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며칠 전 친한 친구에게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단순한 안부 문자이라 치부할 수도 있었으나 유독 나의 시선을 끌었던 문장은 "요즘 브런치에 글이 올라오지 않아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된다"라는 것이었다. 대학 동창이자 친구이기도 하지만 매일 아침 글이 발행되었다는 알람을 보고 늘 부족한 내 글을 읽어주시는 브런치 구독자이기에 이 메시지는 마음속 깊은 경종을 울렸다.
그동안 이 친구에게 나는 매일 새벽 글쓰기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왔고 글쓰기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었기에 두 달 동안 브런치의 글이 발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말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나에게 아무 일도 없었지만 내면은 엄청한 혼돈과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존재의 의미에 깊은 상처가 나서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단 한 가지만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저것 하면서 집중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딱 하나만이라도 집중하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린 결론이라 지금까지의 루틴을 초기화하는 결정이기도 했지만 나는 긴급했고 절실했다. 무엇이 내게 진정 필요하고 해야만 하는 것인지를 알고 느껴야만 했다.
'책글필달'이라는 블로그 이름처럼 책 읽기, 글쓰기, 필사, 달리기 등 여러 가지 루틴을 하고 있었지만 요즘 내 일상의 중심에는 달리기 단 한 가지만 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글쓰기도 잠시 내려놓을 정도로 지금이 달리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기에 글쓰기 휴식기를 보낸다. 달리기에 대한 에피소드를 글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과업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로 인한 수면 시간 부족이 회복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글쓰기를 내려놓았다.
달리기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잠시 내려놓은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중간고사와 관련된 에피소드 때문이다. 지금까지 9년 넘게 셀러던트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시험을 놓친 적이 없는 데 지난 4월에는 달리기를 하느라 한 과목의 중간고사를 응시하지 않았다. 전부터 스케줄 관리를 했지만 이 날은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시험 시간을 망각했고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휴학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주었다.
기본적인 실력도 능력도 없으면서 욕심만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무엇이 가장 긴급한지를 고민하다 내린 결정으로 잠시 글쓰기 휴식기를 가졌다. '글루틴'부터 지금의 '몹시 필요한 글쓰기'까지 약 2 년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참여했던 글쓰기 모임에서도 빠질 정도로 단호한 결심을 했고 평소 하지 않았던 특수한 업무 때문에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가장 궁금하기도 했고 언젠가는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일인데 글쓰기 모임을 떠나 '인증'이라는 안전한 울타리가 없는 환경에서 나는 과연 매일의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시도이기도 했다. 물론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아 그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인증이라는 울타리의 중요성을 실감하지는 못했지만 머지않아 언젠가는 인증의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느낀다.
울타리 안에만 있어 보지 못했던 것을 인증의 보호막이 없어진 후에야 조금씩 보게 되었다. 준비되지 않을 글, 조금 더 사색하고 다듬어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글, 인증만을 위해 썼던 글 등 지난날 쓴 글을 하나씩 읽으면서 나를 반성하고 돌아봤던 시간을 통해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은 아주 만족할만한 수확이다.
아직 발행하지 못 한 글을 다듬으면서 생각에 생각을 더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이전보다 담백하고 진솔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처음 글쓰기를 할 때 가졌던 초심을 떠올리게 한다. 경험에 기반한 진실된 글, 비방과 훈계의 목적이 아닌 나만의 생각을 독창적으로 표현하고 일상의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는 작가의 시선을 가지고 싶다는 바람은 아직 내 안에 그대로다.
30일 매일 달리기와 월 300km 달리기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집중했던 5월을 보내고 6월의 첫날, 몸의 기운이 하나도 없어 하루 종일 누워서 쉬어야만 했던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며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망은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며, 무엇에 집중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체력이 있어야 함을 다시금 느꼈다. 그래서 자기 관리가 필요한 것이며 인생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 전이라는 말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이전의 루틴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루틴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시간을 확보하며 루틴의 양보다는 질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달리기에 집중한 5월 한 달 동안 아쉽게도 목표했던 300km 달리기 마일리지 적립에는 실패했지만, 체력이 좋아지고 더 많은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집중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체력과 여유가 있어야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제 이 배움을 일상에 적용하며 새로운 도전을 지속할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인생의 긴장감을 주며 성장의 욕구를 자극하고, 매일 한 뼘씩 성장하고 싶다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이며 반응할 것이다. 이렇게 치열한 6월의 시간을 보내고 7월의 첫날, 지난날의 흔적을 돌아보며 오늘의 다짐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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