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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스타그램을 하는 이유

인증과 관계를 위한 도구

by 조아

올해 815런 미션에 도전하면서 2년 전 정리했던 인스타그램을 다시 시작했다. 절대다수가 사용하는 SNS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온라인 세상에서 단절을 뜻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나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었고 오랜 기간 북스타그램으로 만들어 왔던 계정이 아깝기도 했지만 과감히 계정 삭제를 하며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다.


내가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인스타 브레인>이란 책을 읽고부터이다. 넘쳐나는 영상 콘텐츠 속 호모 사피엔스만의 생각하는 힘을 서서히 잃게 만드는 SNS의 비밀스러운 침투에 적극적인 대항이었다. 물론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좋아요'를 받기 위해 나름의 사진을 업로드했기에 인스타그램의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욱이 책 읽기의 흔적을 남기려고 했던 수많은 게시물들이 있어 더욱 아쉬움을 더했지만, 과연 책 읽기의 흔적을 남기려고 했는지 내가 읽은 책을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함인지를 정확히 분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었기에 결단의 시간이 필요했고 며칠 고민한 끝에 인스타그램을 정리했다.



인스타그램을 정리한 후 소위 인스타그램 친구, '인친'의 최근 소식을 받지 못해 그들의 근황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청소년들은 대국민 애플리케이션이 카카오톡 대신 인스타그램 DM으로 소통한다는 말처럼 온라인 세상 속에서 소통의 채널을 잃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르지만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게 되었다.


가끔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묻는 사람에게 인스타그램이 없다고 말하면 당황스러움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한동안 나를 바라보기도 했지만, 그 눈빛이 두려워 온라인 세상에서 단절될까 봐 하는 걱정으로 다시 인스타그램을 하고 싶지 않았다. 혹여 어떤 이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나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 편했다.


인스타그램을 하다 하지 않아 겪게 되는 불편함은 점점 익숙함으로 변했고 내 주위 사람들은 내가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상에서 인스타그램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될 무렵, <인스타 브레인>이란 책이 진정으로 원하던 일이 나타났는데 비로소 나는 영상 콘텐츠에서 자유로워졌다.



3년 정도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았고, 모두가 다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올해 815런 미션 인증 이벤트를 하기 위해 다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함께 미션 인증하기를 달성하려면 인스타그램 인증을 해야 하는데 1년 전부터 준비한 815런을 위해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수수로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며 나를 팔로우한 사람들의 반응을 점검하지는 않는다. 그저 인증을 위한 게시물을 올리는 것에 그친다. 3년의 시간은 인스타그램에 대해 둔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 주었고, 이 SNS를 통해 나의 소중한 시간을 무의미하게 할애하거나 영상 콘텐츠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었다고 믿는다.


브런치 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고질적으로 답글에 대한 반응이 느리고 심지어 소중한 구독자님들의 답글에 답변하는 것이 한 달을 넘어서 작성하는 경우도 다반사인 나에게 다시 시작하는 인스타그램이 나의 자랑과 과시가 아닌 인증과 소통을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사용되기를 소망한다. 무리한 관계가 아닌 소중한 관계를 더욱 돋보이기 위한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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