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하들의 성과를 좌우하는 뚜껑의 법칙-
Part 3에서는 천부적인 수학 능력을 가진 캐서린 존슨에 대해 알아보자. 캐서린은 어릴 때부터 탁월한 수학적 재능을 선보인다. 하지만 당시 그녀가 자란 지역에서는 8학년 이상의 흑인 학생들에게 공립 교육을 제공하지 않았다. 캐서린의 재능을 아까워한 선생님은 주에서 유일하게 흑인들에게 8학년 이상 수업을 제공하는 웨스트 버지니아 공립고로 진학하기를 권유한다. 선생님들은 캐서린네 가족이 거기서 자리를 잡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돈을 걷어 지원한다. 캐서린은 웨스트 버지니아 주립대를 졸업하게 된다.
역량은 탁월한데…
NASA에 들어간 캐서린은 메리 잭슨, 도로시 본 등과 함께 계산원으로 일한다. 그러던 중 우주 계획을 총괄하는 STG(Space Task Group)에 해석기하학에 능통한 인물이 필요해지자 그녀는 흑인 최초로 해당 부서에 배치된다. 그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서에서 근무하게 됐지만 일을 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배치받은 첫날 사무실에 들어서자, 동료들은 그녀가 청소부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직속 상사인 폴 스태퍼드는 그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캐서린에게 제공되는 보고서는 주요 숫자를 매직으로 가려진 채로 제공되어 제대로 된 분석을 하기가 어려웠다(이 장면을 보면 영화 제목이 '숨겨진 숫자들'과 '숨겨진 사람들'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녀가 주도적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그녀의 이름을 올리는 것도 허용되지 않아 그녀의 사기를 떨어트린다. 또한 유색인종을 위한 화장실이 없어서 예전에 일했던 건물까지 먼 거리를 오가야 했기 때문에 장시간 자리를 비워야 했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굳어진 유색인종에 대해 가지는 무시와 차별,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일하는 방식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캐서린은 이러한 난관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재능이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크리스 랭건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랭건은 IQ가 195에 달하며 어릴 때부터 독학으로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고, 대학 수준의 교재를 스스로 공부한 천재였다. 문제는 랭건은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고, 부모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랭건은 전액 장학금을 제의한 리드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가 재정 지원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서 장학금이 연장되지 않았고, 결국 그는 학비를 조달할 방법이 없어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후 랭건은 다시 몬태나 주립대학에 입학했다. 통학을 하며 수업을 듣던 중 원거리 통학에 사용하던 차가 고장 나자, 그는 오전에 듣던 수업을 오후에 듣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는 그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고, 그는 다시 학교를 그만둔다. 이후 랭건은 먹고살기 위해서 건설현장, 공장근무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만 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랭건의 사례를 통해 성공은 단순히 높은 IQ나 재능이 있다고 해서 달성되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정환경, 사람 간 관계를 통한 상호 신뢰와 협력, 적절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여건 등이 조화를 이루어야 천재성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뚜껑의 법칙, 좋은 리더를 만나다
캐서린은 자신이 보다 효과적으로 업무를 하기 위해 조직의 부조리에 대해 조금씩 문제를 제기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면 허공을 맴도는 메아리가 될 뿐이다. 그런데 캐서린에게는 알 해리슨이 있었다. STG 조직의 총책임자인 해리슨은 실력만 있으면 인종이나 성별에 관심을 두지 않는 원칙주의자이다. 그가 캐서린이 멀리 떨어진 유색인종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자리를 오래 비울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 표지판을 쇠지렛대로 부수고 “여기 나사에서는 모두 같은 색의 소변을 본다(Here at NASA, we all pee the same color.)”라고 외치는 장면은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준다.
해리슨은 캐서린이 데이터의 절반이나 지워진 보고서를 토대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서 시험 로켓의 궤도 비행 이탈을 계산해 낸 것을 보고 그녀를 인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숫자를 지우지 않는 온전한 보고서를 주라고 말한다. 보다 정확한 계산을 위해서는 국방성 브리핑에 참가해야 한다는 캐서린의 요구에, 여성 참여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주변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참석하도록 결정한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현재 데이터로 계속/중지(Go/No-go) 의사결정에 필요한 계산이 가능하냐고 질문하자, 해리슨은 캐서린에게 백묵을 건네주며 보여주라고 말한다. 캐서린은 칠판에 거침없이 수식을 펼치며 계산을 해냄으로써 위원들의 인정을 받는다. 또한 IBM의 계산 오류로 문제가 생기자 캐서린은 발사 직전 최종 좌표를 정확하게 재계산하여 로켓 발사에 큰 공을 세운다. 이에 해리슨은 우주선 발사 상황실에 캐서린이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해리슨의 사람에 대한 가치관은 기존 관행, 그리고 피부색과 성별에 따라 역할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캐서린의 상사 스태퍼드에게 한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당신 일이 무엇인지 알아요? 천재들 중에서 진정한 천재를 찾아내는 거죠.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모두의 성과를 높이는 겁니다. 모두 함께 오르지 못하면 우리는 정상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리더십 교육 전문가인 존 맥스웰은 개인의 리더십 능력은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본인과 그 개인이 맡고 있는 조직의 성공 수준을 결정한다는 뚜껑의 법칙(The Law of the Lid)을 제시하고 있다. 리더십 역량이 개인과 조직의 성공 수준을 결정하는 뚜껑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캐서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조직에서 일하는 개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보상은 리더십이 탁월한 상사와 일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리더가 이를 인정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해주지 않으면 그 개인이 큰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만약 캐서린에게 해리슨이 없었더라면 그녀의 재능은 시들어 버리고 말았을 것이고, 영화 제목처럼 그녀는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부하의 능력과 열정을 높이는 리더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완벽한 리더는 사실상 없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무조건 불만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리더를 바꿀 수 없다면 개인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새로운 기술 습득 등을 통해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 구성원들이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미개발 능력을 일터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이끄는 뚜껑 없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