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기관다우려면, 개인이 기관을 이기려면
'유끼 코리아'라는 투자 컨설팅 회사가 2000 년부터 근 2 년에 걸쳐 무료 세미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상은 국내 유수의 자산운용사 임직원들이었습니다. 당시 신임 사장으로 부임하신 대장님*의 배려 덕분에 대리 진급하며 운용을 시작한 지 채 1 년도 되지 않은 초짜 매니저인 저도 유끼 씨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는 98 년에서야 EV/EBITDA, FCF와 같은 개념들이 소개될 정도로 국내 운용산업이 해외에 비해 열악하고 상당히 뒤떨어졌던 시대였습니다.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이 난무했던 어지러운 시기. 이런 판국에 무슨 이득을 얻겠다고 롯데호텔 연회장을 자비로 빌리면서 까지 펀드 매니저 교육을 시켜주는 게 무척 의아했습니다. 유끼 씨는 15 년내로 장차 한국 금융자산이 2천조 원** 이상 늘어날 텐데 자산운용사(당시는 투자신탁사)와 같은 기관 투자자에게 투자 자문을 하기 위한 워밍업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지금, 오래전에 무릎을 쳤던 것들 중에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2020 년대, 아니 투자를 한다면 언제나 기억해야 할 금과옥조도 상당합니다. 기관 투자자가 아닌 개인 투자자라면 더욱 이해해야 할 교훈이기도 할 겁니다. 유끼 세미나를 통해 넓힌 지평을 브런치 회원들과 공유하고자 몇 차례로 나눠서 간략히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 당시 몸담았던 운용본부에서는 신임 사장님을 대장님이라고 불렀습니다. 격의 없되 대쪽 같은 선비 스타일이셨습니다. 마치 구한말 의병대장 같다는 의미에서 붙인 별명입니다.
** 2015 년말 한국의 가계금융자산은 3,182조 원. bull case로 봤던 2,500조 원을 가볍게 상회했습니다.
"In terms of the act of investing itself, there is no difference between an individual investor and an institutional investor. However, the best performer year after year has been an individual investor. It is difficult for an institutional to be an institutional investor."
- 피델리티 CEO, 에드워드 존슨 3세 -
시장은 투자자의 친구가 아니다. “나는 시장을 믿는다. 또한 나 자신도 믿는다.” 이러한 신념 때문에 끊임없이 정점에서 매입하고 최저점에서 매도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이러한 전략은 장기 수익률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장기 리스크 또한 증가시킨다. 현명한 투자자는 시스템에 따라 낮은 가격에 사고 높은 가격에 판다. 또한 정해진 기간 내에서 중장기 예측을 한 후 수익이 예상되는 분야들에 대한 분산투자에 집중한다.
- 해리 S. 던트, “버블 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