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동장군을 만나다
내가 사는 곳이자 활동하는 곳은 경상도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위대한 경상남도'라는 짤이 돌 정도로 겨울만 되면 눈으로부터 자유로운 경상남도의 위성사진이나 모습을 활용해 경상남도의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부산에 30년 넘게 살면서 눈을 본 적은 세네 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신 경기 북부지역에서 군복무를 하며 평생 볼 눈을 다 보았기에 눈이 그립거나 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춥지 않은 것은 아니다. 위도상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경기도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지만 바람이 부는 날에는 '체감온도'가 정말 낮다. 바닷바람이라도 불면 눈도 못 뜰 정도로 앞을 보기 힘들고 바깥 활동을 하기 어렵다. 특히 달리기를 하는 경우라면 눈길이나 빙판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체감온도는 정말 중요하게 작용한다.
런데이 2025년 동장군 취임식 챌린지 3주 차가 설연휴로 인해 2주 동안 진행되다 보니 지난주 챌린지를 완료해 이번 주에는 50분 달리기 도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생겼지만, 마지막 남은 4주 차 챌린지를 꼭 완료하겠다는 마음에 이번 주에도 주 3회, 50분 달리기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3주 차 과정을 복습할 것이냐 아니면 4주 차 과정을 미리 예습을 할 것이냐를 고민하다 순서대로 4주 차 과정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름과 걸맞게 이번 주는 주간 날씨가 온통 영하로 표시될 만큼 정말 동장군의 위세가 대단하다. 어제도 영하 6도, 체감온도는 영하 14도까지 내려가는 날씨여서 달리기 준비물을 챙기는 나를 보고 아이도 추우니까 하루 쉬는 것은 어떤지 제안하기도 했다. 아이 말대로 하루 쉴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영하의 날씨라고 해서 달리기는 쉬는 것은 자존심이 상했다.
러너가 되면서부터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이다. 항상 자기 합리화를 하며 그럴듯한 명분을 찾아 하지 않으려 했던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며, 어떻게라도 마음먹은 것을 하려는 현재의 내가 서로 상충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추위에 약하지 않았다고 늘 믿어왔던 나였기에, 추위 앞에 굴복한다는 것은 정말 싫기도 하지만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면 점점 게을러지는 것이 더 싫기 때문이다.
일기예보를 다시 봐도 이번 주는 진정한 동장군의 기세가 대단하다. 영상의 기온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파가 몰아치는 날이 많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물론 실내에서 트레드밀 달리기를 하는 좋은 방법도 있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보다 더 큰 지루함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으려 하기에 춥긴 해도 바깥에서 달리는 것이 좋다.
점심시간에 달리려고 했으나 오전에 급한 일정이 생겨 달릴 수 없었다. 아이말대로 하루 쉴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만들어온 주 3회 달리기라는 루틴을 포기할 수 없었다. 매일의 달리기를 누릴 수 있는 날도 오겠지만 아직 체력적으로나 실력이 부족해 그렇게 하지 못해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달릴 수 있어서 가급적이면 이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 설 연휴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주 5번도 가능하다.
이런 마음을 놓치고 싶지 않아 퇴근 후 바로 인근 공원에서 달릴 준비를 하였다. 차 안에는 항상 달리기 준비물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달릴 수 있기에 달리고 싶다는 마음을 옷을 갈아입으며 굳게 다짐했고, 평소보다 한 겹 더 입는 방한대책을 강구하며 웜업을 하였다. 비니 모자까지 쓰고 천천히 달리며 페이스를 유지했고 일요일 15km 달리기로부터 얻은 자신감으로 평일 10km 달리기에 도전했다.
영하의 추위에 바람까지 불었지만 달리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만 했던 10km 달리기를 평일에도 할 수 있어서 조금 성장했다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물론 춥고 숨도 찼지만 영하의 추위에도 달릴 수 있다는 기쁨은 그 어떤 것으로도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은 춥지만 무더위가 기승하는 한 여름에는 지금을 그리워할지도 모르는 인간의 간악함은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보통 10km 달리기를 하면 한 시간 정도 소요되기에 점심시간 달리기를 할 때도 막상 하려고 하면 시간적 부담이 있었지만, 퇴근하자마자 바로 달리기를 하니 이런 부담감이 덜 했다. 물론 귀가 시간이 늦어지긴 하겠지만 점심 달리기와는 다른 매력이 있어 오늘처럼 점심시간에 달릴 수 없을 때 종종 사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안에 10km의 거리를 완주하기 위해 집중해서 달렸고 집중했기에 한 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었다. 이제 조금 페이스 조절이 되는 상황이지만 페이스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목표 거리를 완주하겠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계속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페이스는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내 목표는 기록이 아닌 완주 자체에 있기에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중할 것이다.
런데이 동장군 취임식 챌린지 4주 차를 미리 예습하면서 다음 주에 있을 본격적인 챌린지를 준비하며 반드시 이 챌린지 도전에 성공할 것이다. 대단한 도전은 아니지만 러너로 맞이하는 첫겨울, 치열하게 보냈다는 흔적이 될 것이며 올 겨울이 되었을 때 이 정도 추위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무덤덤하게 달리기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달리기
#런데이
#2025년동장군취임식
#챌린지
#몹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