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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Mar 21. 2021

근 8개월만에 한강을 걷다

코로나로 게을러진 몸 추스리기

  뭐든 갖다 붙여 핑계거리를 만들기 쉽다. 코로나가 뒤틀어버린 일상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게으른 천성에 코로나가 특효약이었다. 마흔 넘어 아웃도어 활동에 취미붙여 등산이네, 자전거네하며  꽤나 열심히 다녔다. 급기야 2019 년에는 하프 마라톤을 두 번 완주했다. 대단한 기록이 아니었어도 중고등학생때 체력장 때문에 1 km를 두 번 뛴 것이 유일한 장거리 달리기였던 내겐 대단한 발전자 성과다.


2019 고성 아이언맨 대회

피니시 라인에 들어서는 장면

 

 운동에 젬병인 내가 근 십여 년 간 닦아온 체력이 코로나를 핑계로  딱 1 년을 쉬니 원래의 나로 되돌아왔다. 체력은 급전직하, 조금만 활동해도 숨이 제법 가파르고 저녁 식사 후면 이내 지쳐 꾸벅꾸벅 졸다가 챙겨 봐야할 자료를 내팽겨친 채 잠자리에 들기 일상이다. 마지막 산행이 9개월 전 일이다. 심지어 넘어지면 코 닿을 한강을 안 가본 지가 8개월이 지나간다.


  지난 주 퇴근할 무렵마다 저녁 먹기 전에 한강 산책하자며 각오를 다졌다. 굳은 결의가 무색하게 집에만 도착하면 언제 그랬냐는듯 어영부영 졸거나 넷플렉스 뒤적거리다가 스멀스멀 침대로 기어들었다. 더 이상 안되겠다는 마음이 강렬했던지 금요일 퇴근하자 마자 옷 갈아 입고 바로 산책을 했다. 목표는 2 시간 10 km 걷고 오기. 종종 즐겨듣는 FM 93.1Mhz '세상의 모든 음악'을 청취하며 한강으로 나섰다.


  서울엔 부지런한 시민들이 정말 많다. 날이 제법 따뜻해져 그런지 예년의 3월에 비해 한강 거니는 이들이 더 늘어난 거 같다. km 당 10 분 페이스로 걷기 위해서는 은근히 파워 워킹을 해야 한다. 심박수가 110 이상에 몸이 서서히 달궈진다. 오랜만에 걷는 기분이 상쾌하기만 하다. 그간의 나태함이 무척 아쉬웠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안했을까?


3월 19일 한강 고수부지 산책

한강의 야경이 제법 아름답다


  걸어보니 몸이 확실히 퇴보했음을 절감했다. 딱 1 년 운동을 안했을 뿐인데 7 km를 넘어서자 종아리가 뻐근해지는 게 경련이 일기 전 느낌이 온다. 왼 무릎 주변 근육도 굳어져 자연스런 걸음걸이가 어려워진다. 마라톤용 운동화를 신었어도 발바닥마저 배긴다. 게으름에 대한 벌을 받는다 싶다. 욕심부리지 말고 페이스를 떨궈 10 km를 마무리하였다.


  어제는 아내 작업실 봄맞이 단장을 했다. 비옷으로 중무장하고 비 맞아가면서 마당을 쓸고 작업실 뒷 공간을 할 수 있는 만큼 청소했다. 생활폐기물 50 리터 짜리 포대 3 개를 한가득 채워 수거장에 내놨다. 나름의 근력 운동이라 여기니 힘에 겨워도 할 만했다.


  오늘은 점심먹고 느즈막히 집을 나섰다. 비내린 다음이라 그런지 바람이 쎄고 쌀쌀하다. 나설까 말까 고민하다 금요일의 즐거움을 기억해내어 다시 걷자 했다. 날씨 탓인지 산책하는 시민들이 확실히 줄었다. 덕분에 한적하게 트레킹을 할 수 있었다. 3 일 동안 두 번 10 km 걸었어도 확실히 몸이 풀렸다.   다리가 그리 불편하지 않아 금요일보다 훨씬 편했다.


  봄이 왔다. 대지에 생명이 돋고 나무 가지에 새순이 싹을 틔울 시기다. 난 생명의 기운이 물씬한 연두색 새순을 가장 좋아한다. 무성한 녹음은 너무 강렬해서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4월 초순까지 잃어 버린 체력을 새순과 함께 키워내고 싶다. 코로나의 일상에서 생활 방역을 조심하면서 활력을 되찾길 기대한다.


오늘 석양이 저 멀리 지고 있다

구름 사이 석양 해살이 이채롭다


2017 년 지리산 종주, 2020 년 함백산 눈꽃 산행

3 대 음덕이 쌓여야 가능하다는 천왕봉 일출(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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