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로 일요일을 즐기는 방법
일주일 중 가장 기대되는 날은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토요일을 좋아할 것이다. 물론 일요일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토요일이 일요일보다 더 매력적인 이유는 일요일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기에 토요일을 더 선호할지도 모른다. 직장인은 나의 경우도 일요일보다는 토요일이 더 기다려지고 금요일 저녁에 두릴 수 있는 토요일에 대한 기대감은 일주일 중 가장 기분 좋은 시간으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요즘 토요일보다 더 기다려지는 날이 있는데 월요일 출근 부담이 있어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일요일이다. 5주 전부터 일요일에는 10km 달리기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고 지난 5주 동안 매주 일요일에는 10km 이상의 거리를 달렸다. 사실 토요일에 하고 싶었지만 감정코칭 교육이 있는 날도 있어 온전히 달리기를 할 수 없기에 대안으로 일요일의 달리기를 선택했다.
토요일 하루 종일 감정코칭 교육을 받고 일요일에는 가족들과 외출을 하거나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가는 등 가족을 위해 시간을 써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아내와 아내, 그리고 장모님의 배려 덕분에 나는 매주 일요일 달리기를 누리고 있다. 요즘은 15km 달리기를 해서 웜업과 쿨다운 시간까지 포함하면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가족들은 내가 이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토요일 아내와 아이가 외출했다가 늦은 귀가로 평소보다 늦게 잠들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 번주 일요일 달리기를 쉴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주 3회 달리기와 일요일 10km 달리기라는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았다. 쉬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아내와 아이가 늦은 아침을 먹을 때 달릴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영하의 날씨이기도 해서 더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지금 달리지 않으면 오늘 더 이상 달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가기 전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영하 2도 정도의 날씨여서 옷을 한 겹 더 입고 나와 그렇게 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오가 가까운 시간이라 볕도 잘 들어 바람만 불지 않으면 그렇게 춥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바람이 너무 불었다. 설 연휴가 대구 유천에서 달리기를 할 때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을 미리 경험했기에 항상 고글을 챙겨 다녀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강풍이 불어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추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15km 달리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볍게 몸을 풀고 익숙한 코스를 달렸고 바람 때문에 호흡이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호흡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페이스를 조절하고 호흡에 집중했다. 폐 안을 가득 채운 찬 공기로 숨 쉬기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혹한의 추위는 아니라 참을만했다.
5km 구간까지는 큰 불편함 없이 달렸지만 8km 구간부터는 호흡이 가파와 달리기 힘들어 10km만 달릴까 고민하는데 그래도 일요일인데 15km를 달려야 주간 달리기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다는 생각에 10km를 한 시간 안에 주파하고 10km 구간부터는 LSD를 했다. 페이스를 최대한 늦추며 호흡을 가다듬었고, 천천히 조깅을 하며 나머지 5km 달리기에 집중했다.
천천히 달리면서 케이던스가 엉망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부 기록과 페이스,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완주였기에 케이던스를 더 이상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무리 케이던스가 좋아도 완주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기에, 완주 하나에만 의미를 두고 달렸다. 지난주 일요일보다 시간이 더 걸렸지만 15km의 거리를 완주했고 가족 외출을 위해 서둘러 귀가했다.
집으로 가는 길, 10km만 달렸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이란 느낌이 들면서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15km 달리기를 완주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약속을 지킨 것도 좋았지만,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물리진 나의 마음이 지난주보다 한 뼘 더 커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힘들어도 끝까지 달린 의지가 한 겹 더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러너는 이렇게 하나의 달린 순간순간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번의 달리기만으로 러너를 평가하기는 어려운 이유가 러너의 지난 흔적들을 살펴보지 않는다면 그의 달리기 세계를 깊게 알 수 없고 수박 겉핥기식의 이해에 머무를지도 모른다. 오늘의 달리기를 교훈 삼아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오늘을 기억하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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