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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카와의 재발견

걷다 보면 어느새 느껴지는 매력

by 조아

홋카이도 여행을 처음 하던 때에는 눈길 운전을 가급적 피하고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정해진 여행 일정 속 대중교통이란 이동의 제약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없게 만들며, 무거운 캐리어를 항상 가지고 이동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물론 짐보관함을 이용하거나 얼리 체크인을 해도 되지만 짐보관함이 꽉 차있을 수도 있고, 얼리 체크인 비용도 발생해서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다.


대설산 로프웨이 탑승에 실패한 후 기념품 가게에서 마그넷을 구입하며 잠시 선배님과 고민을 했다. 일정대로 내일 아침 비에이 투어를 할지 , 아니면 한 번 더 대설산 로프웨이에 도전을 할지 커피 한 잔과 함께 서로의 의견을 조율했다. 처음 방문한 대설산 로프웨이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우리는 비행기 탑승 시간이 조금 촉박해질 수도 있겠지만 한 번 더 대설산 로프웨이에 도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신 9시 정각에 출발하는 첫 곤돌라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숙소에서 늦어도 6시에는 출발해야만 했다. 대설산 로프웨이에 탑승하기 위해서 새벽에 출발하는 것은 괜찮지만 한편으로는 아사히카와 동네 한 바퀴를 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새벽 6시에 출발하기에 더 일찍 일어나 달릴 수도 있지만 어제저녁부터 내린 눈으로 일찌감치 달리기를 포기했기에 마음은 후련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대설산 로프웨이 도전을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던 중 우연히 창밖을 보니 눈 내린 길 위로 달리는 열정의 러너 몇 분을 보고 어젯밤 성급하게 내린 결정을 후회했다. 눈이 왔다는 것도 자기 합리화를 위한 일종의 핑계로 만든 러너들을 뒷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들처럼 환경에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러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든 달릴 수 있는 러너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키오스크에서 셀프 체크 아웃을 하고 비에이로 향했다.


물론 비에이에도 숙소가 있긴 하지만 아사히카와처럼 선택의 폭이 다양하지 않다. 특히 성수기에는 예약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숙소가 충분하지 않아서 비에이 투어를 원하는 관광객들 대부분은 아사히카와에 숙소를 잡는다. 작년 5월 가족 여행 때 에어비앤비를 통해 비에이에 숙소를 구했는데 정말 숙박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관광객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여행에 있어 숙소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기에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숙소이지만 다른 선택을 위해 희생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아사히카와는 비에이보다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상대적으로 교통편도 편리하기에 비에이보다 아사히카와의 숙소를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자연 속 숙소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비에이에 있는 숙소가 더 적합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사히카와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만큼 아사히카와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아사히카와역 앞에는 이온몰이 있어 쇼핑을 할 수도 있고 이온몰 안에 스타벅스, 다이소, 서점 등이 있어 구경만 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아사히카와역 주변에는 숙소도 많아 숙소를 선택하는데도 고민을 해야 할 정도이고, 징기스칸 다이코쿠야 고쵸메점과 역사와 전통의 라멘 맛집 아오바혼텐 등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도 있다.


작년 10월 여행 때 아사히카와 동네 한 바퀴를 하기 위해 방문한 도키와코엔과 아사히카와역 근처 기타사이토 가든이 있어 도심 속 자연 공간과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또한 한국에도 잘 알려진 펭귄들이 행진하는 아사히야마 동물원, 일본 문학의 거장 미우라 아야코 문학관도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이번 여행에서 새롭게 발견한 선택지는 바로 하코다테보다 더 크고 상품이 많은 Super sports Xebio이다. 솔직히 하코다테에서 구매한 러닝화를 아사히카와에서 샀다면 더 많은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코다테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이 없어 구매를 하지 않았던 선배님도 여기에서는 야구화와 배드민턴화를 구매하실 정도로 많은 종류의 상품이 있었다. 이미 러닝화를 구매한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지만 다음 여행에서는 이곳에서 더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아사히카와에 다섯 번 정도 방문했지만 나는 이곳을 다 알지 못한다. 특히 이번 여행을 제외하고는 도보로 다닌 적이 없어 아직 내가 모르는 아사히카와의 숨은 매력이 있는 도시라고 생각해 다음 여행 때는 이곳을 메인 베이스로 삼고 싶다. 홋카이도의 북쪽을 아직 가보지 못했기에 아사히카와에 머물며 다음 여행의 일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지 모르겠지만 분명 아사히카와로 향하는 내 마음처럼 나는 이곳에 다시 올 것이다. 적어도 아사히카와에 이틀 이상 머물며 이곳의 낮과 밤을 누리고 싶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은 아사히카와는 내가 좋아하는 홋카이도의 도시, 하코다테 이상으로 매력이 넘치는 도시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아사히카와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며 알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 여행에는 보다 아사히카와를 정확히 알고 이곳 사람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이방인이지만 아사히카와의 진정한 매력 속으로 들어가 현지인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 홋카이도 동북지역의 관문 도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아사히카와라는 도시를 알면 알 수록 홋카이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부터 아사히카와를 가장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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