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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Dec 22. 2020

[서평, 리뷰] 허영만의 6천만 원

2020년 KOSPI 사상 최고치 경신 -  Greed & Fear

  코로나 팬데믹에 2020년 3월 KOSPI가 1,400대로 급락하였다. 8개월 만에 역사상 유례없는 반전이 나타났다. 증시가 붕괴된다는 공포에서 어느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급반등 끝에 근 100% 올라 KOSPI 2,800선을 넘보게 되었다. 사상 최고치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동학 개미 혁명, 유튜브 보편화에 힘입어 투자정보의 실시간 공유, 테슬라, 친환경, 바이오 열풍. 낙관론을 찾아보기 힘들던 시장에 온통 장밋빛 환상, 낙관론만이 득세한다. 현금은 쓰레기라고 까지 하면서. 3월에는 현금을 왕으로 추앙했었지. Greed & Fear. 탐욕과 공포, 언제나 투자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계영배이다. 지수 3천을 바라보는 요즘 back to the basic을 한다는 의미에서 작년에 리뷰한 글을 다듬어 브런치에 올려 본다.



  리뷰에 앞서 기관투자자들의 일상을 풍자하여 종종 인용되는 카툰을 소개하고 싶다. 전문가들조차 급변하는 주가와 시장 분위기에 자신들의 투자철학과 소신을 지키지 못하고 시세에 휘둘리는 행태를 빗댄 내용이다. 비단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일반투자자인 개미들 역시 시세에 현혹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림 : 기관투자자들의 일상>

자료:  The Economist. 그림 왼쪽 상단과 오른쪽 하단의 인물은 동일인물이다.


  자본시장에 공짜 점심이 없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라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주식투자가 어려운 것이다. 어떤 이는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누군가 반대로 감당키 어려운 손실에 피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대세 하락하는 시장이라면  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주식투자가 어려운 만큼 다들 아직 알려지지 않은 투자 비법에 목말라한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서나 통용될 만한 투자 비법이 있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필승 투자기법이 있다 해도 한 명 두 명 알려져 퍼지게 되면 이내 그 효험이 빠르게 소실되는 게 또한 주식시장의 생리이다.

 

  '허영만의 6000만 원'은 주식투자에 관심 있는 일반투자자에게 전문가들의 생생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두 가지 기획 의도로 출간되었다. 첫째, 투자 전문가들이 종목을 선택하고 매매 타이밍을 정하는 이유와 근거를 카톡 대화방에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투자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둘째, 각기 상이한 투자스타일을 지닌 5명으로 구성된 전문 투자단이 자신만의 투자 스타일을 실제 어떻게 투자와 연결하는 지를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투자성과를 검증받은 전문 투자자가 자신이 쌓아온 투자 노하우와 비법을 추가로 설명한다. 한마디로 일반투자자들이 주식을 투자할 때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끔 개략적인 가이드를 하자는 의도라 하겠다.


  사실 특정한 어느 투자스타일, 투자방법이 최선이라고 하기 힘들다. 각자 성격과 취향이 다르고 사고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와 투기는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특히 치명적 손실을 회피하고자 한다면 투기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투자란 꼭 좋은 기업을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유기간을 뜻하는 게 아니라 위험과 수익을 합리적으로 고려함이 우선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예상 범위 내에 투자하여 위험에 상응하는 적정한 수익을 추구하는 게 투자이다. 반면 투기는 위험을 고려치 않거나 감내한 위험 이상의 대가를 원하는 행위이다. 밸류에이션을 감안하지 않은 채 비싸게 사더라도 남들이 더 비싸게 사주겠지 하는 자세도 투기에 해당한다.


  나는 책에서 소개된 5명 투자단들의 투자성향을 크게 3가지 스타일로 구분한다. 첫째 전형적인 가치투자 스타일 - 최준철 대표. 이해하기 쉽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가급적 싸게 사서 오래 보유한다. 둘째 분산투자 스타일 - 박상건 실장. 시황에 걸맞은 전략을 선정하여 전략에 부합하는 다수 종목을 분산 투자한다. 셋째 테마, 일중매매 등 단기 트레이딩을 중시하는 스타일 - 하웅, 이홍장 전문가, 박동규 - 로 모멘텀이 확실한 테마주나 거래량과 시세가 분출하는 주도주를 짧게 매매한다. 투자단이 매매하는 과정을 보면 투자성향이 서로 다름을 확연히 드러난다. 전술했던 바대로 어떤 스타일이 바람직하거나 낫다고 판정하지 않겠다. 다만 내 기준에서 보자면 매매과정에서 다소 투기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매매들이 간혹 눈에 띄어 아쉽다. 본인의 투자철학이나 스타일을 거창하게 설명해도 정작 투자과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다.  


  일반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에 비해 투자에 필요한 정보가 제한될 경우가 상당히 많다. 전업투자자가 아니라면 분석할 시간도 부족할 것이다. 당연히 심도 있는 분석을 하기가 어렵다. 분석을 정확히, 제대로 한다고 투자성과를 얻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실수 할 개연성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투자를 한다면 반드시 어느 수준이던 분석을 해야 한다.  이 책에서 투자사례로 '인선이엔티'라는 환경 폐기물 처리업체가 소개되었다. 내가 2017년 4월에 투자한 회사다. 당시 필자는 이 회사를 투자하기 위해 경쟁사와 동사 15년 치 재무제표를 점검하고 신규 사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였다.

 

<표 : 인선이엔티 투자 포인트>


  방만경영을 한 개인 대주주가 물러난 후 본업인 폐기물 수거와 매립, 소각에 집중하여 중장기 영업이익률 정상화 기대, 신규 매립장의 추정 현금흐름과 자산가치를 감안하면 차입금이 2~3년간 사실상 없어질 것으로 예상. 목표 가격 9천 원~1만 원. 매수 가격 6천 원 기준 +50% 이상 수익을 기대했다.


  다른 투자사례로 '삼성증권'이 소개되었다. 증권시장 거래량이 늘어나고 금리 하락으로 운용자산 이익이 늘어난다는 포인트다. 필자 역시 17년 4분기 말부터 증권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증권업종의 비즈니스 모델이 2010년 이후로 과거와 많이 달라졌으나 당시 시장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을 감안했다.


<그림 : 증권업종 비즈모델 변화>

2010년 이후로 증권회사는 사실상 브로커리지에서 위험을 운용하는 회사로 변모하였다.

 

 2005년 국내 가계금융자산이 1,000조였다. 2019년 말에는 3,8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금융자산이 저금리에 표류하는데 증권회사가 이를 유치하여 운용한 후 고객에게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돌려주는 상품들을 다양하게 출시하였다. 그 결과 증권회사 운용자산이 급증하여 이익 체력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요즘 증권회사는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며 고유 자본과 운용가능한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중국 안방보험이 소유한 미국 호텔 체인 15개를 7조원에 인수한 것을 보라!

     

<표 : 주요 증권사 운용가능자산과 경상적 세전 이익 추정>

가용 가능한 투자재원이 늘어나 이익체력이 크게 증가했음을 분석하는 테이블

  

  2011년 한국투자증권 운용자산은 14.4조 원이었다. 17년 3분기 말에 42.7조 원까지 성장하였다. 그 결과 평균 2천억 원 중반 이익을 내던 회사가 평균적인 수익률만 내더라도 4,500억 원의 이익을 낼 수 있을 체력이 커질 수 있는데 당시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남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에서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정답이 숨겨져 있다. 전술한 사례가 모범답안이 아닐지라도 노력과 땀이 담긴 분석만이 정답에 가까이해줄 것이다.  

 

 허화백이 검증된 투자자로 초빙한 '한동호' 투자자는 주식시장의 오랜 격언을 되새겨 준다. 그는 자신만의 투자 노하우 중 하나로 '저는 주가가 바닥일 때 불편한 마음으로 사서 마음이 편할 때 팔죠'라고 얘기한다. 100% 공감하는 바이다. 이러한 투자방법을 보통 '역발상 기법(Contrarian approach)'이라 한다. 합리적 소수의견으로 투자하라는 뜻이다. 남들이 그렇다 할 때 아닐 수 있다고 외치는 용기를 가지려면 깊은 고민과 분석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다수가 공포를 느낄 때 사고 그들이 탐욕을 부릴 때 판다는 역발상 투자는 언제나 초과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이다. 역발상 투자는 장기투자에도 적합하다. 특히 업황의 바닥 부근에서 잘 사놓으면 엄청난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따라서 주로 역발상 투자는 IT, 화학, 철강, 건설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 적합하다. 단, 전제조건은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합리적 추론과 분석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 한동호 투자자는 하락하던 증시가 반등할 때 성장성이 있는 종목, 주도주 위주로 매매하라고 알려준다. 왜 이런 조언을 했을까? 증시가 하락 과정에 있더라도 종종 반등국면이 나온다. 하지만 반등 기간이 짧기  때문에 강한 반등이 가능한 기업은 미래 성장성이 인정받는 기업이거나 주도주에 국한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결국 펀더멘탈이 양호한 기업에 매기가 몰리니 이런 종목들에 한정해서 단기 트레이딩 하라는 취지다. 요즘 같은 하락장에서 참고할 만하다. 손절매 중요성도 여러 번 언급된다. 신이 아닌 이상 미래를 정확히 분석할 수 없다. 처음 투자할 때 가정들이 변하거나 틀렸다면 신속히 투자판단을 번복하여야 한다. 손절매를 잘 못하는 이유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 보통의 투자자들은 이익이 조금만 나도 실현하려 하고 손실은 길게 가져간다. 손실을 확정할 때 느끼는 고통이 더 커서 손실확정을 미루기 때문이다. 어렵더라도 이익은 길게 long position으로, 손실을 짧게 short position으로 관리하도록 유의하자.


  손절매 못지않게 흔한 실수가 물타기이다. 적절한 물타기는 이익을 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물타기가 잘해야 본전이라는 취지에서 지양하라고 권한다. 더  빠질 경우 손실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 정도면 다 빠졌겠지'하는 예상이 틀리기 십상이어서 조심하라 조언한다. 지하 1층이면 다 왔겠거니 하지만 지하 2층, 3층, 심지어는 그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타기에 신중하라는 조언은 결국 투자자들의 예상과 추측이 늘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사례이다. 물타기를 하되 가급적 자주 하지 말고 진짜 주가가 바닥권이라는 확신과 징후가 보일 때에만 한정해서 쓰기를 추천한다. 예측 오류가 얼마나 잦고 현실적인지 삼성전자 사레를 보자.


<그림 : 삼성전자 매출액, 이익추정 컨센서스 변화>

  

  

  18년 말 당시 예상했던 19년 삼성전자 이익은 38조였다. 38조 순이익 기준 PER이 6.4배. 저평가되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19년 9월 현재 삼성전자 올해 예상이익은 21조 원. PER 12.1배. 예상실적이 45% 감소하면서 밸류에이션이 2배가량 높아졌다. 선뜻 싸다고 할 주가가 아니다.   


  서울에 소재한 북한산 등산코스가 몇 개나 될까? 유명 코스가 50 개 정도이다. 그러나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300 개 남짓에, 북한산 들머리는 2천 여개라 알려진다. 정상인 백운대에 서기 위해서 등산객은 자신이 선택한 등산로를 올라가야 한다. 특정한 등산로만을 애용하는 산꾼에게 북한산은 오직 한 가지 모습으로 다가설 것이다. 그가 1,000번을 올랐다고 한 들 과연 북한산의 웅장한 산세를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정상에 서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풍광과 코스를 이해하고 북한산의 절경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코스를 섭렵해야만 제대로 북한산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나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고 싶어 하지만 투자성과를 내기가 어렵고 꾸준한 장기성과를 발현하기란 훨씬 힘든 영역이다. 그러나 모두가 자신이 주식만큼은 잘 안다고 여기는 분야도 드물다. 이런 착각과 아이러니야말로 초과수익을 얻게 해 주는 원천일 수 있다. 해외 유수의 대가들이나 현대 재무학에서 주장하는 투자 비법, 투자이론, 가치 평가론 등 각각의 방법은 어찌 보면 우리가 정상으로 향하는 어느 한 방법에 불과하다. 스켈핑, 단기매매, 테마와 주도주 집중투자, 가치투자, 성장주 투자, GARP(growth at reasonable price) 형 투자, PER 가치평가, PBR 가치평가. 이러한 구분이 의미가 있을까?  과연 그 하나의 방법이 변화무쌍한 현실세계에서 언제나 절대적 진리처럼 적용될 수 있을 런지도 의심스럽다.


  기업 가치가 결국 앞으로 벌어드릴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화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우리가 맹목적으로 구분하고 대립시키는 다양한 투자이론과 기법들은 어쩌면 북한산의 어느 한 지점의 풍경만을 강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각기 상이한 스타일의 투자자 5명이 직접 매매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검증된 트레이더, 한봉호가 실전에서 체험한 투자경험과 노하우를 그린다. 비유하자면 등산로 여러 개를 알려 준 것이다. 독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투자스타일을 찾을 수 있도록 힌트를 준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읽기를 바란다. 마치 산의 정상에서 다양한 코스의 장단점을 모두 이해한 후 최적의 코스를 집어내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함을 기억하자.     


예스 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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