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준비
이번 주 나는 감정코칭 전문강사 1급 과정 시연 평가를 앞두고 있다. 처음부터 공감이라는 것을 잘하지 못했던 터라 큰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지금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바로 거실 테이블에 앉아 공부를 한다. 내가 앉아서 무엇인가를 하니 아이도 자기 방에 책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실 테이블에 와서 자리를 잡는다. 가끔 유튜브를 볼 때도 있지만 자신만의 루틴인 그림일기 쓰기, 동시 한 편 쓰기 등 바쁘게 본인 할 일을 한다.
방학이라는 여유로운 시간을 더 많이 놀라고 재촉하기도 하지만 아이는 항상 바쁘다. 방과 후 수업에서 배우고 있는 한국사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편으로는 기뻤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아이가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한 문제 차이로 아쉽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이 되지 못했던 아쉬움을 너무나 잘 알기에 아이가 상처받는 것을 차마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능력검정이라는 것이 자신의 지적 수준을 판별하는 시험이기에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거쳐야만 한다.
주말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이란 책을 빌려 자기 전 혼자 읽는 모습이 기특해 보여도 한국사는 정말 방대한 범위의 내용을 알아야 하고 시대별, 인물별, 국가별 특이사항을 다 이해해야 하는 고도의 이해 과목이기에 아무리 한국사를 좋아해도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다. 항상 시절부터 한국사는 암기 과목이란 말을 많이 들으며 자랐지만, 한국사는 암기도 필요하지만 역사적 사실의 연관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임기해도 소용없기에 개인적으로 이해 과목이라 생각한다.
자녀 교육에 욕심이 많은 아내는 기출문제를 출력해서 검정시험 전 아이가 먼저 풀어볼 수 있도록 미리 준비했다. 회사 일로 바쁜 아내를 대신해 내가 아이가 실제 시험 시간과 동일하게 타이머를 설정하여 혼자 문제를 풀도록 하고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아이가 감독관에게 불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시험 중에는 절대 말하면 안 된다는 주의를 주었지만, 아직 어린아이는 그런 규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수시로 질문을 했다.
실제 시험 중 다른 응시자에게 피해를 줄까 봐 잠시 감독관으로 변신해 아이에게 주의를 주었고 아이는 홀로 모의고사를 풀었다. 70분이란 시험시간 동안 아이가 혼자 잘 문제를 잘 풀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자능력검정시험에서도 잘했기에 더 이상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수능고사도 아니고 또 처음 응시하는 한국사검정시험이라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아이에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경험보다 더 값진 공부는 없기에 아이의 도전을 묵묵히 응원했다.
이런 나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아이는 아내를 닮아 공부 욕심이 많아 잘하고 싶은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였다. 옆에서 지켜보니 나름 신중하게 답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은 자신감 있게 정답을 고르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한국사를 좋아하고 역사 성적도 좋았던 나도 구한말의 내용은 정말 복잡한데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토대로 정답을 유추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신기했다. 모든 내용을 알지는 못해도 아는 것으로 정답을 유추하는 것도 시험에서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70분 타이머가 울리기 전에 아이는 시험을 마쳤고 모든 문제를 풀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았기에 최선을 다한 태도를 칭찬해 주었다. 아이가 잠시 쉬는 동안 체험을 하였고 기대했던 것보다 점수가 잘 나와 더욱 안심이 되었다. 난이도에 따라 배점이 다르기에 어려운 문제일수록 아이가 맞출 확률이 낮았지만 나름 어려운 문제를 몇 개 맞히는 것을 보니 그동안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이란 책을 그냥 읽은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틀린 문제에 대해 무엇 때문에 틀렸는지 이해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으로 쉬고 있는 아이를 다시 불러 오답 풀이 시간을 가졌다. 내가 아는 지식을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부모의 입장에서 부모가 자녀를 직접 가르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대화의 방법으로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 모든 문제에 대해 오답 풀이를 하지 못했지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 전 모두 다 해볼 계획이다.
처음 한 것치고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시선으로 내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을 수 있기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한국사는 정말 어려운 과목이다. 외울 것이 너무 많아 시간도 많이 소요되기에 그럴 시간에 수학 문제 하나 더 풀거나 영단어 하나 더 암기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지만 항상 아이에게 역사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고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말을 상기시킨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다케시마 주장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알지 못한다면 단순히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반박할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감정적인 대응이 아닌 정확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성인이 되기 전부터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역사는 과거의 지나간 사실이지만 현재를 사는 나와 아이에게 반드시 알아야 할 조상님들의 질문이며, 과거의 사람과 만나 대화하는 인문학의 시간이다. 이것이 우리가 한국사를 공부해야 할 이유이자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도전을 돕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 아이와 함께 올해 나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2급 자격을 취득한 후 별 생각이 없었지만 망각했던 내용을 다시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들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 자격을 취득하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올랐다. 내가 한 말에 귀 기울이고, 조그만 손으로 메모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에게도 저런 열정이 있었던 때가 있었는지 떠올려 본다.
며칠 동안 지켜본 아이는 지금 매우 간절하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합격하겠다는 간절함이 아니라 한국사를 바르게 알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물론 합격하면 좋겠지만 이렇게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와 함께 한 다는 것이 더 큰 의미를 두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아이의 모습을 아빠인 내가 배운다. 첫 도전이라는 험준한 산을 꼭 넘고 싶다는 아이와 함께 시험 결과를 떠나 한국사를 바르고 정확하게 알려는 아이의 간절함에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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