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튼 리더십의 원칙과 오늘날 조직에의 시사점 -
영화 ‘패튼 대 전차군단(Patton, 1970년 제작)’은 제2차 세계대전의 뛰어난 지휘관 중 한 명인 동시에 논란도 많았던 조지 S. 패튼 장군의 활약상과 인간적 면모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당시 평단과 관객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아카데미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작품상을 포함해 7개 부문을 석권했다.
흥미로운 점은 패튼 장군 역을 연기한 조지 C. 스콧은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수상을 거부했다. 그는 배우들끼리 순위를 매기는 시상식 자체를 거부하고, 시상식 당일 집에서 하키 경기를 시청했다고 한다. 영화 속 패튼과 같이 주관과 고집이 뚜렷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패튼의 연설로 시작한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패튼의 전쟁 철학을 보여주는 장면이며, 오늘날 조직 운영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주요 포인트를 살펴보자
명확한 목표: 승리
패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를 전쟁의 목표로 명확/단순하게 제시한다. 전쟁은 절대적으로 승리의 게임이고, 그렇기 때문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전쟁에서 죽는 놈은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미국인은 승자만을 원하고 패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미국인은 이기려고 게임을 한다. 지고도 웃는 사람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
패튼은 전쟁의 목적을 단 하나, 승리해서 살아남는 것으로 단순화함으로써 모호성을 제거하고 행동 방향을 명확히 하였다. 이를 통해 휘하 군인들은 '해야 하나?'가 아니라, ‘어떻게 이길까'로 사고가 전환될 수 있다. 혼란이 감소되고 명령 이해도도 높아지는 것이다.
동기부여 이론 중에 목표 설정 이론(Goal Setting Theory)이 있다. 목표 설정 이론은 인간의 의식적인 목표가 인간의 사상과 행동을 지배하므로 업무와 관련된 동기부여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객관적이고 명확히 정의된 도전적 목표는 구성원들에게 바람직한 성과 유형을 제시하고 노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제시된 목표 달성 과정을 통해 개인 및 집단의 성과가 향상된다는 것이다.
목표 설정 이론이 구체적으로 개념화되어 학문적으로 제시된 시기는 1960년대 후반 ~ 1970년대 초이기 때문에 패튼이 이 이론을 접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패튼은 목표가 행동 에너지의 방향과 강도를 결정한다는 사실, 그리고 전장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단순성이 곧 실행력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승리의 원천: 개인이 아닌 팀
패튼은 전투가 개인이 아닌 팀으로 행해지며, 개인주의는 전투의 효율을 떨어트리는 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군대 내에서의 규율/원칙을 중시했고,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소를 용납하지 않았다.
“군대는 하나의 팀과 같다. 한 팀으로 먹고 자고 싸우는 거다. 개성이고 뭐고 하는 건 쓸데없는 개소리다. 신문에 그 따위 말을 쓰는 작자는 진짜 전쟁이 무엇인지 쥐뿔도 모르는 인간들이다.”
미군은 튀니지 카세린에서 독일군과 전투를 벌였고, 1,800명의 병력이 사망하는 등 참패한다. 미군은 유능한 지휘관이 필요했고, 그 답은 패튼이었다. 부임한 패튼은 패배 원인을 기강이 무너졌기 때문이라 판단하고 병사들의 군기를 바로잡기로 결심한다. 각반, 철모, 넥타이, 구두 광택 등 복장의 완벽함을 강조했고, 불량하면 2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흐트러진 복장을 흐트러진 전투 준비 태세라고 보았고, 보이는 질서가 보이지 않는 규율을 만든다고 판단한 것이다.
패튼은 또한 전체 구성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병사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자해를 한 병사들을 병원에서 즉시 내보내라고 이야기했고, 전투 신경증 환자는 병원에서 받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패튼은 야전 병원을 방문하던 중 전투 신경증을 앓는 병사의 뺨을 때린 다. 그 병사가 겁쟁이였고, 그런 겁쟁이를 부상당한 군인들 앞에 둘 순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쟁의 공포를 이기는 강한 심리 장치 중 하나가 바로 ‘동료 결속’인데, 겁쟁이는 동료 결속을 망치고 옆에 있는 동료에 대한 책임감을 낮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문들은 패튼을 비난했지만, 여론 조사 결과 89%가 그의 행동을 지지했다. 지지 편지 중에는 ‘제 아들이 당신의 군대에 있어 자랑스러워요’라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패튼은 지휘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승리의 방식: 끊임없는 진격
패튼은 속도가 곧 전투력이라 생각했고, 이를 통해 적에게 판단/재편성 시간을 주지 않고 전장의 주도권을 계속 쥐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방어보다 끊임없는 진격을 강조했다.
“진지를 고수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그건 독일 놈이나 할 일이다. 우린 끊임없이 진격할 거고 진지가 아닌 적을 움켜쥘 거다.”
이러한 그의 전쟁 태도는 벌지 전투에서 잘 볼 수 있다. 1944년 12월, 독일군은 아르덴에서 대규모 반격을 시작했고, 101 공정사단이 바스톤에 고립된다. 패튼은 48시간 안에 3개 사단의 이동 방향을 전환, 160킬로미터를 진격하여 바스톤을 구출하겠다고 약속한다. 혹독한 겨울 날씨 속에서 휴식도 따뜻한 음식도 없이 병사들은 진군했고, 마침내 바스톤을 구출하고 독일군을 격퇴한다. 패튼의 부대는 미국 역사상 최단 시간에 최대 거리를 이동한 기록을 세웠다. 기회가 보이면 즉시 공격, 속도가 곧 전술, 주도권이 최고의 무기 등 수성보다는 끊임없는 진격을 꾀하는 그의 철학을 실행으로 보여준 것이다.
주도권을 쥐기 위해 끊임없이 진격하고자 하는 패튼의 철학은 현재 기업의 조직 운영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현재 시장에는 혁신적인 제품/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행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결국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특히 환경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때를 기다리다 보면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를 신속하게 출시하고 시장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확장하는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패튼의 원칙은 현재에도 중요한 것이다.
오늘날 리더십에 대한 시사점
패튼의 단순하고 명확한 목표 설정, 높은 기준과 규율 중심의 팀 운영, 결단력과 속도 중심의 진격 등은 오늘날 기업의 리더들에게도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패튼은 분명 카리스마가 있었지만 공감과 배려가 부족하고, 정치적 감수성이 약해 조직 내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또한 그는 명령 중심의 일방 지시를 하는 권위주의적이고 어찌 보면 공포로 조직을 다스리는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패튼은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경우가 많았다.
패튼이 리더십을 발휘했던 군 전시 상황과 오늘날 기업 환경은 다르다. 지금의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환경하에서 리더가 모든 것을 알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구성원들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현시점에 일방적 명령을 통해 구성원을 동기부여하고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심리적 안전, 자율성, 피드백을 통한 학습 등의 조화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지속적 몰입과 자율적 헌신 기반의 건강한 고성과 조직으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