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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시험

제73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by 조아

방과 후 수업에서 한국사 공부를 시작한 아이는 어렵다는 한국사에 대한 재미를 느꼈는지 도서관에 가면 한국사 관련 책을 주로 빌려 자기 전에 한 시간 정도 읽는다. 한국사라면 진저리를 떠는 아내와는 달리 이과였지만 한국사를 좋아하고 한국사 성적도 상위권이었던 나는 아이가 한국사를 좋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 한국인이라면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의 역사를 바르게 안다는 사실은 정말 중요하다. 김주혜 작가님의 <작은 땅의 야수들>이란 책이 세상에 나온 배경도 작가님의 역사관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조기 역사 교육은 매우 필요하고 느낀다.


이번 주 퇴근 후 아이와 함께 아내가 미리 준비해 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출문제를 풀면서 아이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60점 이상 점수를 획득해야 검증자격이 주어지는 시험이라 아이가 너무 기대를 가지지 않도록 잘 이야기했다. 처음 응시하는 시험이니 경험해 보는 것에 만족하자고 아이에게 말했고 아이도 한국사를 좋아하지만 성적은 별개의 문제라고 인식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아이의 시험 준비를 도왔고 아는 문제는 꼭 맞힐 수 있도록 연습했다.


아무리 기본 과정이라고 해도 한국사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광범위한 시대적 사건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시대적 배경까지 알고 있어야 겨우 문제에 접근할 수 있기에 아이에게 시대, 인물, 국가를 우선 파악하는 스킬을 알려줬지만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쉽게 이해하거나 접근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들 중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지만 한국사는 정말 피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할 정도 성인에게도 어려운 시험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모의고사는 처음보다 20점 정도 점수가 올라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검증자격 취득 기준선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 아는 것을 틀리지 않는 방법을 숙달하는 연습을 했다. 아이뿐만 아니라 누구나 아는 문제를 틀리는 것처럼 비통한 사건은 없기에 아이가 실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정답을 맞힌 문제도 한 번 더 문제 풀이를 했다. 설령 아이가 지겹게 느낄지라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를 점검하며 특히 배점이 1점인 문제는 누구나 맞힐 수 있는 문제이기에 틀리지 않도록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OMR 카드를 한 번도 작성한 적이 없어서 컴퓨터용 사인펜을 준비해서 마킹하는 연습도 했다. 처음 사용하는 시험 도구가 신기한지 반짝이는 눈으로 OMR 카드를 작성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처음 작성하던 때를 떠올려봤다. 정확하지 않지만 중학교 2학년 시험으로 기억하는데, 그전까지는 종이 답안지에 볼펜으로 답을 작성하여 제출했지만 질감이 좋은 작은 OMR 카드에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답안을 옮겨 적을 때 틀리지는 않을까 긴장하며 마킹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당락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아이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준비만 한채 시험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 시험장으로 향했고 차 뒷자리에서 아내는 아이에게 답안지에 이름과 수험번호를 쓰는 것부터 모의고사에서 틀린 문제 풀이를 하며, 모두 마킹해야 하는 것과 모르는 문제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벼락치기가 전공이라고 말하는 아내의 족집게 속성 과외로 아이는 자신감을 얻은 것처럼 보였고 아직 어린아이가 홀로 시험장에 들어가는 뒷모습이 위풍당당하다고 느껴졌다.



아이가 시험을 치는 동안 나는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했고 준비하느라 시간이 조금 촉박했지만 일요일 15km 달리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주 888.8km 숫자 달리기와 어제 9.3km 삼일절런을 했기에 조금 피곤해서 일단 달려본 후 무리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15km 달리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15km 달리기를 하면 아이는 시험 종료 후 약 40분 정도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달리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려고 노력했다.



또한 어느새 주 3회 달리기에 적응된 내 몸도 5번의 달리기를 하기에는 조금 무리기도 해서 5km 정도의 거리를 달리고 쿨다운을 하며 마무리했다. 평소보다 4~5km 정도 더 달렸을 뿐이지만 9.3km 달리기를 바로 어제저녁에 하고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일요일 오전 15km 달리는 것은 무리였고, 무리하면 부상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회복 달리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트랙 달리기를 하면서 평소 달리던 코스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다시 떠올릴 수도 있었다.



쿨다운을 마치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시험 종료 시간에 맞춰 시험장이 있는 건물 앞으로 갔다. 아내가 먼저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고, 대부분 비통한 표정으로 나오는 다른 응시생과 달리 아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별 표시가 가득한 아이의 문제지를 보면서 대략적으로 정답을 확인했는데,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정답 확인을 하니 부모의 욕심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의 첫 도전을 망치고 싶지 않아, 바로 정답 확인을 멈추고 아이의 도전을 응원했다.



도전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미 있고 용감한 행동이었다고 칭찬하며 더 열심히 준비해서 올해 한 번 더 응시하자고 아이를 위로했다. 아이의 도전을 도우며 나도 1급 자격 취득에 도전하겠다는 다짐을 아이에게 말하며 함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자고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직 모르지만 아마도 자격 취득하기는 어려울 것 같기에 아이가 실망하지 않도록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한다. 다음 시험을 미리 준비하며 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자 함께 도전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자격을 취득하는 날을 상상하며 한국사 공부는 물론 올바른 역사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역사를 기억하는 민족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조상님들의 질문에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애쓸 것이다.


항상 머릿속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문장을 기억하며 역사 속 인물과의 만남을 통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를 고민할 것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타산지석으로 삼으며 미래를 밝히는 횃불이라 생각한다. 아이와 같이 한국사를 배우며 이 횃불을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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