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바움이 금융위기를 인식한 방식 -
Part 1에서는 마이클 버리는 분석을 통해 금융 위기를 예측했다. 그는 미국 부동산 시장이 전국적으로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부분 사람들의 믿음에 의문을 표했고, 타 기관이 평가한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주택저당증권),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의 신용등급을 신뢰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수천 건의 모기지 대출의 세부 데이터를 분석하였고, 대출자의 소득, 상환 조건, 금리 구조를 일일이 확인하였다.
사회적 시그날에 얽매이지 않고 기초 데이터를 매우 깊이 분석하여 앉은자리에서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확보한 사람은 마이클 버리가 거의 유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버리의 방식 외에 위기의 징후를 알아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영화에서 마이클 버리와 다른 방법으로 금융 위기를 예측한 사람이 있다. 바로 마크 바움이다.
잘못 걸려온 전화, 기회를 검증
마이클 버리는 실제 인물인 반면, 마크 바움은 참고한 모델은 있지만 가상의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바움은 시스템 부패에 분노하는 윤리적 시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존 인물의 발언과 행동을 그대로 재현할 경우, 사실 관계 논쟁이나 명예 훼손 등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해서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것으로 판단된다.
영화 속의 마크 바움은 펀드 운용팀에서 팀을 이끄는 펀드 매니저이다. 그런데 같은 빌딩에 있는 유사한 업종에 있는 다른 회사를 찾는 전화가 그의 팀으로 계속 잘못 걸려온다. 그 전화의 용건을 알아보니 모기지 채권을 공매도(개인 혹은 단체가 주식, 채권 등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행위, 특정 자산의 가격이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할 때 실행하는 투자 전략) 하라는 내용이었다. 활황 중인 주택시장의 움직임과는 반대로 베팅하라는 이야기였다. 관심이 생긴 바움은 담당자를 만나기로 한다.
도이체방크 소속 트레이더인 담당자 베넷(모델 기반의 가상 인물)은 부도율이 8%면 채권이 부도가 나는데, 주택담보채권의 부도율이 이미 4%라면서 공매도가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은행이 탐욕에 눈이 멀어 시장을 읽지 못했고, 그 틈을 이용하여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는 말에 바움은 관심을 가진다. 그는 아래와 같이 말하며, 베넷의 말을 검증하기로 한다.
“저자에게 차를 살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모기지 시장에 대해서 옳았는지는 알아보자. 두 가지만 알아보면 돼. 주택시장에 거품이 있나? 만약 있다면 은행은 얼마나 노출돼 있나?”
우리는 가끔 중요한 정보를 접하지만 이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무시해 버려 큰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사실 기회는 우연히 만난 정보를 알게 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몇 가지 인사이트를 찾아내 실행으로 밀어붙일 때 현실이 된다. 도이체방크의 베넷도 그에게 잘못 전달된 마이클 버리의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왑) 요청서를 보고, 누군가가 대규모로 모기지 붕괴에 베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베넷 역시 관련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모기지 채권의 구조적 붕괴 가능성을 이해하였다. 그리고 유사한 CDS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확산시킨 것이다. 다수가 쉽게 동의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때에는 남들이 쉽게 흘려듣는 이야기라도 심도 있게 분석하고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현장을 찾아 진실을 확인
마크 바움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상황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모기지 중개인을 만난 바움은 “대출 중에 변동금리는 몇 건이죠?”라고 질문한다. 그러자 중개인은 “한 90% 정도요”라고 대답하면서, 변동금리 덕분에 관련 보너스가 크게 올랐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출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나요?”라는 질문에 “거절당한다면 내가 능력이 없는 거죠. 우리는 '무소득 무직장' 대출을 제공하죠. 소득란을 비워놔도 회사에서 딴지를 걸지 않아요. 집을 사려고 대출받는 거니까 그냥 두는 거죠”라고 답한다. 바움은 대출자의 상환 능력보다 거래 성사 여부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모기지 관리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움이 모기지 대출에 문제가 있고 공매도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은 한 스트립 댄서를 만난 후였다. 바움은 스트립 댄서에게 초기 우대금리가 끝나면 월 상환금이 200%나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그녀는 중개인은 언제든지 낮은 이자로 갈아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대출을 통해 구입한 집이 모두 다섯 채라고 말한다. 면담을 끝낸 바움은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거품이 있어! 날 믿고 베넷에게 전화해서 CDS를 5천만 달러어치 매수해”라고 말한다.
현장 점검을 통해 바움은 위험이 금융 엘리트가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현실, 금융 시스템은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단기 이익을 위해 침묵하고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위험은 이미 현실화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진실을 알게 된다. 모기지 시장 시스템 전체가 허구 위에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기업 혁신에 있어 현장을 직접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무실에서 혁신 활동을 통해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 가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있는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어 그곳의 생생한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장에서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금까지 당연시 여겼던 것에 대해 도전하는 의식을 갖는 것이 혁신 활동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일본 반다이(Bandai) 사의 다마고치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어 ‘다마고(달걀)’와 영어 ‘워치(시계)’의 합성어로 가상 애완동물을 키우는 장난감인 다마고치는 일본의 좁은 주택사정 등으로 애완동물을 기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되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여고생들이 히트상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착안, 여고생이 읽는 잡지를 모조리 읽어보며 색과 형태 등을 분석하였고 도쿄 시부야 지역 여고생들의 의견을 물어 모양이 귀엽다고 할 때까지 다시 만들었다. 개발 추진으로부터 1년이 지난 1996년 가을부터 키티랜드 등 여고생들에게 인기 있는 가게에서 시험 판매된 다마고치는 여고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6개월이 안되어 전국적으로 ‘다마고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빅 히트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다마고치의 인기는 휴대전화나 노트북처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당시의 분위기, 애완동물에 대한 애정에 더하여 젊은이들 사이의 유행을 선도하는 여고생들의 소리를 충분히 들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마고치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1억 개 이상 판매되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2008 글로벌 금융위기는 단순한 금융상품 실패가 아니라, 도덕적 해이가 시스템 전반에 축적된 결과로 판단된다. 투자은행은 모기지를 묶어 MBS/CDO를 만들어 팔면서 판매 수수료 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상품의 장기 리스크는 고려하지 않았다. 무디스(Moody's), 스탠더드 앤 푸어스(Standard & Poor's) 같은 신용평가 회사는 채권 발행자가 회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고객을 잃지 않으려고 등급을 후하게 부여하였다. 또한 모기지 대출 기관은 리스크를 최종 투자회사에 떠넘기고 수수료 챙기기에만 급급하였다. 어찌 보면 분명히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현재의 성과에 취해 탈선 위기에 있는 달리는 기차를 아무도 멈추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도덕적 해이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도, 인센티브, 감독 구조 등에서 인간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만 도덕적 해이를 100%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위험을 부담하는가? 리스크 설명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모호하지 않는가? 최악의 경우 누가 얼마를 잃는가?’ 등을 살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