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여여일

자연의 숨은 보석과 조합

폭포와 습지 그리고 호수, 온천, 백조의 하모니

by 조아

소운코 계곡에서의 하룻밤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빨랐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 출발 전 일주일 동안 야근을 했고, 어제 새벽 3시부터 움직였으니 피로가 몰려오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덕분에 다다미방의 향취를 느끼며 푹 자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소운코 계곡의 새벽 공기를 마셨다.


다이세츠잔 국립공원 속 협곡에서 나오는 맑은 공기는 지금까지 마신 그 어떤 공기보다 맑았고 깨끗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더욱이 해가 뜨기 전 새벽 미명에 살아 있음을 알게 하는 새벽 공기의 신선함이 더해져 이 맛에 사람들이 소운코 계곡을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곳은 산속이라 어제 오후 5시경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땅거미가 지고 있었기에 소운코 계곡을 보기보다 휴식을 취했기에 이른 아침을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고 빙폭 축제로 유명한 소운코 계곡으로 향하기로 했다. 대설산 정상으로 향하는 로프웨이가 있어 먼저 그곳으로 갔다.



구로다케 로프웨이로 불리는 이곳은 지난 여행 때 아사히다케 로프웨이와 반대편에 있어서 또 다른 경치를 선사할 것 같았지만 대설산을 정상을 오르기보다는 대설산의 속내를 보고 싶은 마음에 단풍 계곡으로 불리는 모미지다키 폭포를 향해 방향을 바꿨다. 맑은 하늘 아래, 숨 막힐 정도로 빽빽한 나무가 숨 쉬는 산 길로 접어들었다.



무엇 때문에 단풍길이란 이름으로 불리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가을 사진을 보고 딱 어울리는 이름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가을의 향내가 충만하였다. 지금은 짙은 녹음이 드리워있지만 10월이 되면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정경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약 3km 정도를 걸어가니 모미지다키 폭포에 도착했고 거대한 협곡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아니었지만 바위 사이로 굽이굽이 내려오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폭포 주변은 높은 바위 산으로 둘러싸여 마치 신성한 폭포를 수호하는 보디가드의 모습처럼 보였다. 아주 오래전, 화산 활동으로 인한 뜨거운 마그마가 쌓여 만든 진회색의 협곡은 찬란한 태양의 빛줄기마저도 막을 정도로 높았고 웅장했기에 이런 착각이 들었고 잠시 눈을 감고 폭포 소리를 들으며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뜨거워진 몸의 열기를 식혔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소운코 계곡의 자랑인 유성폭포와 은하폭포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모미지다키 폭포와는 달리 유성폭포와 은하폭포는 폭포 바로 앞이 아닌 폭포와의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좋다. 목이 빠질 정도로 뒤로 재치고 봐야 할 정도로 거대하고 웅장하기 때문에 긴카노타키(ginganotaki) 주차장 앞에서 거리를 두고 두 폭포를 바라보았다.



협곡 사이로 흘러내리는 유성 폭포와 은하 폭포를 보면서 추운 겨울, 꽁꽁 얼어버린 폭포를 보는 것은 마치 거대한 성벽 사이 하얀 벽돌이 있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질지도 모를 것이다. 유성폭포보다 더 거대한 은하폭포를 보면서 이런 상상을 하며 다음 겨울 여행을 할 때, 소운코 계곡의 빙폭 축제에 꼭 참가하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올랐다.


소운코 계곡의 보석인 폭포를 보고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구시로 습지가 있는 구시로 시티로 향했다. 약 3시간을 달려 구시로에 도착해서 잠시 슈퍼 스포츠 제비오에 들려 쇼핑을 하고 구시로 습원으로 가기 전 간단하게 카레를 먹고 허기를 달랬다. 구시로 습원은 1980년도에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일본 최대 면적의 습지로 그 자체로 생태계의 보고이기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특히 멸종 위기종이 자 홋카이도를 상징하는 탄조(단정학)를 볼 수 있다.



약 268km²의 거대한 면적인 구시로 습원을 구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다. 도보로 이동하면서 가까이 구시로 습원을 볼 수 있는 목도 산책길도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전망 테라스에 올라 끝없이 펼쳐진 구시로 습원을 보면서 인간에게 허락된 청정함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고 굿샤로 호수를 보기 위해 서둘러 전망대에서 내려왔다.


굿샤로 호수는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칼데라 호수이자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호수 중 하나로 특히 호수 중앙에 있는 나카지마라는 섬은 일본 최대의 호수 내 섬이다. 굿샤로 호수의 매력은 호수와 온천 그리고 백조 모두를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조합에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호수 주변에는 온천이 몇 군데 있어서 비호로 전망대에서 호수 전체를 보고 해가 지기 전 노천온천을 보기 위해 서둘러 출발했다.



화산 활동으로 인해 당연히 온천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호수와 온천, 운이 좋다면 백조의 우아함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이케노유와 스나유 노천온천을 보면서 '고즈넉함'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고요하고 아늑하다"라는 뜻을 가진 고즈넉함의 진수가 바로 이케노유 노천온천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온천을 즐기시는 분이 있어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되면 흰 눈이 내리는 겨울, 이곳에서 온천을 하면서 굿샤로 호수를 바라보며 백조의 날갯짓을 보고 싶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더 어두워지기 전 초행길이라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아바시리로 향했다. 유빙 체험으로 유명한 아바시리에 도착하니 이미 어둠이 가득했고 숙소로 가기 전 야키니쿠 아바시리 비어관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여러 번 홋카이도에 왔지만 야키니쿠를 먹은 것은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신기했고 잘 구워진 고기를 먹으며 여행으로 지친 허기를 달랬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숙소로 가는 길은 너무 어두워서 적막함을 느낄 정도였다. 하코다테에서 묵었던 오래된 온천 마을 같은 느낌이라 예약한 숙소는 마치 70년 대 일본 여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조금 당황했지만 새벽부터 움직였기에 아담한 온천탕에서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유독 숙소에 진심한 아내의 반응을 생각함과 동시에 진정한 다다미방의 향내를 마시며 2일 차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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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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