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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일기

매일 한 줄의 나를 기록하다

by 조아

2024년은 내게 있어 도전의 시간이었다. 달리기 세계에 들어가 러너가 된 것도 도전 중 하나였지만 그보다 일찍 들어간 글쓰기 세계에서는 에세이 쓰기가 또 다른 도전이었다. 특히 에세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동기 중 하나인 김신지 작가님과의 만남, <제철 행복>을 시작으로 그날 김신지 작가님의 다른 저서 4권을 읽으며 이렇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었다.


당시만 해도 내 글감은 책 읽기 후 나의 생각과 감정에서 나왔기에 책을 읽지 않으면 글쓰기가 어려웠다. 가끔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기 어려웠고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쉽게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담하거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어렵다고 느낄수록 묵묵히 글을 썼고, 계속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이런 기대감은 어리석고 무모한 감정이 아니었다. 묵묵히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블로그 카테고리인 '글조아'는 380개가 넘는 글쓰기 콘텐츠가 쌓여 있었고 지금도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한 글도 몇 편이 있다. 그리고 브런치 스토리에는 작년부터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1,000개의 글 발행이 눈앞에 보인다. 현재 975개로 아직 25개를 더 써야 하지만 이번 달 안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지금까지 인생의 길을 걸어오면서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것만을 보며 경주마처럼 달렸다. 내 성향 상 하나에 빠지면 그것만 파고드는 나이기에 어떤 목표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난 이후의 성취감 뒤에 찾아오는 허탈감이 문제였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 또 다른 목표를 찾지 못했다면 허무함이 나를 지배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그보다 더 상위의 목표를 찾거나 다른 영역의 목표를 현재와 연결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목표지향적인 자세는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끊임없이 성장을 위한 목표를 찾고, 달성하기 위한 단계를 계획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도 않지만, 매일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이어간다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어제의 나를 되돌아보는 '피드백'의 과정이 없다면, 방금 전의 일도 돌아서면 기억하지 못하는 요즘 나에게는 전광석화처럼 과거의 일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한 것이고 기록의 습관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기억하면 정말 좋겠지만,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고 본능적인 망각의 축복도 있기에 잊기 위해서 기록하는 습관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적자생존은 진정한 가치는 기록하는 사람에게 있다고 믿는다. 요즘 안예진 작가님의 <성공의 기록 다이어리>를 매일 사용하며 일상을 기록으로 남긴다. 여기에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을 '5년 일기'에 기록 중이다. 거의 20년 만에 일기를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매일 쓰지 않는 날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일기를 쓰면서 오늘의 나를 반드시 기억하고 싶다.



기분 좋은 일뿐만 아니라 기분 나쁜 일, 속상한 일까지 기록하며 1년 뒤, 5년 뒤 동일한 날짜에 과거의 나를 만나는 순간은 그저 과거의 기록을 보는 것 이상의 가치를 할 것이다. 1년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저런 행동을 할 수도 있었지만, 5년이 지난 미래에는 보다 성숙한 존재가 되어 과거의 나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기를 쓴다는 것이 하루를 반성하는 의미보다는 하루를 되돌아보며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연약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행동하였더라도, 시간이 지난 후에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며 미래에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보다 옳은 선택,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나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이런 점이 5년 일기의 제일 큰 장점이며 2029년 12월 31일 5년 일기의 마지막 장을 채우고, 다시 10년 일기 쓰기에 도전하고 싶다. 당장 1초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인간의 미래를 불투명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행동과 생각,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가 미래에 영향을 주어 내가 원하고 꿈꾸는 미래를 조금씩 허락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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