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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몽단상

해귀당신의 哭

by 여운설

포크레인에 집을 잃고

정겹던 신당동 판자촌에서 쫓겨나

이리저리 거렁뱅이 취급을 받으며 떠돌다

문득 쳐다 본 시청 위 달빛은

겨울바람에 처연하게 떠있다.


고된 노동으로 갈라지고 찢겨진

내 손가락 마디마디처럼

거리의 네온 등에 찢긴 그 달빛 아래서

영영 돌아가지 못할

어머니의 집을 그리워한다.


바로 며칠 전만 해도

막노동으로 곤한 나를 위해서

부산히 달려오는 집이 있었건만

이제는 내가 그리워하여

달려갈 집조차 없다.


곤한 나를 묻어 줄 한 뼘의 땅도 없는 나는

어머니가 내 몸에 남겨주신

생명어린 탯줄의 흔적같이

내게서 떨쳐낼 수 없는

한 몸뚱아리 신당동 옛 집을 되찾기 위해


피를 토하며 죽는 그 날까지

가뿐 숨 몰아쉬며 이 땅을 내달린다.

그러다 언제인가

험한 세상 타고 넘는 곡예 끝에

마침내 내 죽으면


광희문 지나 매봉산 기슭에 묻혀

살았던 신당동 옛집과

죽어 갈 저승을 눈물로 적시며

불타다 만 청송이 있는 그 동산이

내집인 듯 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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