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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거리주 훈련의 쓴맛

by 조아

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한 후 조급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주말동안 거리주 훈련으로 30km를 달릴 계획이었다. 하프 마라톤을 넘는 거리주를 소화하며 체력과 정신력을 단련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자연의 변수 앞에서 계획은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비가 내렸고, 습도는 평소보다 훨씬 높았다. 달리기 시작부터 숨이 무겁게 느껴졌고, 어느 순간 다리에 쥐가 올라왔다.



끝까지 30km를 채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오늘의 기록은 15km, 1시간 44분 24초, 평균 페이스는 6분 57초였다.


훈련을 하다 보면 이런 날이 있다. 마음은 더 달리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날. 컨디션과 환경이 발목을 잡는 날. 하지만 이런 날에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오늘은 ‘조율’과 ‘포기하지 않음’에 대해 배운 하루였다.


러너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꾸준함이다. 단 한 번의 멋진 기록보다, 작은 훈련을 이어가는 힘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 오늘 15km는 애초에 계획했던 30km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실패라고 부를 수는 없다. 오히려 나를 지키고, 다음 훈련을 이어갈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달리기를 하면서 점점 더 느끼는 건, 달리기는 ‘삶의 축소판’이라는 사실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예상치 못한 변수, 그리고 그 안에서 내려야 하는 선택. 오늘처럼 목표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다그칠 수도 있고, 혹은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비와 습도 속에서도 15km를 달린 것, 쥐가 올라오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음으로라도 채운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러너로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건 완벽한 훈련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일지 모른다. 매번 100%를 채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날의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그 훈련은 분명 내 안에 쌓인다. 오늘의 15km도 그렇게 내일의 발걸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달리기는 기록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대화다. 오늘의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비록 절반의 거리였지만, 나는 충분히 잘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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