Part 2에서는 흑인 여성 최초의 NASA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메리는 계산원으로 일하던 중 머큐리호 엔지니어팀에 발령받게 된다. 엔지니어팀 팀장인 질린스키는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다. 질린스키는 메리에게 “엔지니어 훈련 프로그램에 공석이 생겼어. 엔지니어의 마인드를 가진 자네 같은 사람은 엔지니어가 돼야 해. 남은 일생을 계산원으로 살아서는 안돼”라고 말한다. 이에 메리는 “나는 흑인 여성이다. 불가능한 일에 시간을 쏟지 않겠다”라고 말한다. 흑인이며 게다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생 변곡점에서의 도전
어떤 사람 어떤 조직이라도 한 단계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맞이하게 된다. 인텔의 전 CEO인 그로브(Andy Grove)는 이러한 시점을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s)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곡점에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창출하고 적절히 대응한다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 시점은 메리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질린스키는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포기하는 메리에게 “자기는 나치 수용소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폴란드계 유대인이지만 인간을 달에 보내는 우주선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불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한다. 결국 메리는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물론 가족도 흑인인 메리가 여성 엔지니어가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헛된 노력을 쏟지 말라고 그녀를 만류한다. 하지만 마음을 정한 그녀는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자유는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요구해서 쟁취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의지를 불태운다. 현재에 안주하거나 어렵다고 포기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놓치게 되고 영영 후회할지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에 있어 변곡점은 새로운 경쟁자, 기술 등의 등장으로 인해 산업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주로 발생한다. 비즈니스에 있어 변곡점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타임지는 20세기를 마감하는 1999년에 헨리 포드, 월트 디즈니, 빌 게이츠, 아키오 모리타 등 20세기를 움직인 20인의 비즈니스 리더들(Builders and Titans)을 선정하였다. 여기에 선정된 리더들의 가장 공통된 특징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기존 환경의 틀을 깨고 새로운 대도약(Quantum Leap)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판단되면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가지고 도전했다는 것이다. 탁월한 비즈니스 리더들은 추진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이에 도전하여 실행해 나가는 결단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아버지에 이어 IBM의 CEO가 된 토마스 왓슨 2세(Thomas Watson. Jr.)는 IBM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1964년 그는 시스템/360 컴퓨터 라인을 개발하였다. Fortune지가 5억 달러의 도박이라고 불렀던 이 프로젝트는 스캘러블 컴퓨팅(Scalable Computing: 소규모 컴퓨터 시스템을 구입한 후 사업이 성장하면 사양을 추가하는 개념)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기업들은 이 시스템을 열렬히 환영하였고, 그 후 20년 동안 IBM은 IT 분야 산업을 완전히 장악했다. 스테펜 벡텔(Stephen Bechtel)의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의 U-보트 공격으로 연합국의 상선들이 여러 척 침몰하게 되자 미국 정부는 60척의 배를 벡텔사에 위탁하였다. 문제는 회사가 한 번도 배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벡텔은 “크게 생각하면 규모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과감하게 그 프로젝트를 실행하였다. 벡텔은 전쟁 기간 중 약 560척의 배를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사세가 크게 확장된다.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여 설득
엔지니어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엔지니어 육성 과정에 지원하였지만 담당자는 엔지니어 프로그램에 여성 훈련자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메리는 자격 있는 후보자라면 해당 포지션에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한다. 그러자 담당자는 학사 학위 이외에 고급 강좌를 들어야 자격이 주어진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강좌가 열리는 학교가 흑인의 입학이 허용되지 않는 백인 전용 학교라는 것이다. 메리는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다. 문제는 판사를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것이다.
판결일 당일, 판사는 아직도 분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버지니아주에서 흑인 여성이 백인 학교에 다니는 게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냐고 질문한다. 메리는 판사에게 “사람들 전부는 ‘최초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저는 나사에서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가 될 계획이다. 이는 백인 학교에 출석해야만 이룰 수 있다. 피부색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판사님의 선택이 있어야만, 내가 최초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오늘 심리하는 모든 케이스 중에 100년 후에도 중요하게 남을 심리는 무엇일까요? 어떤 심리가 판사님을 ‘최초’로 만들까요?”라는 질문으로 말을 맺는다. 메리는 야간 과정 입학을 허가받는다.
모건 하우절이 지은 ‘불변의 법칙’을 보면 인센티브가 가지는 강력한 힘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관점에서 판단하고 행동한다. 반면 불이익이 주어지면 특정 행동을 피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벤자민 프랭클린은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이성이 아니라 이익에 호소하라”라고 말했다. 인센티브는 사람들의 행동과 믿음을 정당화하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밑거름이라는 것이다. 메리는 이 판결을 통해 버지니아주 최초의 의미 있는 판결을 내린 판사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는 인센티브로 판사를 설득하였다. 만약 메리가 사람은 평등하기 때문에 자신이 입학해야 한다는 등의 본인 입장의 정당성만을 주장했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인생의 변곡점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도전은 필요하다. 하지만 도전한다고 언제나 성과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 상사, 동료 등 성과 창출과 관련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상대방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 방어심리가 낮아지고 자연스럽게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따라서 설득을 할 때는 자기가 생각하는 논리, 정당성뿐만 아니라 설득해야 하는 상대방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무엇인가를 언제나 함께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