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하였으나 완주하지 못했다
온라인 러닝 크루, '부단히런'에서 아주나이스님의 지도에 따라 매일 나와의 싸움을 하며 달리기를 훈련한 결과는 처음 달리기를 할 때와 비교하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과거의 허울만 믿고 3km 정도쯤은 가볍게 달릴 수 있다는 믿음이 완벽한 착각이라는 것은 3km의 거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달리지도 못함에서 오는 부끄러움을 온몸으로 느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은 비 오듯 쏟아져 눈앞이 어질어질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문고리를 부여잡고 밖으로 나가려는 열망과 딱 1분만 침대에 더 누워있고 싶은 욕망과의 혈투를 매일 치르며 조금씩 열망이 욕망을 억누르는 일이 많아지면서 달리기를 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더위를 피해 퇴근 후 달리기도 했지만 해가졌다 해도 뜨거운 태양빛으로 달궈진 대지는 밤이 되어도 용광로처럼 뜨거웠고 한반도 대기 중에 가득한 습기는 한 걸음만 내딛어도 숨이 탁탁 막힐 정도로 습했다. 열도의 습기를 방불케 하는 습함과 더위와의 싸움을 하며 조금씩 거리를 늘려갔다.
한 여름의 절정, 광복절에 있었던 815런의 처참한 실패는 겨우 5km의 거리만 달릴 수 있는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고작 3km 정도는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 더욱이 한 여름의 열기를 진정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오전 10시에 겁도 없이 도전했으니 열사병을 얻지 않았음에 감사할 뿐이다. 815런의 도전 실패를 마음속에 새기며 2025년에는 기필코 성공하도록 부단히 훈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어느덧 여름이 지나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난생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도전하기 위해 모든 달리기 열정을 불태우던 시기였다. 11월 10km 코스를 목표했던 대로 한 시간 이내 완주하면서 첫 대회의 경험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더 큰 도전을 하게 되었다. 이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겨울에 태어나는 진정한 러너가 되려는 노력과 함께 부상을 방지하며 추위와 싸웠다.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의 <동장군 취임식> 챌린지를 하며 4주 동안 즐겁게 달리기 훈련을 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의 정령이 가득한 초록의 기운을 느낄 무렵, 두 번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한 시간 이내 완주의 목표를 달성하고 하프 마라톤 대회 참가를 꿈꿨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겁도 없이 6월 김해 숲길마라톤을 신청하고 무작정 거리주 훈련을 하였다. 10km의 거리를 넘어 12km, 15km의 거리주 훈련을 하면서 점점 거리를 늘려갔고 드디어 21.1km의 거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런 훈련의 결과 4월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21.1km의 거리를 달리는 훈련을 하였고 처음 도전하는 하프 마라톤이지만 달리기 훈련을 하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하프 마라톤에서 두 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했다. 하지만 이 당시 나는 로드러닝과 트레일러닝의 차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단순히 거리로 비슷할 것이라 치부하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대회 당일, 새벽 6시 귀국하는 아내와 아이를 공함에서 기다리며 금세 나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출발 마지노선인 7시 30분까지 나올 수 없었고 나는 첫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물론 다른 사람들 도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전한 후 대회가 참가하는 것이 좋지 않았냐고 말하시만, 나에게는 마라톤보다 가족이 우선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아내와 아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내와 아이를 무사히 집까지 모셔다 드린 후 늦더라도 대회장에는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하프 코스 출발 시간이 임박했고 10km, 5km 출발시간이 달라서 늦었지만 대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번 정도 답사와 연습을 했던 곳이라 대로변에 주차를 하려고 했지만 지원을 나오신 경찰분들이 안전을 위해 주차타워로 주차할 것을 안내하셔서 10km 출발시간도 놓치면서 거의 대회를 포기할 뻔했지만 어찌어찌 주차타워에 주차를 하고 서둘러 대회장을 달려가니 딱 5km 출발시간이었다. 스트레칭은 물론 웜업을 하는 것은 사치라 느끼고 바로 5km 도전자를 함께 출발하였다.
김해종합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대회장을 나오자마자 마주하는 업힐을 달리고 달려 진정한 오솔길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페이스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내리막길이 나와 숨을 고르며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바로 자갈과 진흙이 가득한 산길을 마주하고 당황했지만 앞서 달린 업힐보다 더 경사도가 높은 업힐을 달려야 함에 페이스를 포기하였다. 좁은 산길이라 추월도 어려웠고 전날 내린 비로 인해 미끄러웠기에 천천히 달려도 절대 걷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 눈앞에는 45도의 경사도로 보이는 숲길이 펼쳐 있어 도저히 달릴 수 없었고 앞에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핑곗거리로 삼아 걷기 시작했다. 오르막길을 달리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트레일런의 무서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의 무지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겨우 로드러닝의 재미를 느낀 주제에 겁도 없이 트레일러닝에 도전한 무모함 속에 걷고 달리기를 반복하다 반환점을 돌았다. 나는 하프 코스를 도전하고 있었지만 몸은 나도 모르게 10km 반환점을 돌며 출발선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행 요원들께 하프 코스는 어디냐고 물었지만 숨이 턱까지 차오른 상태라 내 목소리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는지 반환점이라고만 하셨고 나는 직진하는 것 대신 반환점을 돌아 힘겹고 올라온 길로 내려갔다. 오르막길을 올라왔으니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편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마저도 착각이었다. 전날 내린 비로 미끄러워진 내리막길은 앞꿈치에 온 힘을 주어도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만 같아 다리는 물론 온몸에 힘이 들어가 더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
겨우겨우 달리고 달려 대회장으로 돌아왔고 10km 결승선을 통과하며 완주의 기쁨보다는 하프 코스를 완주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완주 메달도 수령하지 않았다. 대회 노쇼(No show)가 아닌 자발적인 DNF(Did not Finish)라고 여기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대회를 참가하지 못하게 해서 미안해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평소처럼 달리기 훈련을 하고 온 줄 아는 눈치여서 늦게라도 대회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하프 코스가 아닌 10km에 참가했다고 하면 아내가 더 마음이 아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면서 스마트폰을 보니 완주증 문자가 왔음을 확인했다. 10km 완주증을 보며 완주메달을 받아올걸 후회하기도 했지만 하프코스를 완주하지 못했기에 받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느꼈다. 약 3개월 동안 하프 코스 완주를 위해 준비했지만 트레일런의 무서움과 매력을 동시에 느끼며 나는 완주했으나 완주하지 못했다. 로드러닝과 트레일러닝의 극명한 차이를 느끼며 트레일러닝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는 트레일러닝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아쉬움에 다른 하프 마라톤 대회를 준비할 것이다.
끝은 마지막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고 믿는다. 이번 도전은 아쉬움이 가득한 실패였지만 공항에서 늦어지지 않았다 해도 산길을 온전히 달렸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달리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기에 트레일런을 더 많은 훈련과 준비를 한 상태에서 도전할 것이다. 다음에는 완벽하게 로드러닝인 대회에 참가하여 하프 코스를 완주하는 완벽한 기쁨을 느끼고 싶다. 내가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유는 풀코스에 도전하기 위한 기록증을 받기 위해서이다. 하프 코스 완주가 최종 목표가 아닌 중간 과정이기에 다음 도전을 준비하며 더욱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대회는 이미 끝났고 앞으로 수많은 대회를 내 구미와 맞게 고르며 새로운 준비를 할 수 있다. 아쉬움은 저 멀리 던져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매진하며 내년 김해 숲길마라톤에서는 하프코스 완주를 하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을 꾼다. 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은 트레일러닝 훈련을 하며 김해 숲길마라톤 코스를 달릴 것이다. 2026년에는 완주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하며 트레일런으로 나의 달리기 세계를 확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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