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가지 않은 미지의 땅을 꿈꾸며
지난 3월 홋카이도 여행에서 돌아와 당시의 감흥을 글로 다시 느끼는 것만으로도 홋카이도 대지 위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홋카이도 일 년 살기를 하면서 이방인으로 누릴 수 있는 원주민의 사치를 최대한 누리고 싶은 욕망의 도파민이 화산처럼 분출된다. 이런 감흥 속에 또 다른 홋카이도 여행을 꿈꾸며 이 번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곳을 가고 싶다는 꿈을 꾸며 특히 내가 사랑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렸던 오호츠크해처럼 광활한 사로마호수가 보고 싶다는 욕망을 현실로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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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북해도로도 불리는 홋카이도는 일본의 북방 영토 확장의 정책으로 역사 속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그전에는 일본인의 시선으로는 문명화되지 않은 아이누 사람들이 살았던 척박한 동토의 땅에 불가했지만 지금은 겨울은 물론 여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여행지가 되었다. 사실 여행지가 겨울이면 겨울, 여름이면 여름에만 인기 있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홋카이도는 여름이면 여름, 겨울이면 겨울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매력만점의 여행지이자 나의 최애 여행지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홋카이도를 여행했지만 팬데믹이 끝나고부터는 매년 홋카이도를 여행하면서 홋카이도의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해외여행이 재력을 과시하거나 값비싼 취미 생활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삶의 활력을 충전하고 눈과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이기에 타인의 시선과 목소리에 얽매이지 않고 매년 홋카이도를 여행하고 또 다른 홋카이도 여행을 계획하고 꿈꾼다. 물론 이런 시도가 가능한 배경에는 아내와 가족의 든든한 지원이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는다.
지난 여행에서 처음 방문했던 대설산을 떠올리며 다른 일정 때문에 가지 못했던 소운쿄에 가고 싶다는 아쉬움을 해결할 기회이다. 사실 "홋카이도 여행"으로 검색하면 대부분 나오는 곳이 삿포로시, 오타루, 조잔케이, 노보리비치 등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초창기 여행을 제외하고는 삿포로시에는 가질 않는다. 대한민국 영토의 2배 가까운 크기를 가진 홋카이도는 미처 가보지 못한 곳이 많기에 삿포포시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깝게 느껴진 이후부터는 복잡한 도시보다는 광활한 대지를 볼 수 있는 곳을 가곤 했다.
그래서 자주 갔던 곳이 "하코다테"라는 최남단의 도시이다. 제국주의 시절 개항지로 유명한 곳이라 서양의 공사관 건물이 아직도 남아 있는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가진 도시이지만 홋카이도 여행의 관문인 신치토세공항에서 자동차로 이동한다면 무려 4시간, 273km를 운전해야 갈 수 있는 곳이라 가고 싶어도 선 듯 갈 수 없는 도시이다. 물론 JR을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자동차와 이동 시간이 비슷하지만 편도 10만 원에 가까운 요금이 들기에 더더욱 망설여질 수도 있다.
보통의 여행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하코다테를 방문하면서 삿포로시에서 느낄 수 없는 지방도시만의 감정은 물론 마음만 먹으면 혼슈의 최북단인 아오모리현으로 갈 수 있는 하코다테만의 매력이 있다. 홋카이도의 추운 겨울이 찾아와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이 덜 내려 진정한 홋카이도의 겨울을 만끽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에 폭설이 아니라면 겨울나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삿포로시를 걸을 때 도로 주변 성인 남성의 키보다 훨씬 높이 쌓인 눈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일은 하코다테에서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나를 하코다테로 이끌었던 매력에 취해 홋카이도 여행을 할 때마다 이곳을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사랑한 하코다테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홋카이도의 동부로 향할 계획이다. 특히 태평양과 오호츠크해가 만나는 사로마 호수 앞에서 울트라 마라톤을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되지 않은 홋카이도의 동쪽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하며 아직 여름이 찾아오지 않은 비수기라 더욱 한적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미지의 공간이 주는 기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홋카이도 여행 서적에서 본 사진을 떠올리며 머릿속에서 수없이 상상하고 또 상상했지만 막상 그곳 앞에 서면 내 상상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위대하고 광활한 자연이 서있을 것이다. 익숙함이 아닌 낯설고 긴장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떠나는 길은 두려움과 걱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홋카이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의 시선은 이미 동쪽으로 향해 있고 미지의 세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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