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대학원 지도교수님을 모시고 1 박 2 일 일정으로 양양 설해원을 다녀왔다. 배경은 이랬다. 연초에 은사님과의 인연이 담긴 에피소드를 짧게 올렸다. 막내 누나가 내 사연을 막내 매형께 알렸단다. 얘기를 들은 매형이 이런 교수님 만나기 어렵다며 1 박 일정으로 라운딩을 모시자고 제안해서 성사된 여행이다. 연말 교수님과 만찬을 같이 했던 선배까지 4 명이서 일정을 맞추었다.
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동해안 가기가 편해졌다. 막히지 않으면 양양까지 집에서 2 시간 10 분 거리다. 그래도 출발 당일 오후와 이튿날 오전 2번 라운딩이 예정되어 있어 제법 빠듯한 일정이다. 교수님 댁에서 8 시 20 분에 출발했다. 양양이나 속초에 갈 때마다 늘 들르는 식당인 '속초 가든'에서 더덕 황태구이 정식으로 이른 점심을 했다. 티오프는 12 시 21 분. 아침부터 서두른 덕분에 다소 여유 있게 라운딩을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설마 했던 악몽이 시작되었다.
혈액형이 A 형이다. 문제는 평범한 A 형이 아니라는 거다. A 형에서도 극강의 AAA 형이다. 더블 A도 아닌 트리플 A! 좋게 말해 상당히 세심하고 예민하다.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 필요 이상으로 상처를 많이 받는다. 의미 없을 얘기조차 진지하게 받아들이곤 한다. 요즘 나이 들어 더 민감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가끔 처제에게 '진지충'이란 핀잔을 듣는다. 오해는 마시라. 나름 처제와 흉금을 터놓고 얘기할 사이니 서운할 것이 없다. 이게 다가 아니다. 내 언행이 다른 이에게 어떻게 비치고 평가될 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래서인지 사적으로 얘기할 때면 면도날 같다는 얘기를 듣다가도 컨퍼런스 같은 공개석상에서 과도하게 긴장하여 어버버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나이 먹는다는 것에 신경이 쓰이는 요즘은 아예 말보다 글이 편하다. 강박증 없이 생각을 정돈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년 전부터 골프가 두려워졌다. 원인은 예민한 내 성격, 트리플 A 형에 있다고 스스로 단언한다. 우선 티박스에 서기가 부담스럽다. 특히 라운딩 첫 홀 티샷은 거짓말 조금 보태 공포스러울 지경이다. 동반자 외에 다음 티오프를 기다리는 골퍼들이 주위에 가득해서다. 보통 티오프 대기할 때면 캐디 따라서 스트레칭한 다음 가볍게 빈 스윙으로 몸을 푼다. 그게 아니면 동반자와 담소를 나눈다. 나 역시 앞 팀이 오비를 내건 장타를 치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준비하기에 바쁘다. 그런데도 내가 타석에 오르면 모두가 내가 어떻게 스윙하는지 지켜본다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불안할수록 창피당하면 안 된다고 다짐한다. 그러기 위해 멋지게 때려 '나이스 샷~'의 환호를 받아야 한다고 되뇌인다. 결국 심박수가 요동치고 아드레날린이 너무 활성화되어 부작용이 일어난다. 빈 스윙 때의 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다. 막상 공 앞에 서면 머리는 하얘지고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허둥지둥한 백스윙과 너무나도 급한 다운스윙에 트러블 샷과 민망함만 남는다. 각자 자신의 공이 떨어진 위치에서 치는 세컨드 샷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몸이 풀린다.
나도 모르게 지독한 드라이버 입스가 왔다. 좀 더 적확하게 진단한다면 티박스 입스이겠다. 골프를 막 시작한 입문자들은 누구나 슬라이스에 고생한다. 슬라이스는 연습만이 약이다. 노력을 들여야 저절로 교정된다. 나는 상체 근력이 약한 편이다. 성인 남자에 비해 팔뚝이 가늘어 전완근이 덜 발달했다. 그래서인지 드라이버 샷의 슬라이스 구질을 잡는데 유달리 애 먹었다. 슬라이스가 잡히고 나서는 비거리가 핸디캡이었다. 골프 시작 후 5 ~ 6 년 동안 드라이버 비거리가 180 미터 정도밖에 나가지 않아 부족한 힘 탓이라 여겼다. 어느 날인가 드라이버 거리가 눈에 띠게 늘었다. 여의도에서 장타자라고 인정받는 지인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더니 급기야 '힘 하면 XX'라는 선배보다 멀리 나가기 일쑤였다. "에효. 이젠 골프 그만둬야겠다. 삐삐보다 안나가네." 마른 체형의 나를 삐삐라 부르던 그 선배가 한때 멘붕에 빠졌다. 자신감이 넘쳤고 곧 보기 플레이어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거리를 더 늘릴 욕심에 드라이버를 9.5도로 바꾸고 아이언도 상급자용을 마련했다. 그런데 행복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생애 골프 베스트 스코어가 딱 90이다. 그것도 마지막 17, 18번 홀을 더블, 트리플로 마감하며 기록한 90. 80 대를 들어가지 못해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래도 마지막 2 홀에서 무너지지 않았다면 80 대 후반은 너끈했으니 다음 라운딩에서 맛보겠지 하며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그 날 이후로 내 골프는 후진을 거듭하고 있다. 벌써 11 년 전 일이다. 거꾸로 골프를 거슬러 오르는 허무한 스코어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그렇게 나의 골프는 거꾸로 가는 중이다.
처음엔 골프 약속이 무척 즐거웠다. 새파란 잔디가 멋들어졌고 형형색색 꽃들로 가득한 화단과 산세가 무척 아름다웠다. 학창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소풍을 나온 기분이다. 스코어가 얼마 나오던 신경 쓰지 않고 라운딩 그 자체를 재미있어했다. 못 쳐도 창피하지 않았고 어쩌다 파를 잡으면 감사했으며 예상치 않은 버디에 환호했다. 아주 드물게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칩 샷이 홀 컵에 빨려 들어갈 때는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80 대에 들어서지 못했다고 기분 상하거나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다. 그런데 80 대를 목전에서 놓치고 나서부터 모든 게 바뀌었다. 어느새 스코어에 연연하고 샷에 민감해져 갔다. 마음먹은 대로 플레이가 안되어 왜 주말에 골프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지라는 자괴감에 괴로웠다. 등산과 자전거에 한창이던 7년 전 즈음으로 기억된다. 급기야 골프를 그만둔다고 선언했다. 안부 전화한 선배에게 자초지종도 얘기 않고 농담 삼아 짐짓 말했다. '형. 저 이제 은퇴할래요.' 때 이른 은퇴라는 갑작스러운 말에 놀라 이리저리 묻는 선배에게 골프 은퇴한다고 웃으며 얼버무렸던 일이 떠오른다. 1 년 이상 골프를 끊었다가 사회생활에 애로가 적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작했다.
재개한 만큼 더 잘하자는 의욕이 컸다. 임팩트가 강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스윙이 바뀌었다. 아이언을 찍어치게 되었다. 숏 아이언도 찍어 치지 못하던 내가 6번 아이언을 찍어 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비거리가 늘어났다. 호사다마일까 얻은 것 이상 잃는 게 생겼다. 드라이버가 뜨질 않는다. 드라이버도 찍어치듯 헤드가 닫혀 맞는다. 잘해야 탄도가 낮게 날아가 비거리 손실이 그다지 크지 않으나 대부분 뱀처럼 땅에 붙어 간다. 160 ~170 미터를 가면 다행이다. 드라이버 샷에 부담이 쌓여만 갔다. 스윙이 더욱 부자연스러웠고 결국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십중팔구 생크가 난다. 골프 약속을 잡는 게 다시 스트레스였다. 2 년 전부터는 이런 내가 민망하지 않을 편한 지인들하고만 운동을 나간다. 그럼에도 드라이버 입스가 고쳐지지 않고 조금씩 악화일로를 걸었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어 작년 하반기부터 티샷을 아이언으로 친다. 컨디션이 괜찮다 싶으면 5번을 잡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날은 6번을 선택한다. 불편한 감정이 100 % 없어지지 않더라도 조금은 나아진 듯하다.
아이언을 잡아도 나는 어쩔 수 없는 트리플 A 형이다. 보통 파 3이 아닌 이상 티박스에서는 드라이버나 우드를 잡는다. 모두 티를 꽂고 친다. 파 3에서 아이언을 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파 3에서 으레 티를 꽂고 친다. 그런데 파 4나 파 5 홀에서는 숏티를 꽂는 게 몹시 어색하다. 땅에 놓고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아이언을 치다 잔디라도 파이면 민폐일까 싶어 내키지 않으면서 티에 공을 올려놓고 친다. 뭔가 어색하고 불편하니 스윙이 꼬일 때가 많다. 심한 날은 아이언 티샷도 트러블이 생겨 고생한다. 지인들은 이런 나를 보고 그린피에 잔디 보수 비용이 다 들어간 거니까 편하게 치라고 한다. 위안이 되나 해결책이 되질 못한다. 왜 그럴까 고민 끝에 어처구니 없을 가정에서 답을 찾았다. 피트니스에서 가끔 연습을 할 때 아이언 샷은 당연히 인조잔디 위에 놓고 스윙한다. 드라이버 잡아야 할 홀에서 아이언 잡는 것도 마뜩잖은데 살짝 티 위에 올려진 공을 보는 시선이 익숙지 않은 게 문제인 거 같다. 파 3야 누구나 다 티를 꽂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나머지 홀은 이게 인정이 안 되는 내 마음이 문제다.
흔히 골프는 루틴과 멘탈 관리가 핵심이라고 한다. 트리플 A의 성격에 남들의 이목을 끌 불안한 루틴이 좋지 못한 결과를 낳는 원인이다. 그렇다면 내게 당장의 연습보다 멘탈 유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미스 샷을 할 때면 언제나 그립을 잡거나 어드레스 할 때 항상 뭔가 마음에 차지 않고 의심스러웠다. 처음 테이크 어웨이 하는 순간, '아! 이상하다. 안 맞을 거야'하는 독백이 머리를 스치는 경우는 백발백중으로 스윙이 엎어져 나오거나 왼팔이 당겨지며 생크나 탑볼이 생긴다. 차라리 양해를 구하고 다시 어드레스를 잡을 걸 하는 후회에 함께 백스윙이 탑에 이르자면 복잡한 마음에 다운스윙이 격해지는 것이다. 변명을 하자니 한도 끝도 없다. 루틴이 중요하다 생각에서 아침 식사에서도 핑곗거리를 찾는다. 나이 들수록 허리에 살이 붙어 유연성이 떨어진다. 밥 먹어 배부른 게 스윙에 도움이 안 될 거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 끝에 '맞아. 언제나 퇴근하고 연습하잖아. 식전이라 늘 속이 허전했지.'라며 말도 안되는 자가진단까지 한다. 그래서 어제는 토스트 2 조각만 먹고 라운딩을 했다. 그 덕분일까? 모처럼 마음에 드는 샷을 했다.
'일체유식조'라는 말이 있다. 보통 일체유심조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의미다. 불경을 공부한 후배가 보다 정확한 표현이 일체유식조라 일러줬다. 모든 것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렸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 모든 존재가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직 인식으로써만 존재하게 된다. 눈 앞에 책상이 있다고 치자. 책상을 책상이라는 형태로 인식하면 책상이 되고 나무라는 재질로 인식하면 나무로 본다는 것이다. 불교의 일수사견(一水四見)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인식함을 비유한 말이다. 천계의 신은 보배로 장식된 땅으로, 인간은 물로, 지옥의 아귀는 피고름으로, 물고기는 보금자리로 여긴다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자신의 업에 따라 자신의 의식 세계에 상응하여 사물을 파악한다. 그래서 업에서 탈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부처의 눈으로 보는 고행을 먼저 해야 한다. 부처님 말씀은 곧 중생의 업으로 인식하여 생긴 생로병사의 관념이 공허함을 알고 깨달음을 얻으라는 가르침이다.
어쩌면 나는 나만의 색안경으로 골프를 대하는지 모른다. 티박스 입스도 어드레스나 테이크 어웨이의 불안감도 모두 내 욕심이 낳은 허상일 수 있다. 필드에서 더 잘 쳐 보려는 과도한 의욕에 공이 헤드와 90 도 상태인 스퀘어 타점을 이루기 용이하게끔 그립을 바꾸곤 한다. 정작 루틴 하지 않은 그립이 주는 불편한과 어색함에서 이미 어드레스부터 미스 샷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 첫날, 라운딩을 마치고 단골 횟집에 갔다. 교수님께 요즘 골프 때문에 스트레스라고 말씀드렸다. 교수님께서 골프를 왜 하냐고 물으신다. 야외로 나와 운동삼아 지인들과 편하게 어울리기 위해 라운딩 하지 않냐고 반문하신다. 남 눈치 보지 말고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조언도 잊지 않으셨다. 그러면 절로 편해질 거라 격려하셨다. 문득 골프 입문하며 눈동냥으로 익힌 인상적인 명언들이 떠오른다.
'far & sure'.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잉글랜드 로열 리버풀 골프장의 문장에 새겨진 골프 격언이다. 아마도 최초의 골프 격언일 것이다. 골프의 발원지가 어디냐를 두고 스코틀랜드 찰스 2 세와 영국에서 온 귀족 2명이 설전을 벌였다. 결국 골프 시합을 해서 승자 쪽을 발원지로 인정하기로 했다. 선수 한 명이 모자란 찰스 2세가 급하게 골프 잘하는 사람을 물색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이가 존 패더슨이다. 구두 제화공인 패더슨은 미천한 자기가 어떻게 왕과 골프를 치느냐며 고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시합은 벌어졌고 패더슨의 맹활약으로 스코틀랜드가 골프 발원지로 인정받았다. 내기 상금의 절반을 존 패더슨에게 하사한 왕이 그래도 뭔가 부족했는지 고민하다가 상패를 만들어 주었다. 찰스 2세가 직접 써넣은 문구가 바로 'far & sure'이다.
골프의 핵심이 바로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이다. 똑바로 멀리만 친다면야 골프처럼 쉽고 단순한 운동이 없다. 그러나 골프는 멘탈 게임이다. 잘 쳐놓고도 막상 떨어진 곳에 가보면 평지가 아니라 위, 아래, 오른쪽, 왼쪽 경사가 심한 언둘레이션이 흔하다. 남들보다 드라이버를 똑바로 멀리 잘 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약간의 멘붕이 온다. 그래서 1930 년대 메이저 대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바비 존스는 골프를 '두 눈 사이에서 벌어지는 5 인치 코스의 게임'이라 했다. 12.5 cm로 펼쳐지는 게임. 결국 몸으로 스윙하는 게임이 아니라 공과 주변 환경을 두 눈을 통해 보고 인식하는 게임이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골프야말로 일수사견이라 할 만하다.
얼마 전 타이거 우즈의 비보를 들었다. 교통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아마도 재기가 불가능할 거 같다.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을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 간단히 물리쳐 마스터즈를 거머진 그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메이저 대회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는데 시간만이 문제라 여겨졌던 그라서 더욱 안타깝다. 우즈가 사라지면 메이저 대회 최다승 기록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잭 니콜라우스가 차지할 것이다. 그의 기록은 18 승. 우즈는 15승이다. 잭 니콜라우스는 골프를 이렇게 평했다. 골프에서 50%는 심상, 40%는 셋업, 그리고 나머지 10%가 스윙이다. 영원한 챔피언인 그도 골프가 멘탈 게임이라 강조했다.
비록 타이거 우즈가 메이저 대회 최다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PGA 최다승 공동 기록은 달성했다. 우즈 이전에 최다승을 거둔 골퍼는 샘 스미스이다. 그가 PGA에서 수집한 트로피는 82개이다. 샘 스미스는 장타자가 아닌 사람을 격려해줬다. 그가 이르기를 골프 스코어의 60%는 핀에서 125야드 이내에서 온다고 했다. 통계적으로도 맞는 말이다. NASA 연구원 출신의 프로 골퍼 레슨 코치인 데이브 펠츠는 유명 골퍼의 코스 스코어를 분석한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프로 골퍼의 우승 여부가 어프로치 샷을 홀 8피트 이내로 붙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8 피트 이내 거리는 모든 프로들이 거의 실수 없이 원 퍼팅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투어 프로 골퍼들도 100 미터 전후 거리에서 핀에 8피트 이내로 붙일 확률은 50% 미만이다. 결국 어프로치의 정확도가 우승을 죄지우지한다. 드라이버 입스에 곤혹을 치르는 내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스윙의 원칙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비슷한 격언이 있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명언을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영국 디 오픈을 1950 년대 4차례 제패했던 보비 로크의 해학이 넘치는 명언이다.
은사님이 주신 조언과 비슷한 말을 메이저 대회 7 승의 아놀드 파머가 했다. 그는 잭 니콜라우스와 쌍벽을 이룬 현대 골프의 최고 스타이다. 그는 정신력을 강조한다. '집중이란 자신감과 갈망에서 나온다.' 의기소침할수록 스윙을 주저하니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공을 때리는 게 최고다. 어드레스에서 예쁘고 아름답게 호가 그려진 스윙을 상상하는 갈망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그야말로 골프유식조다. 골프 스윙은 인식하기 나름이다.
어제 오전 라운딩은 은사님 덕분에 모처럼 평화로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여전히 마음에 쏙 드는 스코어가 아니지만 미세 먼지 없는 화창한 봄볕을 만끽하고 새순이 돋아나는 잔디를 밟으며 산책하듯 거닐었다. 그래서일까? 마크 트웨인은 골프는 망쳐진 좋은 산책이라 하였다.
은사님과의 인연이 27 년이 넘어서고 있다. 그간 1 년에 두어 차례 라운딩을 했다. 하지만 1 박 2 일로 모신 건 처음이다. 티박스 입스가 여전하지만 모처럼 유쾌한 양양 나들이었다. 은사님과 함께 한 오랫동안 기억남을 굿 트립이다. 앞으로 봄가을 시간을 내어 1 박 일정으로 여정을 짜리라 다짐한다. 이틀 연속 운동을 해서 그런지 출근한 오전 내내 머리가 좀 멍했다. 날이 너무 좋아 점심을 먹고 남 여의도를 좀 걸었다. 벚꽃이 절정을 지나고 있다. 주말 예고된 비가 내리면 가지에 허전함이 그득할 거 같아 아쉽다. 그래도 북 여의도 쪽은 한창 전이다. 비를 견뎌내어 다음 주 반가운 웃는 얼굴들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