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홋카이도로 향하는 이유
매년 12월만 되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눈이 올 것만 같은 흐린 날, 홋카이도의 하늘을 떠올린다. 금방이라도 흰 눈이 내릴 것만 같은 홋카이도의 하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늘이자 목이 부러져라 올려다보는 동경의 대상이다. 눈을 극혐 했던 내가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지금은 눈을 좋아하는 것이 사실이기에 부끄러워한다는 과거도 이제는 아무 의미 없다.
눈 내린 홋카이도를 보기 위함이 이곳을 방문하는 가장 큰 목적이자 이유라서 눈이 올 때 홋카이도 여행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꼭 눈이 내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사실 홋카이도는 겨울보다 여름이 더 성수기인 매력이 넘치는 여행지이다. 비싼 비행기값 때문에 한 번도 여름에는 이곳을 여행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는 여름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홋카이도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여름의 태양을 만끽하기 위해 홋카이도를 방문하고 싶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렸던 홋카이도 동쪽 사로호에서 열리는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마라톤 풀코스는커녕 하프코스마저 완주하지 못한 상태라 꿈만 꾸고 있지만 언젠가는 사로호를 달리면서 무라키미 하루키의 흔적을 느끼고 싶다. 운이 좋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대회에 참가하여 달리는 행운을 누릴지도 모른다.
아내는 매년 홋카이도로 향하는 나를 보며 '홋카이도 바보'라고 놀리지만 나는 사실 홋카이도 바보이자 홋카이도 전문가가 되고 싶다. 한국인들에게 인기 높은 여행지이기도 한 홋카이도는 사실 한 번 방문으로 모든 것을 알기는 어려운 곳이다. 지금까지 대략 7번 정도 홋카이도를 방문했지만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기에 매년 홋카이도를 방문하려고 한다. 특히 북부나 동부 지역은 한 번도 가지 못한 곳이 너무 많다.
이번 여행은 연초부터 계획했었다. 정확하가게 말하면 작년 10월 홋카이도 여행에서 돌아온 후부터 이번 여행을 언제 갈지 고민했었다. 늘 2월까지는 항공료가 비싸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3월 예약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조금씩 가격이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적정한 금액의 항공편이 있어 재빨리 결제했는데 왠지 이후에 더 저렴한 가격의 항공편이 나올 것만 같았다.
뭔가 비싸게 가는 것 같아 찜찜한 기분이었지만 이미 호텔 예약까지 완료된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예상한 대로 에어부산에서 특가 항공편이 나왔다. 물론 위탁수화물이 없는 티켓이라 별로의 수화물 비용을 지금 해야 하지만 나처럼 배낭 하나만 매고 가는 여행객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사실 위탁수화물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티켓이라도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면 정가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위탁수화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가라고 해서 마냥 저렴한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여행 때는 특가 항공권, 편도 35,000원에 구매했지만 위탁수화물 서비스가 없었다. 이런 사실을 발권할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kg 당 무려 9,000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얻어낸 경험적 지혜이다. 특가로 예약해서 하늘을 날 것만 같았던 기분은 특가금액의 세 배에 달하는 위탁수화물 비용을 지불하여 특가 아닌 특가가 되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비행기 편에는 부가 서비스를 이용해 위탁수화물 비용을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홋카이도 여행을 함께 하는 여행 메이트인 선배님께서 어떻게 특가 항공권이 나오는 때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을 신기해하시며 물어보시는데 사실 이런 감각은 그저 항공권 예매를 수년 동안 했기에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말했지만 사실 항상 홋카이도 여행을 꿈꾸며 틈틈이 항공권 검색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특가를 알아맞추는 능력은 매년 홋카이도 여행을 하니 이런 감각이 자연스럽게 키워진 것 같다. 역시 여행을 통해 만들어진 경험적 자산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도 된다. 배낭 하나에 갈아입을 옷 몇 벌과 안예진 작가님의 독서의 다이어리, 여권, 국제 면허증 등만 챙기면 된다. 기내와 숙소에서 읽을 책은 이미 아이패드에 다운로드하여 놓았고, 여행 중 아내와 아이에게 보낼 편지지도 챙겼으면 더 이상 준비할 것은 없다. 미리 작성한 여행 계획도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으로 홋카이도를 진정으로 느낄 준비가 되었는지 여부이다.
지난 10월 여행 이후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 이제 곧 펼쳐진다. 이번에는 홋카이도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하며 여행을 기다리는 이 시간이 가장 즐겁고 흥분된 여운을 선사한다. 둘이 아닌 세 명이 함께 하는 여행에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남자 세 명이 함께 하는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순간이며, 앞으로의 여행을 결정할 순간이기도 하다.
매년 홋카이도로 향하는 이유는 나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저 홋카이도를 진정 알고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 홋카이도 전역을 돌아보며 여행자의 마음이 아닌 홋카이도에서 살고 있는 현지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 땅을 밟으면서 조금씩 홋카이도의 진심을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매년 홋카이도로 나를 향하게 만든다. 이것이 가장 근접한 홋카이도 여행을 준비하는 이유일 것이다.
여행의 이유가 딱히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여행하는 사람의 마음과 여행 중 느끼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채워질 마음일 것이라 믿는다. 비우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닌 채우기 위해 가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떠나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닌 돌아오는 것에 목적을 두는 여행자의 태도는 여행하는 사람은 현명하다는 말을 증명하는 여행의 순간이라 믿는다.
1.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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