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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Dec 17. 2019

[영화 리뷰]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아듀! 터미네이터

  올해 10월 말 개봉된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까지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총 6편에 이른다. 개봉 순서로는 [더 터미네이터] -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 -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 -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 [터미네이터 : 제네시스] -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순이다.  


     <터미네이터 박스오피스>


  10월 말 개봉 후 11월 21일까지 집계된 6편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2.58억$이다. 물가상승을 고려치 않은 명목가치 기준, 2.36억$의 시리즈 사상 최고 성적을 올렸던 2편 [심판의 날]을 제쳤다.  


  하지만 누구나 시리즈 최고 작품은 2편이라고 인정할 것이다. B급 액션 영화 취급받았던 1편이  예상외로 흥행에 성공하자 블록버스터로 재탄생한 작품이 [심판의 날]이다. 가공할 기계인간 T-1000이 인간 외모를 복제하거나 쇠창살을 통과하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CG 몰핑 기법도 화제였다. T-800으로 분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스스로 용광로에 들어가며 남긴 대사, 'I'll  be back'은 시리즈 최고의 대사로 꼽을 만하다. [코난 : 바바리안]이 액션 배우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게 하였다면 아놀드를 실베스타 스탤론에 필적하는 당대의 액션 스타로 거듭나게 한 작품이 바로 [터미네이터 1, 2] 편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6편의 주요 등장  인물도>


  터미네이터 시리즈 세계관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쉽지 않다. 미래와 과거가 서로 연결되고 현재의  사건이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평행우주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전제가 다소 복잡하다. 여기에 3편~5편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과거(3편) -  미래(4편) - 과거와 과거의 미래(5편)로 제각기 다른 점도 한 몫한다. 특히 넥서스 포인트 전후로 과거와 미래가 바뀐다는 설정의 5편  줄거리를 단박에 꿰뚫기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1, 2편 감독이었던 제임스 카메론이 3편~5편까지 저작권 문제로 제작에 참여할 수 없었던 점 또한 세계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이런 까닭에 카메론 감독은  1, 2편을 잇는 3편으로 [터미네이터 : 제네시스] 정도를 언급해 왔다. 그러나 이번 후속작 [다크 페이트] 제작에 참여하며 [심판의 날]을 잇는 작품이 [다크 페이트] 임을 공식 천명하게 된다.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가 전작들과 선을 분명히 긋는 지점이 있다. 바로 존 코너의  역할이다. 1편에서 5편까지 각 시리즈는 미래와 현재의 존 코너를 지키거나 죽이려는 조력자와 터미네이터 간의 대결을 그렸다. 반면에 [다크  페이트]는 심판의 날을 막은 존 코너를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암살하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6편은 사라 코너도, 존 코너도  더 이상 보호대상이 아니다. 여 주인공인 대니 라모스를 둘러싼 조력자 그레이스, 사라 코너, T-800과 터미네이터 Rev-9의 대결을 그린다. 6편의 스토리 라인은 심판의 날이 오지 않아 미래가 바뀌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당연히 스카이 넷이 존재하지 않는다. Rev-9를 보낸 것은 다름 아닌 새로운 인공지능  '리전'이다.


    <미래에서 터미네이터로 온  Rev-9>


  시리즈마다 미래의 저항군 리더를 죽이기 위해 과거로 오는 터미네이터들은 조력자를 훨씬 능가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다크 페이트]에서 등장하는 Rev-9는 외골격계(T-3000)와 내골격계(T-H)가 합쳐진 버전이다. Rev-9는 합체하여 기동 할 수 있고 각기 분리되어 활동할 수도 있다. 사실상 터미네이터가 두 명인 셈이다.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터미네이터의 성능이 막강해진다. 주인공과 조력자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터미네이터를 해치울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조연자의 거룩한 희생이 불가피하다. 6편에서는 그레이스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미래에서 온 조력자  그레이스(가운데)>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에서 2편  출연이 마지막이었던 린다 해밀턴이 분한 사라 코너가 다시 등장한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린다 해밀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전설인 2명이 함께  출연하는 감동을 선사한다. 2편이 개봉된 지 18년 후가 지났다. 노장들일지라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이제 73세와 64세가 된 이들이 펼치는 액션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비록 극 중에서 사라 코너가 다시 돌아온다는 말을 남겼지만 사라 코너와 T-800의 터미네이터 사가는 이제 끝내야 할 때가 왔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전설 아놀드와  린다>


  이제 더 이상의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시리즈의 영광스러운 추억은 2편이면  족하다. [다크 페이트] 액션은 2편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는 제임스 카메론, 아놀드 슈왈제너거, 린다 해밀턴이 대미를 장식했다는 의미 정도면 어떨까 싶다. 굳이  시리즈를 이어간다면 이제는 대니 라모스와 리전의 격돌일 게다. 새로운 사가일 테니 내게는 더 이상 터미네이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평가한다면 다음처럼 순위를 매길 것이다. 1.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 - 2. 더 터미네이터 - 3.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 4.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 5. 터미네이터 - 제네시스 -  6. 터미네이터 3: 라이즈 오브 더 머신. 시리즈 최고의 작품은 역시 2편 [심판의 날]이다. 다른 작품들의 순위에는 고민이 없다. 다크 페이트와 제네시스 중 어떤 작품에 손을 들어줄지 고민을 했다. 시간 흐름과 평행우주 이론이 보다 얽혀있는 제니시스보다 스토리 라인이 단순하고 미래 저항군을 이끄는 여전사의 역할이 강조된 다크  페이트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단, 자신을 노리는 터미네이터의 실체를 모른 채 우왕좌왕하던 대니 라모스가 어느새 투쟁심이 가득 찬 전사로 각성하는 부자연스러운 흐름은 감점 요인이다.


  노장들은 사라져 간다. 다만 그들이 남긴 작품들은 내 서재에서 언제나 나와 같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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