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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03. 2023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

신과의 일체감이 숨겨져 있는 인간의 뇌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가 대국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의 등장은 위협 요소가 아닌 신기한 이슈로만 인식되었지만, 챗GPT의 등장은 인간은 지위와 만물의 영장이라는 권위를 무너뜨리는 강력한 도전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챗GPT는 글을 대신 써주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하며, 간단한 작사 작곡까지 가능한 인간의 능력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일을 한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선사시대부터 지금의 현대사회까지 인간은 오랜 기간 만물의 영장으로 행동해 왔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지 못하는 일,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일을 쉽게 하면서 인공지능을 만든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기술이 발달된 먼 미래에는 인간이 기술에 굴복하여 기술의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는 막역한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으로 연계된 자율 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과 같은 첨단기술은 노동의 고통과 속박에서 인간에서 자유로움을 주고 각종 사고의 위협에서 인간을 보호해 주는 인간을 위한 기술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으로 장거리 운전에 대한 피곤함과 육중한 공작기계로 인한 산업재해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준다. 두려움의 존재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하는 의식은 선사시대의 샤머니즘과 토속신앙에서 비롯된 인간이 오랜 기간 사용해 온 비장카드였다. 간절히 원하는 소원을 정화수 한 그릇을 떠 놓고 정성을 다해 산신을 향해 빌며, 만선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며 선원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용왕제, 시골 마을 곳곳에 있는 당산나무는 인간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한 비장의 카드 형태이다.


 보이지 않는 신을 향한 인간의 의식 행위는 신과의 일체감을 누리게 만들어 주었고, 흔히 말하는 고등 종교로 갈수록 더욱 구체화되고, 정교해졌다. 거대한 폭포 아래 연꽃자세로 명상을 하면서 자연의 신비로운 힘을 느끼거나, 피정 또는 금식기도를 하면서 신의 음성을 체험하는 영적인 경험은 인간의 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위영역을 활성화시켜 준다. 이 의식의 신체적 행위로 촉발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으로 발생되는 신비로운 체험이 영적인 흡수 상태인, 심오한 일체 상태를 가져올 수 있기에 이것을 고대 종교적 명상 수행이나 명상 기도에 몰입할 때 일어나는 일과 동일하다는 믿음을 인간에게 주었다.



신비적 상태에서 우리는 모두 절대자와 하나가 되고, 우리가 하나임을 인식한다.

윌리엄 제임스, <종교적 체험의 종류>


윌리엄 제임스를 비롯한 신비주의자들은 신비 체험의 본질적인 역학이 신학이나 계시보다 더 깊은 무엇인가에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역학이 인간의 뇌 속에 있고, 신을 향해 스스로 다가가게 하는 마음에 의해 작동한다는 사실 몰랐기에 과학적인 설명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으로 증명해 내지 못했다. 아직 밝혀내지 못한 인간의 뇌 속 어딘가에 있는 신비로움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노력은 뇌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며, 바벨탑을 높이 쌓고 신과 같이 되려는 인간의 어리석음 대신 신과의 일체감으로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알게 한다. 이 욕망이 있는 한 신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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