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쇼트 Part 1』: 초읽기에 들어선 금융 위기

- 마이클 버리는 어떻게 금융위기를 예측했는가? -

by BYC

영화 빅 쇼트(The Big Short)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의 동명의 책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금융 시스템과 실물 경제로 확산된 대규모 경제위기이다. 이 사태로 인해 미국 4대 투자 은행 중 하나인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했고, 보험회사 인 AIG는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구제 금융을 받는 등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붕괴위기까지 갔었다.


금융 용어로 쇼트(Short)란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전략을 의미한다. 따라서 빅 쇼트는 주택시장 붕괴로 인해 가치가 떨어질 주택담보대출 기반 증권에 대해 하락(부도)에 베팅하는 대규모 숏 포지션 전략을 의미한다. 영화는 복잡한 금융상품에 숨겨진 부실을 간파한 몇몇 투자자들이 주택시장 붕괴에 베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타오르는 위기의 도화선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을 되짚어보면 1970년에 처음 발행된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주택저당증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MBS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바탕으로 발행된 유가증권을 말한다. 주택 대출의 경우 대출자가 중간에 싼 이자율로 갈아탈 수 있고, 중도 상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현금 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금융기관이나 사람들은 모기지 채권을 구매하지 않으려고 한다. 따라서 MBS는 대출한 모기지를 묶어 ‘풀(pool)’을 만든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채권 형태의 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자금 흐름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초기 MBS는 신용이 우수한 모기지를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점차 신용 등급이 낮은 차입자에게 제공된 주택담보대출,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를 기초자산으로 한 MBS가 1980년대 말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대출을 받는 사람의 신용 등급은 크게 Prime, Alt-A, Subprime의 3단계로 구분된다). 특히 1990년대 미국 정부는 미국 국민의 주택보유율을 높이고자 서브프라임 대출을 크게 장려하였고, 이에 따라 서브프리임에 기반한 MBS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초반이 되면서 다수의 MBS를 묶어서 만든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가 나타난다. CDO는 여러 종류의 부채(대출채권)를 한데 묶은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새롭게 발행한 구조화 금융상품이다. 기업 채무를 기초자산으로 한 반면, 2007년 CDO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즉, 부실한 주택대출을 모아 MBS를 만들었고, 그 MBS를 다시 묶어 만든 상품이 CDO인 것이다. CDO는 트리플 B 등급 증권을 무한히 흡수하고 트리플 A 등급 증권으로 재포장되었다. 트리플 A 등급으로 재포장된 CDO는 은행과 연기금을 포함한 모든 투자자들이 구매하려 하였다.


금융위기를 불러온 또 하나의 기폭제는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왑)이다. CDS는 본질적으로 채무불이행을 대비하는 보험이다. 대출 기관은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채무불이행자가 나올 확률을 판단, CDS 구매한다. 거래상대자는 대출 기관에 CDS를 팔고 수수료(Premium)를 받는다. CDS는 대출·채권 보유 위험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어떤 대출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준다. 즉, CDS 프리미엄 상승하면 시장이 부도 위험을 높게 본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CDS는 금융위기에서 CDS는 위험 증폭 장치로 작동했다. 부실 대출이 포함된 증권이 늘어나고, 그 위험을 CDS로 덮고, 다시 CDS를 기반으로 추가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주택시장이 붕괴되면서 지급 의무가 폭증되었고, 이는 결국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된 것이다. 당시 CDS를 가장 많이 판매하였던 AIG는 결국 미정부의 보조금으로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전 세계 경제를 붕괴시킨 금융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그 어떤 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했다. 물론, “대출채권을 증권으로 만들어 파는 시장이 생긴 이후 대출기관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해도 상관없게 됐다. 대출 건전성이 떨어지면 시장에서 파는 MBS는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경고는 이미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잔치를 즐기느라, 이러한 경고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이클 버리, 데이터는 진실을 알려준다는 것을 보여주다


영화는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이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이 말은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의 주택시장은 절대 전국적으로 하락하지 않는다고 신념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의 집단적 착각을 꿰뚫고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본 사람이 바로 크리스턴 베일이 역할을 담당한 마이클 버리(Michael J. Burry)이다.


2005년, 버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관련 데이터와 심지어 변호사가 아니면 아무도 읽지 않은 정관을 전부 읽기 시작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는 MBS의 65%가 AAA등급이라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험한 서브프라임 변동금리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대다수 대출들이 2007년 낮은 고정금리 적용기간이 끝나고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구조적으로 대규모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버리는 현재 활황세의 주택시장을 지탱하는 건 이런 부실 대출이며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투자 기회를 알아채기 전에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자신의 상사에게 말한다. 그는 다수의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을 찾아가 MBS를 대상으로 매달 보험료(프리미엄)를 지급하지만 부도 발생 시 거액을 수령하는 CDS 설계를 요청했다. 월스트리트 담당자들은 “수백만이 모기지론을 안 갚아야 부도가 나는 채권인데 역사상 그런 일은 없었다”라고 말하면서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데이터 분석은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어디서 병목이 생기는지, 어떤 변수가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증상이 아니라 원인에 접근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을 통해 숨은 패턴과 구조를 발견할 수 있고, 예측 기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버리 역시 심도 있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브프라임 채권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본질과 대처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데이터가 모든 불확실성을 알려줄 수 없지만, 데이터 분석은 의사결정의 기본이며 의사결정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회적 시그널을 거부한 역발상적 통찰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책을 보면 마이클 버리는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지능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서툴기 때문에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렵다고 한다. 동시에 관심 있는 특정 분야에 대한 강한 몰입도를 보인다고 한다.


페이 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를 설립한 피터 필(Peter Thiel)은 그의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것처럼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사람이 지금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오히려 유리해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뻔한 곳을 놓고 경쟁하는 무리들 속에 휩쓸리지 않고 역발상의 혁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마이클 버리가 부동산 불패라는 사회적 시그널을 무시하고 일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의 상사는 버리가 이렇게 미친 사람처럼 날뛸 줄은 몰랐다면서 투자에 대해 불안해했다. 투자자들은 항의를 하면서 자신의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주택시장 폭락에 돈을 거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버리는 일반적인 생각을 보면 어리석은 투자가 맞지만, 모두 틀렸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갔다. 사회적 압력을 거부하는 것은 때로는 고립이 아닌 창조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춘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라는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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