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이나 자전거 도로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 그러나 내게는 한동안 잊었던 추억이기도 하다. 마지막 라이딩이 2019 년 가을이었을 게다. 그해 10 월 즈음 친구와 미사리를 다녀오며 '내년 봄에 팔당역 초계 국수 먹으러 가자'며 헤어졌다. 그리곤 하염없이 베란다 한 구석에 애마를 처박아 두었다.
애꿎은 코로나19가 핑계였다. 작년 낯선 팬데믹을 탓하며 모든 아웃도어 활동을 하나둘씩 그만두기 시작했다. 캠핑은 5 월 거문도 트레킹으로 마감했다. 등산과 비박은 10 월 감악산이 끝이었다. 한 때 열심이었던 웨이트 트레이닝 마저 연초에 중단한 지 오래였다. 운동을 근 1 년 반 이상 제대로 하지 않아 늘어나는 건 뱃살과 피곤함이요 눈에 띄게 줄어든 건 체력이다. 어릴 때부터 체중이 쉬이 불지 않는 허약 체질이다. 근력 운동에 힘써 체중이 조금 늘어나다 섭취량이 부족해서인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한다. 운동을 해도 궁극적으로 체중이 줄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빠지며 감소하니 사회생활 이후에 남들에 비해 몸무게가 그다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운동을 멈춘 지 딱 1 년 만에 생애 최고 몸무게를 계속 경신하는 중이다. 때늦은 요요 현상이 찾아온 것일까?
살짝 걱정이 되면서도 게을러진 몸뚱이에 익숙해졌는지 어떤 운동도 내키지 않는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는 경각심이 바짝 들었다. 때마침 친한 후배가 로드 바이크를 구입할 지 물어왔다. 일단 아들 자전거를 시험 삼아 타보고 나서결정하라고 조언했다. 말 나온 김에 탄천에서 만나 후배 집이 있는 분당까지 에스코트를 약속했다. 케이스에 씌워 2 년 동안 잠재웠던 자전거를 깨웠다. 타이어 바람을 넣고 앞, 뒤 라이트를 충전하는 등 오랜만에 달릴 준비를 했다.
정말 옛 말 틀린 게 없다. 뭐든 시작이 절반이다. 거실 소파에 몸을 뒹굴며 멀리했던 자전거를 막상 꺼내니 2 주 사이에 4번이나 탔다. 물론 아직까지 먼 거리를 달린 건 아니다. 짧게는 30여 km, 길게는 40여 km가 고작이다. 속도는 로드 바이크를 탔다고 명함 내밀기 창피한 수준이다. 평속이 21 ~ 25 km를 맴돈다. 한창때 평지 무풍 조건에서 두 시간 남짓 30 km를 유지하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다. 어르신들께서 어기적 어기적 밟는데도 페달링에 열중하는 나를 가볍게 추월하여 앞질러 가신다. 그것도 무거운 철티비로! 카본으로 무장된 로드 바이크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자전거에 입문하는 라이더들이라면 대부분 한 두 번씩 기변을 한다. 남들보다 빨리 달리고 싶은 심정에서다. 자전거 무게를 줄이는 것이 속도를 올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래서 오디오처럼 기변이라는 주화입마의 유혹에 속절없이 넘어가곤 한다. 내 경우도 비슷하다. 첫 입문 당시, 어차피 기변 할 바에는 처음부터 괜찮은 모델을 사는 게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라 들었다. 그래도 신품 사기가 꺼려져서 지인 소개로 트렉 알루미늄 바디 중 최고 사양의 중고를 구입했다. 보통 철티비 무게가 15 kg이 넘는다. 당시 구입했던 트렉 8500은 구동계 등 주요 부품이 시마노 XT 등급이 장착된 모델이다. 페달 포함 완차 기준 11 kg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전거 무게를 1 kg 줄이는 데 백만 원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노 브랜드 철티비 보다 4 kg 가량 가벼운 알루미늄 신품 최상 모델이 대략 300 ~ 400만 원 하니 얼추 맞는 말 같다. 중고 트렉 MTB를 구입하고 나서 1 년 동안 정말 신나게 탔다. 서쪽으로는 서해갑문, 동쪽으로는 양평 군립 미술관까지 다녀오곤 했다. 2013 년 3 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라이더들에게 꽤나 유명한 행주산성 원조 국숫집이 있다. 세수 대야만큼 커다란 양푼 한 그릇 가득한 잔치국수가 불과 4천 원. 어느 주말엔가 그간 벼르던 잔치국수를 먹으려고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예상보다 훨씬 큰 그릇에 나온 국수를 겨우겨우 다 먹고 귀갓길에 올랐다. 방화대교를 막 지나자 쎙하며 어느 라이더가 유유히 나를 앞질러 갔다. 누구인지 궁금해 고개를 들었다. 로드 바이크를 탄 20대로 보이는 여성 라이더였다. 아무리 로드 바이크라 하지만 내심 빠르다고 자부하던 나를 앞선 장면에서 묘한 승부욕이 발동했다. 젊은 처자에게 뒤쳐지기가 싫었던 것이다. 기어비를 높여 열심히 밟아나갔다. 거의 따라잡을 만하면 코너가 나오곤 해서 브레이크를 살짝 걸 때마다 다시금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손만 닿으면 닿을 거리를 끝내 추월하지 못하자 맥이 빠진 탓에 결국 조금씩 거리가 벌어졌다. 가평 대교 직전 왼쪽으로 꺾인 농로를 타고 여유 있게 사라지는 여성 라이더를 바라보며 죄 없는 MTB 탓만 했다. '로드였으면 분명 앞섰을 거야'. 부끄러운 변명을 마음속으로 일관하며 힘없이 집으로 왔다.
재직 중인 회사가 3 월 결산이다. 연말 성과급을 받아 그대로 전해주니 아내가 예상치도 않은 반가운 말을 해준다. "1 년 동안 고생 많았네. 오빠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로드 바이크 사고 싶다고 했다. 쿨하게 그러라고 한다. 다음 날 서둘러 모델을 정해서 예약 주문부터 걸었다. 아내가 혹시라도 번복할까 봐 못 박을 요량이었다. 남들을 앞설 욕심에 당초 예산을 넘어선 카본 재질을 골랐다. 나보다 로드 바이크를 먼저 구입한 후배가 추천한 모델은 스페셜라이즈드 벤지 프로포스 2013. 에어로 스타일이 멋들어진 녀석이다. 게다가 무게는 6.5 kg. 한 손가락으로 들 정도로 가볍다.
"이제 다 죽었어~" 앞서 가는 라이더를 제칠 생각에 하늘을 찌를 기분이었다.
[2013 년식 스페셜라이즈드 벤지 프로포스. 구동계와 주요 부품이 스램 포스로 장착된 콜라보 모델]
로드 바이크에는 페달에 신발을 고정시키는 클릿 슈즈가 제 격이다. 밟고 당겨야 일관된 속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릿 슈즈까지 신었으니 바람을 가를 옷차림도 필수다. 주문한 지 일주일 지나 인도받아 져지와 빕숏 팬츠까지 차려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사를 했다. MTB 탈 땐 기를 쓰고 밟아야 28 km가 넘었다. 순간 가속이야 30 km를 쉽게 넘을 수 있지만 내 수준에서 이 평속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벤지는 그리 애쓰지 않아도 25 km가 가뿐하고 조금만 밟아도 28 km가 넘어가니 근거 없는 자신감이 뿜 뿜 해졌다.
이렇게 로드 바이크 라이딩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 어느 날이었다. 초계 국수 먹고 올 겸 영동대교를 지날 즈음에 한 할아버지께서 유유자적하니 나를 앞질러 나갔다.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할아버지께서 타신 자전거는 흔히 보는 철티비였던 것이다. 재빨리 할아버지 자전거의 크랭크와 뒷바퀴 스프라켓을 보았다. 앞 뒤 기어가 가장 무거운 기어비로 세팅된 상태였다. 나보다 페달링을 적게 하시면서도 앞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시 나는 평지에서 뒷바퀴 기어를 3 내지 4 단에 놓고 달렸다. 10 단에 놓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허벅지 근력 부족 때문이다. 10 단을 걸고서 30 km를 한 시간 이상 유지할 체력이 모자랐던 것이다.
자전거 타며 그때처럼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 한껏 장비발 내세우며 보란 듯이 라이딩을 했지만 정작 자전거에 걸맞은 펀더멘탈, 내 체력이 한없이 딸림을 자각한 탓이다. 그때서야 잊었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자전거는 심장으로 탄다." 처음 자전거에 입문을 시켜줬던 지인의 조언이다. 속도에 집착하지 말고 한 시간 동안 분당 90번을 저을 수 있는 기어비로 달릴 것을 강조했다. 처음이라면 당연히 쉽고 낮은 기어비가 정답이다. 비록 속도가 떨어질지언정 한 시간 동안 케이던스(페달링)를 90 회 유지한 다음에야 한 단계 높은 기어비로 바꿔 타라고 일러줬다. 처음엔 이 말을 명심했으나 곧 잊었다. 케이던스 유지의 지루함보다 '조금만 더 빨리'라는 속도감에 현혹된 것이다.
분당 90 회의 페달링을 한 시간 유지하는 능력은 결국 허벅지와 심장에 달려 있다. 경사가 있건 없건 간에 90번 밟을 수 있는 강인한 허벅지는 근력을 의미한다. 이 근력을 뒷받침해주는 원천이야말로 온몸에 산소를 양껏 공급해주는 강력한 심장, 즉 심폐 기능이다. 장시간의 자전거 페달링은 심폐 기능에 좌우되니 자전거는 심장으로 탄다는 표현이 맞다. 그런데 나는 그간 내 심장으로 탄 게 아니라 외적인 장비와 조건으로 탄 것이었다. 이날 이후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했지만 라이딩 중간중간 본능적으로 나오는 질주 욕심을 100 % 버리기가 어려웠다.
자전거를 한창 탈 무렵에 한강변 달리기를 시작했다. 자전거 탈 체력을 기를 목적이었다. 태어나서 장거리 달리기는 중고등학교 체력장 시험에서 1 km 달린 게 전부였던 내가 처음으로 10 km를 달리게 되었다. 그래도 뒷바퀴 기어 고단에서 케이던스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중간 정도 기어비에서나 평지 시속 30 km를 2 시간 정도 타는 수준으로 겨우 올랐다. 여의도 동호회에서 선두 끝자락을 간신히 유지할 정도가 되었다.
근 2 년 만에 다시 재개한 라이딩에 몹시 당황스럽다. 자전거 무게를 줄이기 위해 그렇게나 애썼음에도 정작 체중이 무려 5 kg 불었다. 자전거 바디가 카본에서 알루미늄으로 허무하게 변질된 것과 다를 바 없다. 여기에 떨어진 체력까지 겹치니 로드 바이크다운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후배와 함께 한 탄천 - 분당 라이딩 평속 21.6 km/h. 그 이후에도 평속 24 km/h 남짓에 불과하다. 물론 오랜만의 라이딩에 지레 겁이 나서 클릿 슈즈 대신 운동화를 신고 2단의 낮은 기어비라지만 예전을 생각하면 아쉬운 속도다.
하지만 다시 시작한 만큼 케이던스 주행을 하고 싶었다. 낮은 기어비에서 90번 페달링을 하고픈 심정이다. 그래야 긴 업힐 코스가 나와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심장이 생겨난다. 국토 종주처럼 장거리 원정 라이딩을 하려면 최소 7~8 단에서 70 ~ 80 회 이상의 케이던스가 필요하다.
대체 휴일인 금주 월요일에 직전 우중 라이딩으로 더러워진 자전거를 세차할 겸 스팀 세차기가 있는 일산 도디치 매장까지 라이딩했다. 아침이라도 세차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아뿔싸, 오픈을 하지 않아 세차기가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근처 라이더가 즐겨 찾는 카페에서 선배와 커피 한 잔 마시고 돌아왔다. 오가는 길에 2 단, 케이던스 90 이상을 유지하니 속도가 24 ~ 25 km를 벗어나지 못한다. 첫 술에 배 부르지 않지만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싶다. 거리를 조금씩 늘려나가 편도 50 km 기준에서 저단 고케이던스의 심폐 기능 강화, 귀가 시에 고단 저케이던스의 허벅지, 종아리 근력 강화 훈련을 할 계획이다.
[행주대교 라이딩과 선배와 함께 간 커피 맥아더 행주점]
지난 일요일이 8.15 광복절이었다. 2 년 전 광복절에 나름 광복 기념 삼아 서울의 하트 코스 종주를 한 적이 있다. 명칭 그대로 하트 모양을 닮아 이름 붙여진 환상 종주 루트이다. 하트 코스는 한강 - 안양천 - 학의천 - 과천 - 양재천 - 탄천 - 한강의 70여 km 거리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거의 대부분이어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인덕원에서 과천까지가 일반 도로여서 이 부분만 주의하면 된다. 언덕도 거의 없는 평지라 역풍을 만나지 않으면 그리 어렵지 않다. 바람 방향을 고려하여 대개 시계 역방향으로 달린다.
가벼운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서둘러 다녀오면 문제없을 거라 여겨 아침 일찌감치 시작했다. 첫 도전이고 학의천에서 과천으로 빠져나오는 길을 헤매기 쉽다고 하여 이정표를 여러 번 숙지한 채 출발했다. 안양천을 한창 달려도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지나쳤나 싶어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할 무렵, 고대하던 갈림길이 보였다. 한 시름 놓고 과천을 향해 나갔다. 인덕원 오르막 길에 화물차들이 질주한다. 내심 겁이 나서 인도로 들어섰다. 건널목을 지나 10 cm 가량 제법 단차가 나는 인도 경계석이 있었다. 혹시나 싶어 속도를 줄였건만 눈이 번쩍하자마자 보도블록 턱에 걸려 넘어졌음을 깨달았다. 왼 무릎이 아스팔트에 쓸려 까졌다. 쓰라린 상처를 툴툴 털어냈다. 양재천에 진입하고 나서야 놀란 가슴이 진정되었다. 보슬보슬 비가 내려 도로가 미끄러워 속도를 낮춰 한강 방향으로 내달렸다. 낙차를 했던 영광의 흔적이 지금도 무릎 안쪽에 어렴풋이 남아 있다.
[ 광복절 기념 하트 코스 종주 라이딩]
스마트 폰과 웨어러블 스마트 워치가 보편화되면서 범용 속도계나 가민같은 고가의 장비 수요가 줄어든다. MP3 플레이어와 DSLR, 내비게이션이 모바일 폰에 잠식당한 것과 유사하다. 전용 어플이 아닌 삼성 갤럭시의 헬스 디폴트 앱만으로도 라이딩 코스, 주행시간, 평균 시속 등이 상세히 기록된다. 케이던스 정보만 제공되지 않을 뿐이다. 주행 중 기어를 자주 변속하지 않는다면 굳이 케이던스를 기록해주는 장비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자전거의 부품 스펙으로 주행 시의 케이던스를 대략적으로 추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휠 사이즈, 크랭크, 스프라켓(뒷바퀴 구동 기어) 스펙만으로 만사 해결된다. 벤지 프로포스 휠 규격이 700 x 23C이다. 이 사이즈의 타이어 둘레는 2,096mm이다. 다시 말해 한 바퀴가 2.096미터이다. 벤지의 크랭크는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크랭크가 36T, 톱니바퀴 개수가 36개다. 큰 크랭크는 52T다. 뒷바퀴 스프라켓은 가장 작은 기어가 11T, 가장 큰 기어가 28T다. 크랭크와 스프라켓은 체인으로 연결되어 있다. 크랭크가 1 회전하면 기어비만큼 뒷바퀴가 회전하게 된다. 뒷바퀴가 가장 작은 기어에 물려 있을 경우 기어비는 52/11 = 4.727이다. 크랭크를 한 번 회전시켜 뒷바퀴를 4.727번 돌려야 하니 부하가 크고 힘이 더 든다. 스프라켓 기어가 28T 가장 큰 거에 물려 있을 경우 기어비가 1.857이다. 한 번 저어 뒷바퀴를 1.857번만 돌리면 되니 훨씬 힘 들이지 않고 쉽게 돌릴 수 있다. 분당 90번, 한 시간을 돌린다고 가정하자. 11T(10단)에서는 한 시간에 뒷바퀴가 25,525번 회전한다. 벤지에 장착된 휠 둘레가 2.096 미터. 따라서 11T, 90 케이던스를 유지한다면 시속 53.5 km(25,525 x 0.002096)이 나오는 원리이다.
[엑셀로 계산한 기어비와 케이던스 별 속도 - 휠 사이즈, 크랭크, 스프라켓 규격만 알면 된다]
라이딩을 재개하며 케이던스 훈련차 스프라켓 2 ~ 3 단 위주로 타고 있다. 24 km 정도가 한계인 셈이다. 짧은 편도 주행 거리에서 출발과 종료 즈음 1~2 km를 저속으로 달린 걸 감안한다면 나름 90 케이던스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제대로 긴 업힐 구간이 없는 쉬운 난이도 코스만 달린 결과이지만 만족스럽다. 2 ~ 3 단이 익숙해질 때에서 3 ~ 4 단으로 올릴 예정이다.
1차 목표는 아우터 크랭크에서 4 단 30 km이다. 이 정도만 유지해도 예전 기억에 7 ~ 8 단에서 30km로 달릴 수 있다. 고단에서도 최소한 분당 60번 이상 돌릴 근력이 가능해진다. 한강변에서 시속 30 km는 꽤 위험하다. 보행자나 앞선 라이더가 돌발 행동을 하는 경우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 서쪽으로는 아라 갑문, 동쪽으로는 미사리에 들어서야 속도내기 수월하다. 나이가 들며 반사 신경이 떨어져 클릿 슈즈 신는 것조차 신경 쓰인다. 무엇보다 안전 라이딩이 제일이다. 심장으로 자전거를 타는 목적은 건강과 아웃도어 취미에 있다. 낙차를 해서 크게 다치면 건강도 잃고 취미도 잃는다. 나 혼자만 넘어지면야 내 아픔만 견디면 되지만 나로 인해 누군가가 다치면 이만한 민폐가 없다. 그저 원거리 라이딩 가능한 30 km에 안전 주행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라이딩을 다시 시작하니 업힐 구간도 목이 마르다. 남산뿐이 아니라 남산 - 사직공원 - 인왕산 자락길 - 북악 스카이웨이 - 북악 팔각정을 잇는 서울의 대표적 업힐 코스가 눈에 아른거린다. 입추가 시작되는 9 월에는 남산을 오르고 싶다. 이렇게 꾸준히 연습을 하여 언젠가는 앤디 슈렉처럼 알프스 산맥을 거슬러 오르는 투르 드 프랑스 업힐 코스를 체험하길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