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여여일

다시와 처음의 사이에서

다시 방문한 토카치 천년의 숲, 처음 방문한 소운코 계곡

by 조아

여행의 전날은 설렘보다는 긴장과 걱정이 넘친다. 무엇인가 챙기지 않은 것만 같고 휴가라는 생각에 너무 푹 자면 계획한 출발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는 참사가 일어날 것만 같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행 전날에는 잠을 못 이뤄 쪽잠을 자거나 아예 밤을 새우고 공항에 간 적도 있다. 이런 상태로 비행기에서 잠을 자서 부족한 잠을 채우기도 어렵고 두통까지 몰려와 항상 여행 첫날은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짐을 미리 챙겨 놓았고 휴가로 인해 미리 업무를 하느라 며칠 동안 무리를 해서 그런지 피로도가 상당히 쌓여 있던 상태라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단 한 번의 뒤척임도 없이 푹 잔 덕분인지 몰라도 알람이 울리기도 전, 새벽 3시에 눈을 떴고 마지막 여행 준비를 점검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서둘러 공항으로 출발한 이유는 보통 여행 준비를 할 때 공항 주차장을 예약하곤 했는데 이번 여행은 어떤 이유인지 공항 주차장 예약하는 것을 깜박했고, 일찍 공항에 가서 국제선 주차장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예상했던 대로 국제선 주차장은 만차였고, 어쩔 수 없이 국내선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국제선 공항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약 5분 정도 걸어서 국제선에 도착했기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선배님도 지하철을 이용해서 공항에 오셨기에 일찍 발권, 수속을 하고 출국 대기장으로 들어갔다. 가정의 달이라 그런지 해외로 여행 가는 인파가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비수기인 홋카이도로 향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탑승권 발권과 수속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아이가 부탁한 면세품을 수령하고 대기장에서 여행 첫날의 일정을 한 번 더 점검하는 여유를 누렸다.



오늘의 일정은 간단하다. 점심때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렌터카를 수령한 후 토카치 천년의 숲을 구경하고 다이세츠 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소운코 계곡으로 가는 일정이다. 작년 10월 여행부터 더 이상 렌터카를 수령할 때 극도의 긴장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은 이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의 오른쪽 방향 운전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여유롭게 렌터카를 수령하고 원시림을 구경할 수 있는 홋카이도 최대의 숲, 토카치 천년의 숲을 향해 출발했다.


이곳은 우연히 작년 5월 가족 여행 때 알게 된 곳으로 숲을 좋아하는 아내가 아름다운 정원과 제주도의 삼나무 숲과 견줄 수 있는 원시림을 볼 수 있다는 욕심에 출국하는 마지막 날 잠시 들린 곳이다. 출국하는 날이라 여유가 없었기에 서둘러 본 아쉬움 때문인지 다시 이곳을 찾아왔고 어쩌면 홋카이도라는 땅이 만들어질 때부터 그 시작을 함께 해온 증인들이 머물고 있는 숲이라는 생각에 재방문하고 싶기도 했다.



토카치 천년의 숲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유독 검은흙을 볼 수 있는 데, 화산 활동으로 대지의 생명이 녹아 있는 검은흙에서 생명력이 넘치는 대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런 기운을 먹고 자라서 다른 곳보다 유독 나무가 웅장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비와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지만, 내 키보다 10배는 더 큰 나무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안개와 맑은 공기를 느끼며 천년의 숲을 거닐었다. 소운코 계곡까지 가야 했기에 원시림 투어를 할 수 없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서둘러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이날의 마지막 일정이자 올해 3월 여행에서 실행하지 못한 소운코 계곡 방문하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거리도 거리거나 와 홋카이도에서도 외진 길이라 자동차는커녕 화물차만 볼 수 있기도 했기에 해지기 전에만 도착하자는 심정으로 여유롭게 도로 위를 달렸다. 대한민국의 2배가 넘은 크기의 홋카이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발전이 되지 못한 동부지역이라 그런지 조용했고 고즈넉한 시골의 풍경과 마주할 수 있었다.


강렬한 인상을 줬던 대설산 아사히다케 로프웨이가 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이라 대설산을 둘러 가는 길이라 온갖 꽃들이 핀 5월에서 만년설을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홋카이도 정중앙에 있는 대설산 국립공원은 일본 내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곳이니 이 정도 둘러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여유롭게 숲길을 달려 해지기 전 소운코 계곡에 도착했고 예약한 호텔에 체크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수기인지라 문을 닫거나 일찍 영업을 종료한 식당이 많았고, 점심도 먹지 않은 상태라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시간과 위치 등 정황 상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 원하는 상품이 품절되기 전 서둘러 먹고 싶은 것을 구매했고 점심도 거른 상태의 허기를 달랠 수 있도록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품을 구매했다.


방에서 허기를 달랜 후 대욕장에 들러 이른 새벽부터 시작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여러 번 홋카이도를 여행했지만 처음 밟는 동쪽의 땅에는 어떤 광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잠이 쏟아졌다. 일찍 일어나기도 했지만 내일의 여정을 위해 저녁 7시도 되기 전에 이미 땅거미가 진 소운코 계속 속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다다미 방이 이젠 익숙해진 터라 등이 바닥에 닿는 순간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함께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ilikebook/1076



#여행

#일본

#홋카이도

#토카치천년의숲

#소운코계곡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