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Jun 02. 2023

자기 앞의 생

사랑받는 인생을 위하여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에서 죽고 싶을 정도로 비참했던 헤어짐의 순간까지 사랑이 했었고 사랑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첫사랑도 진정한 사랑이라 믿었던 것도 다 진짜 사랑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 밀려오는 허무감으로 나는 괴로웠다. 사랑받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것만을 사랑으로 착각한 나에게 주는 일종의 형벌 같은 시간이었다. 이제 더 이상 사랑은 없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주위에서 혼자임을 걱정하는 염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왔고 사랑으로 채워왔던 공간을 책과 학업으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몇 개의 학위증과 샐러던트의 정체성을 얻었고, 끝없는 배움의 길에서 평생교육과 죽을 때까지 현역이라는 여정을 위해 무엇이든 배우려 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나보다 하나라도 더 아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임과 배우기 위해 먼 곳까지 가는 열정으로 나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음을 믿는다.

 다시 보기 싫었고 혹여 마주치면 죽일 수도 있으니 내 눈에 띄지 말라고 경고했던 사람을 해운대에서 다시 봤을 때, 나는 그때의 격한 감정보다는 나를 피해 가는 그 사람에 대한 측은한 감정이 들었다. 자신이 잘못한 줄 알기에 피해 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삶을 살아가는 동안 다시 만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와 사람에 대한 불신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어서, 나는 쉽게 사람을 믿지 못한다. 아니 사람을 믿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불신의 렌즈로 바라보았기에 낯선 사람과의 교감이 어렵지만 그래도 나는 인간 속의 나임을 느낀다. 혼자만의 동굴에서 지내온 시간 동안 나라는 존재가 느끼는 감정과 타인에 대한 연민, 홀로 지내는 고독 속에서 관계에 대한 의구심을 지워버린다. 관계는 한낱 감정의 고리가 아닌 유대이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끈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건강하고 유익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며, 그렇지 못한 관계라고 생각되는 경우는 처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사회의 최하층에서 살아가는 모모에게 진정한 사람과 건강하고 유익한 관계라는 것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속에서도 모모는 무관심 속에 자신을 향한 사랑을 보고 그 사랑에 대한 화답을 한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통행임을 알게 해주는 그의 사랑은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보이는 사랑까지도 포용하며 죽음의 순간까지 함께 하는 의리와 책임을 보여준다. 사랑은 책임이며 동시에 관심이다. 일반적인 사회 논리인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아닌 오로지 주는 것으로 상대의 필요를 채우는 것은 내가 받은 부모님의 사랑과 같은 것이다. 이런 사랑을 받았기에 내 아이에게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해야 하고, 전함으로 사랑받고 사랑하는 아이로 키워야 하는 의무가 있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을 증명할 수 있도록 맹목적인 사랑이 아닌 자신과 주변을 포용할 수 있는 큰 사랑으로 키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