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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25년 홋카이도 여행

여행 중 가장 설렌 순간

by 조아

직장인에게 휴가만큼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을 없을 것이라 믿는다. 2025년이 되어 다시 채워진 휴가 일수만큼 올해는 어디로 여행 갈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보다 기분 좋은 순간도 없다. 이 순간이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기에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단순히 그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고 설렘으로 충만함을 느낀다.


사실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여행을 좋아하는 않았던 사람으로 여행의 묘미를 잘 몰랐고,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생각에 지배당한 체 오랜 시간을 살았기에 여행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여행 대신 집에서 편하게 자는 것이 더 좋고, 잠자리를 가리지는 않지만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몰려오는 피로감은 여독 이상의 것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첫 여행으로 기억하는 일본 도쿄 여행 후 집에 와서 1박 2일 동안 잠만 잤던 것이 큰 영향을 주었으리라 추측된다.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거실 히터 위에 발을 올리고 죽은 듯이 잤던 나를 보고 부모님께서는 어린 나이에 일본에서 엄청 고생했다고 생각하셔서 일부러 깨우지 않으셨다고 했다.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지 않았던 나에게 무려 30년이 지났어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도 첫 여행이라는 첫 경험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이 때는 어리기도 했지만 일본이란 나라를 잘 모르던 터라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자고 하는 대로 하는 것이 중요했다. 5박 6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JAL을 타고 첫날 나리타 공항에 내려 시내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일본의 풍경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몇 번의 일본 여행을 했지만 일본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만큼 일본의 번영이 우리나라보다 시기적으로 빨랐음을 느낀다.


가끔 내가 살았던 곳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상전벽해'라는 사자성어가 딱 어울리는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있는 우리나라이지만 일본은 정말 조용함을 넘어 고요함마저 느낀다. 도쿄나 오사카와 같은 대도시는 물론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내가 주로 여행하는 곳이 홋카이도와 오키나와에 한정되어 있어 더더욱 그런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으면서 '변화'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보다는 익숙함이 더 좋은 나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여행의 묘미 중 새로운 공간이 주는 신선함이 있지만 나는 새로운 공간이 주는 신선함보다 여러 번 방문하여 익숙한 느낌과 여러 번 방문하였다 하더라도 이방인이 가지고 있는 시선의 한계를 넘어 현지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찾고자 한다.



그래서 간 곳을 또 가고 가보았지만 내가 모르는 곳을 찾아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코로나 19가 창궐하던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홋카이도 여행을 갔다. 올해도 변함없이 홋카이도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때가 와 기분이 너무 좋다. 아내는 홋카이도 여행을 그만 가지 않을 때도 되지 않았냐며 핀잔을 주지만 이미 나에게는 매년 해야 하는 정례행사와 같은 리추얼이 되었다.


물론 여행 파트너도 변함없이 동일하다. 다만 조금의 변화가 있다면 두 명만 갔던 여행에 한 명 더 추가되었다는 사실만 다를 뿐, 이전의 여행과 크게 다른 것은 없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았을 뿐이다. 홋카이도 여행이 처음인 그분에게 어떤 광경을 보여주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도 이번 여행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가보았다고 알 수 없는 그곳을 매력을 나도 다시 느끼며 새로움을 전달하는 여행이 무척 기대된다.


3월 초에 떠나기에 아직 3주 정도 여유가 있지만 항공권을 예매하는 순간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될 것이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홋카이도의 모습과 마주하면서 익숙함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작년에는 운 좋게 홋카이도를 세 번 여행할 수 있었기에 더욱 기대되는 올해의 여행을 준비하며 전정한 홋카이도 바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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