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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홋카이도 여행을 꿈꾸다

2025년 3월 홋카이도 여행 에필로그

by 조아

내게 2024년은 정말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과일단식으로 두 번 다신 볼 수 없을 것이라 믿었던 80kg대의 몸무게로 돌아갔고, 달리기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작년 한 해 동안 홋카이도를 무려 세 번이나 여행했기에 결코 잊을 수 없고 3,10월에 선배님과 두 번, 5월 가족들과 함께 했던 시간은 너무 행복했었다. 아내는 세상은 넓고 여행할 곳은 많다고 하지만 나는 홋카이도를 더 깊고 정확하게 알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여 늘 이곳으로 향한다.



단순히 눈을 보기 위해 왔던 홋카이도는 단지 눈만 있는 곳이 아닌 자연의 보고라는 것을 알게 된 지난 5, 10월의 여행을 통해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려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아사히카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대설산에서 이번 여행 최고의 순간을 누리기도 했다.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한 가치로운 진리들이 숨겨져 있고, 그 진리는 찾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배웠다.


그저 왔던 곳만 답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곳을 찾으며 그동안 수없이 방문했던 곳에서도 미처 몰랐던 명소를 찾으려는 노력이 홋카이도 여행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것이다. 단순히 눈이 좋아서 눈을 보려고 하는 여행이 아닌 홋카이도의 자연과 일상생활, 현지인의 생각과 문화를 홋카이도 땅에서 느끼고 싶은 갈망으로 매년 이곳으로 향한다. 물론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풍경을 보면 눈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홋카이도의 매력은 눈이 전부는 아니다.



겨울 여행 때는 볼 수 없었던 홋카이도의 검은흙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무렵 흑과 백의 절묘한 대비를 볼 수 있는 계절의 변화는 이곳 홋카이도에서 볼 수 있는 진광경일 것이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홋카이도의 검은흙 속에는 무한한 생명력이 잠자고 있으며 어떤 씨앗이 뿌려지면 가을이 풍성한 열매를 맺어줄 것만 같은 기대감을 품게 한다. 홋카이도 사람들은 동토의 척박한 땅을 정성스럽게 일구며 지금의 검은흙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비에이로 향하는 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홋카이도의 농업 현장을 보면서 어떤 곡식과 과일이 자라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유바리 멜론처럼 홋카이도만의 특색 있는 농산물이 홋카이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거창하지는 않아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더욱 가치 있다고 평가받는 요즘 트렌드를 보면서 홋카이도에서만 누릴 수 있는 상품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오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



예를 들어 ‘삿포로 클래식’이란 맥주는 오직 홋카이도에서만 마실 수 있다. 겉모습만 보면 ‘삿포로’라는 맥주와 ‘클래식’이란 글자만 다른 것이지만 캔맥주의 맛이 전혀 다르다는 말도 있고, 음식점에서 생맥주로 마실 때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선배님의 말을 종종 들었기에 조금은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맥주 애호가는 매년 ‘삿포로 클래식’이란 생맥주를 마시기 위해 홋카이도를 여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여행의 이유야 무엇이 되었든 여행하는 순간,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과 맛깔스러운 음식 앞에서 일탈을 할 수 있다. 특히 낯섦이라는 공간이 주는 신선한 긴장감은 보다 낯선 곳으로 나를 이끌어주는지도 모른다. 획일적인 일상이 아닌 내가 서있는 풍경이 결코 낯설지 않은 이유는 잠시 그곳에 머무르다 떠나는 이방인이지만 진심으로 그곳을 알기 원하고 느끼려는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현지인이 될 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가 아닌 호기심 가득한 이방인의 시선으로 깊이 바라본다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현지인이 느낄 수 있는 그곳의 풍경을 누리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자의 시선에는 그저 그런 풍경으로 치부될 수 있으나 호기심 가득한 이방인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여행의 묘미를 선사해 줄 풍경 앞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일본을 ‘가깝지만 먼 나라’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비행기로 한두 시간 정도면 닿을 정도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이지만,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속내를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은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나 단순히 여권에 입국 도장을 받기 위함이 아니다. 떠남으로 돌아옴의 지혜를 배우며, 비움으로 채울 수 있다는 역설의 진리를 몸으로 느끼기 위해 여행을 한다고 믿는다.



여행을 할 때마다 “여행하는 사람은 현명하다”라는 문장을 습관적으로 읊조리는데 이번 여행 출반 전에도 집을 나오며 혼잣말을 했다. 말하면서도 “여행하면 정말 현명해질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또 한 번의 홋카이도 여행을 통해 앞으로 캐리어 없이 떠나는 새로운 지혜를 배웠다. 여행지에서 한 번도 꺼내지 않는 짐은 절대 가져가지 않고 최대한 가볍게 떠나야만 무겁게 돌아올 수 있다는 여행의 기술을 다음 여행에 적용시킬 것이다.



홋카이도 여행을 통해 언제 가는 홋카이도 일 년 살기를 해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무럭무럭 키우며 바라만 보아도 정신이 하얀 눈처럼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 홋카이도의 설경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일 년 중 절반 정도가 겨울이라는 홋카이도는 겉으로 보기엔 동토의 땅이지만 하얀 눈 아래에는 봄이 되기를 기다리며 자신의 꿈을 키우는 수많은 씨앗들이 요동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홋카이도의 검은흙 위에 꿈과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 정열적인 화산 활동이 만들어낸 생명 가득한 검은흙 속에서 비록 혹한의 겨울을 보내야 하지만,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견디며 따뜻한 봄이 왔을 때 피어나는 새싹과 꽃들처럼 나는 결코 시련과 고통 속에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꿈과 희망을 씨앗을 키워나갈 것이라는 다짐을 한다. 이런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매년 홋카이도 땅을 밟는 것이다.



1. 프롤로그

https://brunch.co.kr/@ilikebook/1009

2. 여행 준비

https://brunch.co.kr/@ilikebook/1036

3. 1일 차

https://brunch.co.kr/@ilikebook/1037

4. 2일 차

https://brunch.co.kr/@ilikebook/1038

5. 3일 차

https://brunch.co.kr/@ilikebook/1041

6. 4일 차

https://brunch.co.kr/@ilikebook/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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