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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Feb 17. 2021

잊혀진 생명, 적체된 의료 병목 실태

코로나19가 의료계에 미친 간접적 파장

  날이 갑자기 추워지거나 계절이 바뀔 즈음에 부고를 많이 받습니다. 아무래도 기력이 약하시거나 기저질환이 있을 어르신들이 급작스레 바뀐 날씨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추측됩니다. 올해도 벌써 2월 중순이 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첫 발견되고 대구 경북지역에서 창궐했던 작년 이맘 때로부터 근 1년이 다 되었습니다.


  그동안 8.5만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중 7.5만 명은 완치되어 격리에서 해제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각 1만 명가량이 격리되어 치료를 받고 있고요.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1,538 명이 사망했습니다. 돌아가신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코로나19 백신 도입 과정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선진국이나 비교 가능한 나라들에 비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의료 시스템과 방역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백신 도입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는 현실론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7천만 명 분 이상으로 알려진 백신 물량이 언제 도입될지 구체적 시기가 뚜렷하지 않아 아쉽습니다. 그리고 논란이 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초기에 도입되어 어느 계층과 집단을 먼저 접종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방역을 담당하는 보건 당국이 신속히 결정하기를 기대합니다.


  해외에 비추어 볼 때 1 년동안 강도 높게 유지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생활에서 서서히 방역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식당, 노래방, 피트니스, PC방 같이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고요. 꼬투리만 잡히면 사회적 갈등이 크게 폭발할 상황에 이른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직간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밝혀진 건수가 1,538 명입니다. 확진자 대비 사망률이 1.8%. 전 세계 사망률 2.2%에 비해 낮은 수치입니다. 우리 의료 체계의 질적 우수성을 엿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의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가동 여력이 남아 있다면 백신이 조금 늦게 도입되어도 사회적 문제가 크게 야기될 개연성이 낮아 보입니다.


  이 와중에 언론이 관심을 덜 가져 우리가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관련 숫자를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 코로나 관련 통계와 좀 배치되어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될 시기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2011 년 1 월부터 2019 년 12 월까지 매월 평균 사망률에 비해서 2020 년 매월 사망률이 얼마나 차이 나는가를 분석하였습니다. 최근 9 년의 월평균 사망률에 비해서 2020 년은 매월 0.002%p에서 많게는 0.006%p 정도 사망률이 증가했습니다. 2017 년부터 평균 사망률 대비 증가 추세가 이어져 오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 추세가 보다 뚜렷하고 크게 상승한 게 특징입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1% 유의 수준에서 2020 년의 월간 사망률인 지난 9 년간의 사망률보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사망자 건수는 2019 년에 비해 1.1만 명가량 늘었습니다. 지난 9 년 평균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2.1만 명이 증가했습니다. 이 것이 말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우리 모르게 1만 명 이상이었음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사망 원인을 보건 당국이 파악하고 있을 테니 코로나에 걸려 사망한 사례가 누락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겁니다. 그렇다면 과거에 비해 늘어난 사망 건수는 우리 의료 체계가 얼마나 부하가 걸렸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수치이겠습니다. 코로나 치료를 위한 병상이 차출되면 예전에 비해 그만큼 병상 수급이 타이트해질 것이고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들의 수술이 뒤로 밀릴 것입니다. 예를 들어 며칠 뒤에 암수술이나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을 환자들이 수술을 못 받게 되는 거죠. 외래 진료도 힘들어질 거고요. 코로나에 간접적으로 노출되어 돌아가신 분 들 이외에도 이처럼 의료 병목, 의료 공백이 생긴 결과, 과거에 비해 통계적으로 사망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일 이 가설이 맞다면 의료 체계에 과도한 부하가 걸린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보건 당국은 코로나 19 확산을 막고 백신 접종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는데에 전력을 기울어야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실제 의료 시스템이 걸린 각종 부하를 경감시킬 수 있는 중장기적인 계획도 재점검해야 할 시기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코로나에 잊혔던 생명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일 겁니다. 하늘로 돌아가 영원한 평화를 얻으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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